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그 통영을 그리던..
[두미도/통영]
○ 일 시 : 무박산행
○ 동 행 : 평택 종주산악회 52명
○ 산행구간 : 남구마을 ⇒ 임도 ⇒ 전망데크 ⇒ 두미도 어장감시시스템 ⇒ 동.남쪽 전망대 갈림길 ⇒
[천황봉] ⇒ [투구봉] ⇒ 임도 ⇒ 북구마을
○ 소요시간 : [4시간]
▶ 새벽 시간대에 도착하여 바라본 통영여객터미널의 봄날 흔적.
잿빛의 너울이 온통 깊은 터널을 이루면서 시간을 갈망하고 있다. 끝 삼월 통영의 봄기운은 자아를 실
현하느라 설익은 하얀빛에 쌓여 있다. 비린 맛, 짭조름한 맛, 그윽한 봄맛으로 둘러쳐진 여객터미널은
짙푸른 바다를 동무삼아 그 속에 감겨있다. 적적한 거리에는 물빛이 차고 들어온 푸른 색감이 넘실거
린다. 동적을 깨고 들려오는 새벽녘의 뱃고동 소리가 아련하며 은은하다.
▶ 첫 객선에 몸을 싣고 통영만을 수놓는 봄빛의 그윽함을 바라보며.
아침빛에 은구슬 튕겨내듯 고요 속에 퍼지는 봄기운이 망망한 수면위에 사뿐히 얹혀진다. 한가로이
봄을 맞으며 산울림을 하고 있는 미륵산정의 외침에 구름색은 편히 시간을 향유한다. 객선에 탄 객들
은 그 광경을 보면서 갈매기가 되어 넓디넓은 대양을 마음껏 활강한다. 어느새 봄의 날개를 편 것이다.
해무의 속살이 봄의 무연한 흐름을 타면서 먹빛 하늘에 점점이 되어 허공에 머무른다. 기다리던 그
시간이었나. 대양위에서 쏟아내는 웃음소리가 그림 같은 풍경을 그려내며 질풍 같이 퍼져 나간다.
하늘은 머물고 동력은 떠나간다. 더러 큰 숨결을 내뿜으며 미지의 세계로 향하듯. 몹시 봄맛이 댕긴다.
옥수처럼 솟아있는 산기둥들이 떼로 모여든다.
물 띠를 이루며 세월이 흘러간다. 모든 순간이 봄 바다에 상쇄되어 흩어진다. 빛들도, 기운도, 그 봄에
매몰되어 감정이 없어진다. 무엇을 바란단 말인가. 춘간에 서있는 검푸른 해연이 반복된 시간을 억누른다.
기꺼이 찾아드는 봄의 환대에 젊어지는 鄕愁. 그런 게 봄이던가.
▶ 대양 속 객선에서 봄을 의지한 채 - 구름과 빛의 날개에 부딪히며 쏘아대는 봄의 정적.
늙어가는 겨울이 봄의 짝사랑에 한없이 젖어간다. 시퍼런 얼굴을 하며 쏘아대는 물빛이 검다 못해 흰
노랗다. 시간이 곤두박질치며 자맥질중이다. 청춘의 봄은 이렇게 노랗게 익어가며 시간을 물들여 놓으
니 내 마음이 고요히 두드려진다. 나의 봄이 좋다.
통영의 봄 멋이 사랑비 같다. 겹겹이 쳐져 있는 해무 속에 간간이 드러나는 옥수들. 하얀 산기둥이다.
완연한 곡선을 이루며 아름답게 피어나는, 입체적으로 선연해져가는 시각적 봄의 어울림이다. 수수하고
은은하게 펼쳐지는 그 광경이 천혜스럽다.
대양의 봄바람이 아이 같기도 하고, 소박하면서 자유분방한 색시 같기도 하다. 고요히 드러나는 산정의
눈길이 첫 만남의 느낌을 떠나서 평범하며 순박함의 인상적이다. 봄의 와중에서 대양 속에 비친 산정의
풍경은 그 이상 자체로 수수히 그려내는 섬빛 같다. 시간에 아무 거리낌 없이 조용히 흐르는 봄의 선율을
타고 비행중이다.
날개 돋친 듯 휘저으며 솟아나는 봄. 막연한 기대와 두근거림의 연속이다. 휘황찬 봄 바다와 그리움을 새기
며 너른 품을 내어주는 그것은 봄의 짙은 여운이다. 바닷길을 끼고도는 속살 같은 산정의 푸르름은 머나먼
통영을 그렸던 애틋함이다.
▶ 산행을 시작하며 - 높고 푸른 산중의 고단했던 시간은 낯선 시간이 아니었다.
돌담 속에 깔린 동백의 색깔에 묘한 눈이 되어 그 속을 더듬는다. 얼굴을 들이민다. 열이 올라 피워대는
사연을 누가 알랴. 그러나 동백이 다 졌다. 봄바람 타령을 듣다가 마을을 한참 들여다본다. 그 아무도 없다.
봄 안개의 뚝심이 간간이 우뚝 선 봄꽃을 가리며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해수의 멍에는 빛에 의존하여
붉은 마술에 걸린 듯 하다. 그 속을 가로지르는 해풍의 몸체가 산정 속에 걸터앉아 요요스럽게 봄의 한
자락을 채운다.
부딪혀서 부서지면 또 일어나서 살아남는 波高의 생명력은 투박하고 거칠다. 수많은 낮과 밤을 놀이터
삼아 억겁의 풍요를 잉태해온 그들은 바위들을 갈고 다듬으며 시간의 기둥으로 삼았다. 이 시간에도 쉬지
않고 저어대는 그 반복적인 삶은 끝이 없는 것인가. 영원토록 갈고 닦는 일들이 그들의 삶이다.
송글송글 맺혀있는 참꽃의 자태가 해무를 저어가며 이슬처럼 피워내고 있다. 연분홍, 붉은, 흰백합처럼
갖은 색깔로 승화시키는 그 참꽃은 봄의 화신이다. 어여쁜 색시들의 발걸음이 그 속을 휘잡는다. " 어머머 !
저 꽃좀봐. 민낯의 얼굴좀 봐. 봄 이슬로 분장을 하고 있네. 초롱한 그 이슬은 참꽃의 생명인가봐 !! "
▶ 천황봉에서 - 해벽으로 둘러싸인 봄의 삶은 고독한 순간 속에서 일어나는 어쩜 공허한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봄빛 속에 잠들어있는 기암들이 주름진 산자락에 굳은살처럼 박혀있다. 세월의 흔적이며 서러운 이역천리다.
사나운 시련을 숙명으로 알고 주어진 고통을 생의 기쁨으로 알았으니 흐름은 덧없는 것이다. 봄의 가운데서
선 영원의 숨소리가 시름을 쫓겨낸다.
봄의 흐름을 안고 유장하게 펼쳐있는 섬들의 모습에 봄의 갈망이 느껴진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그 기운은 대
양을 밑 둥 삼아 강건하고 활기찬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요히 빛바랜 대해는 하얀 숨결을 토해내며 푸른 색깔
을 물들인다. 시원하고 섭섭한, 더 애잔해지는 마음에 눈은 부셔온다. 산자락 말미에서 아지랑이 낀 빛 더움이
부슬부슬 올라오기 시작한다.
「저 망망대해에는 푸른 그리움이 深淵처럼 깔려 있습니다.」
「그것을 보노라면, 스침과 흩어짐의 봄이 풀어 놓은 막연함이랄까요.」
「시기의 통과의례 같은 시간이 어슴푸레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그저 봄 밭 같습니다.」
「봄의 단상 속에 피어나는 시간적 개입이 산중을 흩트려 놓았습니다.」
「그러게요. 철따라 기울어지며 변해지는 그 시간은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봄 송이처럼 피어나는 푸른 잎들이 압축된 시간을 따라가고 있는 듯 보여 집니다.」
「낯선 봄이 아니랍니다.」
고요히 새겨 있는 낯선 산등에 굽이쳐 흐르는 빛의 움직임이 물굽이처럼 소담스럽게 퍼져 간다. 먼 망망대해
에서 솟아나 너울 같이 흐르는 봄의 울림이기도 하며, 바람결에 묻어나오는 정적 같기도 하다. 한편 짙게 오
르는 그 빛이 들떠 있는 흰 구름을 멈추게 하는 봄의 美이기도 하다.
해무에 갇혀 있듯 산정은 봄기운 속에서 부딪히며 휘감기는 시간을 멀리하고 있다. 변하지 않고 그 여운을 안
고 있는 것이다. 돌아 보건데 골골이 쌓였던 지난 흔적은 봄기운에 눈 녹듯이 사라지고 새로이 접하는 시기가
새순 돋듯 열려지고 있다. 봄의 한 자락이 너울너울 아지랑이처럼 솟아나고 있는 중이다.
백주대낮처럼 희게 밝아오는 산중의 끝자락이 애써 누르려는 표정을 하는 듯하다. 차근차근 뒷걸음치듯 내딛
는 발품은 봄을 디디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든다. 점점 멀어지는 고요만 깊이 차오른다. 바람도
자고, 빛도 머물러 있지 못하니 이 시간은 소강상태로 변하여진다. 그러나 오늘을 잊지 않는 시간적 운명이 내
앞에 머물러 있다. 조용히 욻도린다.
▶ 북구마을 도착 즈음 - 봄의 울림 속에서 핀 감미로운 춘풍이 사그라지니 적적해지는 산중도 멀어진다.
대양의 기개도 멈춘 듯 그간 힘써왔던 춘풍도 내일을 기약하는 듯하다. 너무 고요한 감쪽같은 적막에 휩싸이고
만다. 허허롭게 제 할일을 다하는 물길의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점점 멀어진다. 시기와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묵묵히 대양을 마주하는 산정은 봄의 꿈을 꾸며 다가올 시간을 안고 있다.
“ 이곳, 언제 또 올지… ? ”
◈◈◈
촛불처럼 은은히 타오르는 봄기운과 버들강아지처럼 살짝 솟아난 새순 같이 느껴지는 남도의 소박한 봄을 알현
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푸른 비린 맛을 가슴에 담고 왔습니다. 그리움! 그 그리움이 유독 더 뭉클해집니다.
고문님, 회장님, 부회장님, 사무국장님, 산악대장님 이하 회원님과 산우님들, 힘들은 장시간 고생 많이 하셨습
니다.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그 모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아침식사를 정성껏 준비하여 주신 회장님과 사모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박산행을 맞아 물신양면으로 도움
을 주신 관계자분과 여성 회원님들께 진정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