올해부터는 춤테라피에 더 집중하겠다고 집 식구에게 선언하듯이 말했어요.
2003년부터 시작된 춤테라피의 열망은 1급 자격과정으로 이어져서
1기로 자격증을 따게 됐지요.
갑자기 귀농을 하게 되어 시골에 내려가서도 계속 춤테라피를 안내하고 다녔어요.
서울 센터에서 여는 워크샵도 열심히 참여했고요.
그때는 춤테라피가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았지만 강사도 별로 없어서
몇 해 동안은 열심히 전국을 다니며 세션을 하러 다녔는데
농사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춤테라피보다는 농사에 더 집중해야 했어요.
들어오는 강의도 다른 분께 소개하고 가까운 곳에서만 세션을 맡고
센터에서 진행하는 워크샵도 소홀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농사를 잘 지을 궁리를 하기보다는
고추를 딸 때는 고추춤을 들깨를 털 때는 들깨춤을 추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춤테라피를 더 잘 안내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바빴지요.
몸은 콩밭에 마음은 춤에 쏠려 있었나봐요.
올해 회갑을 맞이하면서 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선언을 한 거였어요.
아이들도 다 자랐고 농사도 규모를 줄이고 체력도 바닥나고
모든 게 같이 왔지요.
그런데 마침 사랑님과 흰바람님이 재교육을 받으면 어떻겠냐고 권해주셨어요.
통합 이후에 교육과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시면서요.
저는 15년 전에 교육을 받은 거였잖아요.
더구나 센터에서는 미국공인 춤동작치료사 자격과정을 진행하기도 했지요.
오랜 경험을 가진 무용동작치료사 선생님들이 와서 교육을 하셨으니까
얼마나 많은 변화와 성장이 이루어져 있을지 기대가 됐어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지만 시간과 교육비 때문에 망설였는데
교육비는 할인해준다고 하시고 시간은 어차피 집 식구한테 말해둔 게 있으니까
용기를 내서 집에 이야기했지요.
1월부터 4월초까지 2급 과정을,
6월부터 8월까지 1급 과정을 밟으며 세종시 센터로 다녔어요.
꿈속을 거니는 듯했어요.
가끔 집에 가다가 제 살을 꼬집어보기도 했어요. 꿈이냐 생시냐 ^^;;
교육과정은 너무나 많이 바뀌어 있었어요.
1기는 흰바람님 댁에서 가정식센터로 출발을 했다면
일단 이번에는 근사한 세종시 센터의 널찍한 공간에서 진행됐구요.
전체 커리큘럼도 대상에 따른 치료기법과 표현예술치료까지
궁금했던 오센틱무브먼트도 다 들어있었어요.
마음 한켠으로는 첫수업인 이론과 실제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시건방진 생각도
들었고요.
그 시건방은 첫시간에 다 깨져버리긴 했지만요.
두분 선생님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하며 실력을 연마하고
좋은 선생님들께 영향을 받으셨는지
강의 진행이 물흐르듯 하고 제자들 한사람 한사람을 너무나 존중해주시는 거예요.
거기서 크게 감동을 받았어요.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안내하는 거구나 싶고 지난 시간의 두분의 노고가 느껴졌어요.
강의가 진행될 때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느낌이었어요.
춤테라피의 세계가 이렇게 깊고도 다양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고요.
15년만에 다시 배우는 공부가 어찌나 재미나던지요.
그리고 이번 공부는 원리 중심이라서 왜 이런 세션을 하는지 이유부터 밝히고 들어가니까
전체가 한 줄기로 이해가 됐어요.
그리고 세션을 진행해보고 받는 교육이니까 그동안 쌓인 경험을 돌아보는 것도
큰 공부가 됐어요.
그때 이렇게 안내했어야 하는구나, 내가 엉뚱한 실수를 저질렀구나 하는
그런 회한들이 밀려들기도 했지요.
그래도 1기 출신인데 재교육받는다는 자격지심도 조금은 있었어요.
2급 45기 동기들을 만나서 하루하루 같이 수업받고 밥먹고 하면서
그 생각은 조금씩 옅어졌지요.
교육을 받는 동안에 이상하게 세션이 하나도 안 들어왔어요.
세션하기로 예정됐던 일들도 다 틀어졌고요.
오로지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것도 참 한편으로는 행운이다 싶었네요.
마을에서 진행하는 춤모임에서 배운 것을 연습하고 익히는 일만 했어요.
그런데 크게 달라진 점이 있네요.
예전에는 세션계획을 세우고 가도 조금만 틀어지면 당황스럽고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상황에 따라 세션이 달라지는 거예요.
왜 그럴까 싶었는데 이유를 알았어요.
예전에는 완결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면 이제는 여러 각도로 열어둘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거네요.
원리를 알고 진행하니까 마치 바디로직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 생겨서
당황하지 않고 내 몸이 원하고 그룹원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돼요.
교육과정 내내 두분이 강조에 강조를 거듭해서 연습한 것들이 있었어요.
그 연습이 힘들긴 했지만 어느새 입력이 돼서 몸이 알아차리고 있더군요.
그리고 세션에 응용할 수 있는 도구가 아주 많아졌어요.
그런 것들이 모두 따로 겉돌지 않고 연결되어 이어졌어요.
세션을 진행해보고 교육을 받는 이점은 정말 많았어요.
예전에는 머리로만 알아들었다면 이번에는 머리와 몸이 같이 알아듣는 게 느껴졌어요.
강의가 끝나고 릴라게스트하우스에서 함께 복습하며 나누었던 시간들도
소중한 경험이었네요.
릴라님이 자기 집을 춤치료 공부하는 분들께 기꺼이 내어주고
아침마다 건강하고 맛난 식사를 준비해주신 덕분에 편안하게
공부에 집중하며 지낼 수 있었어요.
지금도 거기서 함께 지낸 동기들과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지요.
어느새 교육이 끝나고 바쁜 농사철 지나니까 세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처음 맡은 세션이 여성귀농학교 3박4일을 같이 지내면서 춤을 안내하는 일이었는데요.
춤으로 시작하고 중간중간 춤추며 저녁에 2시간짜리 세션을 진행했어요.
하나도 힘이 안 들었다고 하면 과장이지만 정말 힘이 안 들었어요.
내 몸에 집중하고 그룹에 집중하면서 재교육에서 배운 것을 하나씩 풀어갔어요.
마지막날 소감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춤이야기였어요.
해마다 귀농학교에 참가해서 춤을 춰온 분들도 이번에 유난히 물흐르듯이 편안하면서도
깊은 안정감을 느꼈다고 해요.
전체 평가에서도 춤테라피가 차지한 비중이 가장 컸다고 나왔어요.
유방암 환우분들과도 세션을 진행했는데 제가 욕심을 내지 않고 있더라구요.
예전에도 다른 환우분들을 만나왔는데 돌이켜보니 제가 세션에 욕심을
내고 있었더군요.
이번 교육에서 가장 가슴에 남는 말씀이 그룹이 중요하냐, 내 세션이 중요하냐였거든요.
저는 그동안 내 세션 중심으로 해왔더라고요.
하루 내내 그분들과 지내면서 이야기 들어주고 같이 밥먹고 춤췄는데요.
마지막에 몇 분이 오셔서 이 춤을 꼭 배우고 싶다고 해주셨어요.
최근에 항암치료 받으신 분들인데 너무나 마음에 위로가 됐다고 하시면서요.
그말씀 하나로 희열을 느끼는 그 기분 아시지요?
여전히 실수하고 버벅거리기도 하고 하지만
최소한 세션이 겁나는 건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저에게 다가온 변화 한 가지.
저의 경계가 아주 단단해졌다는 거지요.
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챙기는 것이 늘 우선순위였던 거같아요.
교육과정 동안 나의 중심을 다지는 작업을 끊임없이 했어요.
갈길이 멀긴 하지만 예전의 내가 얼마나 주변의 영향에 흔들거리며 살았나 싶었어요.
조금씩 연습하고 나아가면 땅에 잘 뿌리박고 선 나무처럼 되지 않을까요.
희망사항입니다.^^;;
오늘 아침에 세션을 하러 길떠나야 하는데 이 늦은 밤에 글을 쓰고 있네요.
어느덧 2급 45기가 출발하려고 해서 마음이 급해졌어요.
이 긴 글을 쓰는 이유는 딱 하나!
통합 이후 교육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에게 권하고 싶어서예요.
앞으로 긴 날들을 춤테라피를 안내하며 살아가고 싶으시면
꼭 한번 재교육 경험을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통합 이후 기수들은 모르실 거예요.
다시 경험하며 재음미하는 그 기분을 말이지요.
그리고 본인들의 행운까지도요. ^^
그리고 또 하나 ( )이득!
새롭고 신선한 동기가 생겼다는 일이요.
세션의 경험을 나누고 웃음도, 울음도 함께 나누는 동료가 얼마나 큰힘을 주는지요.
서로 성장을 도우며 함께 어깨걸고 나가는 동기를 새로 만나보시게요.(이건 새로 배운 광주사투리예요)
이상 2급 45기와 1급 15기를 재경험한 소감이었습니다.
할인받으실 분은 사랑님께 연락드리세요.^^
사기막골 단풍드는 가을에
바람소리 드림
첫댓글 아아~가슴이 찌르르 합니다. 진솔하게 온 마음을 다해서 쓰신 후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션을 진행하고 난 후의 교육 부러워요. 교육받고 세션을 시작하려니 버벅거리고, 이거 어떻게 했더라? 막막하고 두렵고~하지만, 두 분 선생님의 가르침은 마음에 들어와있고, 노트를 다시 볼 때마다 새삼 마음에 꽂힙니다...
바람소리님의 후덕한 마음씀과 인자한 모습이 아른거려요~~ 감사합니다.
2급 45기, 1급 15기를 함께한 후배이자 동기인 저로선 바람소리님과 함께한 시간들이 스처지나갑니다
존재만으로도 우리 동기들에게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셨죠.
언제든 다가가면 푸근한 미소로 맞아 주시는 바람소리님이 우리 동기이기도 한 것이 참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올해 환갑을 맞아, 이제 진정한 인생을, 좋아하시는 춤과 함께 시원스럽게 펼쳐 나가시기를 축언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바람소리님 ~~~~^^
바람소리님~ 멋지세요!!
항상 존경하고 있습니당~~^-^
바람소리님이 써내려간 글들이 하나하나 제게 마음에 닿습니다.
재교육에 대한 부러움과 열망이 함께 오네요.
많은 임상으로 교육에 대한 이해가 훨씬 높았을것 같습니다.
이리 후배들을 위해 세세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깊은 애정 잘 받겠습니다~~♡
난독증 있는 제가 바람소리님 긴 글을 이렇게 후딱 잘도 읽었습니다. ㅎㅎ
충만함이, 자신감이, 뿌듯함이, 여유로움이, 기쁨이, 감사함이 제게도 전해집니다.
이제 세션의 여왕으로 전국을 싹쓸이 하셔서 너무 바빠지시는건 아니신지요. ㅎㅎ
언제나 응원하고
바람소림님과 춤 도반임을 기뻐합니다.
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