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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야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19세 미만의 미성년자 절대구독불가’입니다.
첨부: ‘씨울문학동인회’ 카페게시판에 올린 글
소설방에 ‘그녀의 엉덩이만 보면’이란 제목의 단편소설을 올렸는데, 아마도 해괴한 내용일 것이라 지레 추측하셨던지 아무도 읽어주질 않더군요.
네, 맞습니다. 분명 보통 사람의 시각으로 보기엔, 아니,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입장에서 보기엔 성적 묘사를 적나라하게 열거한 이상한 내용이 맞습니다. 그러기에 몇몇 사이트에 올렸다가 지독한 인신공격까지 받았답니다. 저질이라는 둥 사이코라는 둥 맛이 갔다는 둥…….
따라서 씨울 회원님들께 솔직히 제 작품의도를 밝혀드리고자 하오니 부디 오해의 시각은 걷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감히 ‘즐거운 사라’를 써서 물의를 빚었던 연세대 마광수 교수나 성기에 화필을 매달고 일필휘지하였다던 걸레 중광스님과 같은 뛰어난 분들과 같을 수는 없음을 잘 압니다. 그 분들이야 말로 어떤 기행이나 성적 묘사를 해도 일정 수준을 넘는, 즉 도가 통한 분들이라 멋으로 여길 수도 있다는 말입죠. 범인으로서 그러한 경지까지는 감히 이르지 못할지라도 그렇지만 닮고자 한다는 것을 허물삼아 나무라지는 마시기를 그저 바랄뿐이지요.
물론 닮고자 하는 것조차도 흉내 내기 어렵더군요. 잘난 사람이 하면 예술이니 철학이니 한껏 포장되어 더욱 그럴듯해 뵈겠지만, 저야 어디 잘난 구석이 있어야 말이지요. 그러니 흉내 내는 것조차 가소롭기만 할 테고, 어쩜 구역질마저 치솟게 하리라 봅니다.
제가 올린 ‘그녀의 엉덩이만 보면’은 ‘엉덩이’란 용어가 주는 선입견과는 달리 노골적인 성묘사가 없을뿐더러 음담패설이나 욕설 등도 없습니다. 단지 성관계시에 드러나는 행위나 주고받을 수 있는 평범한 대화 몇 소절을 그대로 옮겼을 뿐이지요. 그리고 일본에는 성기 모양의 괴상한 물건들을 백화점뿐만 아니라 동네 슈퍼 같은 곳에서도 진열해놓고 예사로이 팔고 있답니다. 그중 한 가지 물건을 사실대로 묘사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들 그리 난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신문이나 잡지 등엔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더한 성묘사도 얼마든지 있고, 일상생활에서 끼리끼리 모여 주고받는 대화중엔 더한 농담도 수두룩할 텐데 말입니다.
어쨌든 전 이 글을 썼고, 사이트에 올리면서 설혹 이 글 때문에 영구히 작가로서의 자격이나 자질을 잃어도 상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누가 저를 무뢰배나 후안무치로 몰아도 상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양심으론 이 글이 음탕한 글로 지탄받을 만큼 양심을 허물고 쓰지 않았기에 감히 드리는 말씀입니다.
괜한 선입견과 섣부른 오해부터 하지 마시기를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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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그녀의 엉덩이만 보면
- 은유시인 -
1
“참, 묘하게 생겼네요.”
“뭐가?”
한바탕 걸쭉한 정사를 치루고 나서 담배 한 가치를 피워 물고 망연한 생각에 잠겨있는데, 상반신을 내 배에 잔뜩 힘을 실어놓고 아직까지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한 듯 내 물건을 조몰락거리던 그녀가 느닷없이 엉뚱한 말을 건네 온 것이다.
남자의 성기란 여자들이 볼 땐 분명 묘한 물건임엔 틀림없을 것이다. 발기하면 커다랗게 팽창되어 뻣뻣하다가도 사정하고 나면 금방 작아지면서 축 늘어지고, 게다가 누그러진 홍시처럼 몰랑몰랑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꼭 입술 같아요.”
“입술?”
“예, 오줌 나오는 구멍 있잖아요.”
엉뚱한 소리에 웃음부터 피식 흘러나왔다.
“관찰력이 뛰어나구먼?”
그녀는 갑자기 뭐가 그리 우스운지 깔깔 웃어 젖혔다. 겨우 웃음을 가라앉히고는,
“관찰력이 뭐예요? 그냥 보고 느낀 걸 말했을 뿐인데…….”
“난, 아무리 봐도 입술 같기는커녕 구멍으로밖엔 안 보이는데 뭘…….”
“금붕어 입술 같지 않아요?”
“뭐? 금붕어 입술 같다고?”
“그럼요.”
“금붕어 입술을 못 봤나 봐. 금붕언 입술이 툭 튀어나오지 않았나?”
“몰라요. 하여튼 내가 보기엔 꼭 입술처럼 보이는데…….”
그녀는 다분히 즉흥적이었다. 그녀의 환경이나 그녀가 여태껏 살아왔던 삶이 어떠했는지는 관심이 동하지 않아 물어 본 적이 없어 알 바 없지만, 그동안 드러난 그녀의 태도는 신중하거나 계획적이라기보다 즉흥적 발상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은 설익은 것이었다. 그런 그녀가 부담스럽지 않아 좋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가볍다 못해 경망스럽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녀는 7개월 전쯤 내가 운영하는 열 평 남짓한 자그마한 스튜디오에 경리사원으로 들어왔는데, 실제 그녀가 하는 일이라곤 사무실을 지키고 있으면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거나 손님이 사진을 찾으러오면 돈 받고 사진을 내주는 정도였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낯을 가리지 않는 쾌활한 성격을 지녔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눈웃음을 쳤고 잠시라도 입을 함구하고 있으면 입안에 곰팡이라도 필까 겁내는지 계속 쫑알거리지 않으면 껌을 ‘짝짝’ 소리 나게 씹어야 하는 것이다. 청소할 때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보면 흥도 제법 많은 것 같다.
그뿐인가? 뭔 궁금한 것이 그리 많은지, 아님 사사건건 간섭하려는 것인지 잠시도 쉬지 않고 질문을 쏟아냈다. 그래도 먼젓번에 근무했던 박 양같이 입에 지퍼를 채운 듯 묻는 말에만 겨우 대꾸한다거나 늘 뚱하니 부어있는 얼굴에 비하면 한결 나아보였다.
그녀는 적당한 키에 적당한 외모에 적당한 몸매를 지녔지만, 특히 엉덩이는 남자라면 다들 탐낼 만큼 천하일품이다. 동그스름하고 도톰하니 마치 오리궁둥이처럼 툭 튀어나와 있는데, 그렇다고 상스러워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끔 육감적으로 보였다.
첫 출근했던 날은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나와 마냥 어리게만 여겼는데, 첫날 이후부턴 여간해선 치마를 입지 않고 늘 꽉 끼는 스펀 바지만을 입고 다녔다. 이 스펀 바지란 것이 그녀의 유별난 엉덩이 곡선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주기에 자연히 엉덩이에만 시선이 꽂히게 되는 것이다.
처음 한 달여는 그녀의 엉덩이가 자꾸 신경 쓰이게 하였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눈길을 주지 않으려 하였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려고 사진 작업에만 전념했다.
그녀는 특별히 제 할 일이 없을 땐 내 옆에 바짝 붙어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질문공세를 퍼부어댔다.
“니는 뭔 궁금한 것이 그리도 많냐?”
“신기한 것이 많아서 그래요. 배우고 싶기도 하고…….”
“하긴 사진 기술은 여자도 배워놓으면 좋긴 하지.”
그녀는 사진 기술을 다 배우고 나서는 뭘 어찌어찌할 것이라며 장황한 포부를 늘어놓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내 밑에서 5년간은 찰거머리처럼 눌러 붙어있겠다고 했다. 거짓말인지 뻔히 알면서도 결코 밉지 않은 소리였다.
“절대로 안 내쫓을 거죠?”
“하는 거 봐서…….”
“딱 오 년만 있을게요.”
“니 맘대로?”
“대신, 시키는 일 열심히 하고 월급 많이 올려달란 소리는 하지 않을게요.”
“그럼 시집은 안 가고?”
“시집은 천천히 가야지요.”
“그럼 노처녀를 누가 데려간다냐?”
“데려가겠다는 사람 없음 혼자 살지요, 뭐.”
“넌 아직까지 애인도 없냐?”
“애인? 있기야 있지요.”
그녀에게 애인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왠지 맥이 빠졌다.
“근데……, 왜 애인한테선 한 번도 전화가 없노?”
“가끔 전화는 오긴 오는데, 아직 별로예요.”
“뭐가 별론데?”
“애가 좀 얼빵한데요. 나이도 어리고…….”
그녀가 그런 식으로 자신의 남자친구에 대해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자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딱히 그녀를 어찌하겠다며 마음을 먹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2
나는 올해로 서른일곱 살 먹은 노총각이다. 5년 전 결혼이란 걸 하긴 했었지만, 그걸 도저히 결혼이라 인정할 수 없기에 스스로를 아직 총각이라 여기는 것이다.
작달막한 키에 머리숱마저 적어 실제 나이보다 네다섯은 더 들어 뵈는 타입이라 눈이 높은 여자들에겐 별 볼일 없는 남자쯤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보다 내가 지닌 재산이라곤 세 들어있는 이 비좁은 스튜디오가 전부라 할 수 있어 한때 부부의 연을 맺었던 어떤 여자로부터 곤욕을 치른 경험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여자에게 한눈팔 게재가 못된다. 그나마 이 스튜디오를 유지하는 데도 여간 힘이 벅찬 게 아니다.
조실부모한 나는 일찍이 큰아버지 댁에 양자로 들어갔었으나 고등학교 갓 입학했을 무렵부터 큰아버지 댁 역시 가세가 기울기 시작하더니 얼마 후 가정파탄을 맞게 되었다. 그때부터 학업을 중단하고 어느 학교앨범 사진만을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사진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시다바리일을 해왔고 어깨너머로 사진기술을 익혔다.
10년 넘게 일해서 벌어들인 돈을 모두 장비 구입하는데 쏟아 부었었고, 그래서 한동안엔 내로라할 촬영장비도 제법 갖췄었다.
처음으로 일제 중형카메라 마미야 알비육칠(Mamiya RB67Pro)을 구입했었을 땐 그 감격과 흥분으로 인해 몇 날 며칠을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너무나 애지중지한 터라 이를 지켜본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꼴값한다.’라는 핀잔을 마구 퍼부었었다.
그리고 이후로 젠자브로니카(Zenza Bronica), 롤라이(Rollei), 핫셀블라드(Hasselblad) 등 중형 카메라장비들과 조명장비로서 메츠, 포멕스, 발카 등의 스트로보를 차례차례 구입했었다. 그렇게 해서 구입한 장비들이 모두 5천만 원어치가 넘었을 땐 그들 장비를 보기만 해도 배가 절로 불렀었다.
그런데 하필 아주 이상한 여자를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잔뜩 허리띠를 졸라매며 애써 사 모았던 장비들을 고스란히 빼앗긴 적이 있었으니, 나 자신에 대한 심한 콤플렉스로 여자에 대해 늘 소극적이었던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런 일을 겪고 난 이후 여자들에 대한 좋지 않은 자격지심이 발동하여 여자를 멀리해왔던 것이다.
정신없이 살아오길 서른 하고도 둘이 되었으니, 나라고 장가 갈 마음이 왜 안 들었겠는가. 비록 전세로 반 지하이지만 서른 평이 넘는 널찍한 스튜디오도 갖췄겠다, 장비도 제법 꽉 들어찼겠다, 이제부터 열심히 일만 하면 장가가고 애가 둘쯤 생겨도 얼마든지 먹여 살릴 수 있으려니 했었다.
그래서 친구 한 놈이 썩 괜찮은 아가씨라며 중매를 자청했었는데, 언뜻 보기에도 괜찮아 보였었다. 여자는 도통 말이 없고 묻는 말에만 그것도 귀를 잔뜩 기울이고 청각을 곤두세워야만 들릴 정도로 모기소리보다 작게 대답하였기에 원래 수줍어서 그러려니 했었다.
남의 밑에 얹혀사는 여자의 형편도 빤해 보여 일체의 격식을 생략하고 바로 결혼식을 올렸었다. 내 과거 환경이 그러하니 여자가 처한 환경이나 이력 따위에는 신경을 전혀 안 썼었다. 그냥 둘이 마음만 맞으면, 이후론 사랑하면서 잘 살면 되려니 하는 마음만 앞섰었다.
그래서 몸 비비고 살만한 단칸 셋방도, 조촐하지만 장롱이며 냉장고며 티브이며 등등의 살림살이마저 나 혼자 모두 장만했었다. 여자에게는 오로지 맨몸으로 와서 살림만 잘해달라는 부탁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떠난 첫날밤부터 문제가 발생했었다.
저녁을 잘 먹고 나이트클럽에 가서 못 먹는 맥주도 두 병이나 비웠었다. 그리고 호텔객실로 돌아와 어설프지만 준비해 간 촛불을 켜고 케이크와 샴페인까지 준비하는 등 분위기도 그럴싸하게 잡았었다.
“어때…… 요? 기분 좋아…… 요?”
“…….”
“뭐라고 큰 소리로 말 좀 해봐…… 요.”
“…….”
“이제 우리 둘 뿐이잖아… 요. 그러니 넘 수줍어하지 말고…….”
“…….”
“먼저 샤워해…… 요.”
“…….”
“먼저 씻으라니까.”
“…….”
여자는 욕실에 들어간 지 40분이나 지나서야 나오더니 팬티만 입고 있던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것도 종일 입었던 정장을 다시 차려 입고서 말이다. 기껏 졸린 눈을 비벼가며 첫날밤을 황홀하게 맞을 생각에 ‘언제 나오노? 언제 나오노…….’라며 딴엔 초조하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말이다.
“어차피 벗을 거, 뭐 하러 옷을 다 차려 입었어…… 요?”
“…….”
정말 알다가도 모를 여자란 생각을 하면서도 괜히 쓴웃음만 나왔었다. 조선시대도 아닌 요즘 세상에 저런 여자가 다 있나싶은 생각도 잠시, 왠지 불길한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었다. 어쨌든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방안에 들어서니 여자는 이불을 잔뜩 둘러쓰고 미동조차 않고 있었다.
한쪽 이불을 살며시 들춘 다음 몸을 밀어 넣고 손으로 이불을 끌어당겨 팽팽하게 펼치고 나서 손으로 여자를 더듬었었다. 그런데 웬걸? 이불속의 여자는 여전히 정장을 입은 상태였었고 놀랍게도 양말까지 껴 신고 있었다.
“아니, 옷도 안 벗고 이불 속에 들어와 있음 어떡해?”
“…….”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었다. 이불을 걷어 젖히고 여자의 옷을 벗기려했었다. 그러나 여자는 필사적으로 옷을 안 벗으려하여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
“아니 나랑 살겠다는 거야? 아님, 살지 않겠다는 거야?”
“…….”
계속 버티는 여자의 손을 뿌리쳐가며 억지로 옷을 모두 벗기고 보니 보기보다 마른 편이었었다. ‘마른 것이 창피해서 옷을 안 벗으려 했나?’라는 의문도 잠깐이었다. 좀 전까지는 은근히 황홀한 밤을 기대했었고, 여자가 자지러질 만큼 지극정성으로 애무하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런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성관계 또한 굳이 하고자 할 생각마저 들지 않았었다.
단지 첫날밤이고 여자를 모두 벗겨놓은 마당에 마땅히 관계를 해주는 것이 도리라 생각되어 여자 몸 위로 올라갔을 뿐이었다.
여자는 입을 계속 함구한 채, 온 몸으로 완강하게 버티었다. 그 마른 몸 어디에서 그런 힘이 솟구치는지 밀어내는 힘이 여간 아니었다. 할퀴고 꼬집히고 깨물려가면서 겨우겨우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처음 남자를 경험하게 되니 겁도 엔간히 났을 끼구먼…….’이라며 스스로 위로하면서 첫날밤을 그리 보냈었다.
그리고 신혼 여행지에서 맞은 두 번째, 세 번째 밤은 별로 내키지 않아 여자를 덮치지 않았었다.
여자와의 성관계는 그로부터 두세 번에 그쳤었다. 여자와 한번 관계를 맺으려 하면 온 몸이 할퀴고 깨물려 피투성이가 되는 것을 각오해야만 했었으니, 그리하면서까지 억지로 관계를 맺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하여 살림을 제대로 사는 것도 아니었었다. 반찬은커녕 밥도 제대로 지을지 몰라 걸핏하면 꼬드밥 아니면 설익은 삼층밥을 만들었었다. 아무리 가르치려들어도 매한가지인 것이 라면 하나 끓여도 팅팅 불어터지게 하거나 바싹 태워먹기 예사로 뭘 생각하며 일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자와 대화라도 통하였었느냐 라면 그렇지도 않았던 것이 도통 말이 없는 성격이었었고, 상관 않으면 하루 종일 방구석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안 하려들었던, 어찌 보면 백치나 다를 바 없는 그런 여자였었다.
여자의 변화되지 않는 그런 태도가 계속 지속되자 어느덧 여자를 생각만 해도 넌더리가 났었다. 그래서 차츰 집에 들어가지 않았고 스튜디오에서 새우잠 자기 일쑤였었는데, 두어 달 지나면서 아예 스튜디오로 잠자리를 옮겨버렸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자칭 여자의 삼촌이라고 하는 생전 못 보던 40대 후반의 떡 벌어진 체구를 지닌 사내 하나가 스튜디오로 찾아왔었다.
“그렇게 집에 안 들어갈 거라면 뭣 하러 장가란 걸 갔노 말이다.”
굳이 뭐라 이유를 대고 싶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그 사내가 하도 험악하고 당당하게 굴었기에 자초지종을 설명했었지만, 무턱대고 말문을 가로막으며 막무가내로 구는 것이었다.
“내, 두 말하기 싫으니, 더도 말고 딱 삼천만 원만 내 놓거라.”
“그 돈을 왜 내놔야 하는데요?”
“너 세상 무서분 거 뼈저리게 경험 한 번 해야 쓰것냐?”
“아니……, 지가 뭘 잘못해서요?”
“좋다 할 땐 언제고 데려왔음 책임져야지, 그리 구박하면 쓰것냐?”
“전 구박한 적도 없고, 오히려 여자구실을 안 하려 해서…….”
“아니 이 짜슥이 디질려 환장했나?”
순간 피할 겨를도 없이 완강한 주먹이 내 턱을 후려쳤었다. 그리고 목을 꽉 움켜잡아 소리를 내기는커녕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운동 꽤나 한 듯 대단한 완력을 지닌 사내였었다.
‘뭔가 잘못됐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었다. 결혼을 빙자하여 사기를 치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결혼전문 사기단들이 있음을 매스컴을 통해 보고 들은 바가 떠올랐던 것이었다. 결국 그 알토란같은 장비들을 몽땅 다 헐값으로 처분하고서야 그들이 요구했던 삼천만 원을 겨우 맞춰 줄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떡방아 세 번 찧은 대가로 삼천만 원을 내줬더란 말이지? 흠……, 한 번 찧을 때마다 천만 원씩이라는 계산이로군. 그러니까 아주 비싼 오입을 했다는 얘기구만.”
중매했던 친구 놈 입에서 ‘미안하다’란 말 대신에 기껏 나온다는 소리가 그따위 헛소리였으며, 이런 얘기는 차마 낯부끄러워서 어디 가서 할 얘기가 못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억울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일을 겪고 나서는 여자라는 것은 상종할게 못 된다는 의식에 사로잡혀 여자를 가급적 멀리해 왔다.
3
나는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지역의 몇몇 사진작가들로 구성된 사우회(寫友會)를 통해 전국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풍경사진을 찍어왔다. 관광 겸 체력단련 겸 좋은 풍경사진을 많이 확보해 놓는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은 없을 것이다. 대개 토요일 오후쯤에 출발하여 하룻밤 묵고 일요일 밤늦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비교적 거리가 먼 경우엔 하루를 더 소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녀가 들어온 이후로 충북 단양 쪽으로 출사(出寫)를 나갔는데, 그날도 예정보다 하루 더 묵고 돌아왔다. 그녀는 불과 하루 더 못 봤다고 눈물마저 글썽이는 것이었다.
“전화도 안 주시고……, 얼마나 걱정했었는데요.”
“어럽쇼, 뭔 일로?”
나 역시 하루를 더 못 봤다는 이유만으로 그녀가 꽤 보고 싶었고, 막상 그녀의 모습을 보니 그녀가 더욱 새삼스레 보였다. 여간해선 남들에게 정을 잘 주지 않는 내 성격으로 미루어 드문 일이었다.
“그새 내가 많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구나?”
“당연하지요. 그래도 내겐 월급 주는 사람인데…….”
“나도 말이다. 니가 엄청 보고 싶었다.”
“입에 침 좀 바르고 거짓말하세요.”
“참말인데…….”
그녀가 내 옆에 있음으로 해서 나는 비로소 세상사는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촬영기자재전람회에 참관하고 돌아온 이래로 그녀와는 끊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4일간 일본을 다녀오면서 그 여행기간 내내 그녀만을 생각했던 것이다. 세상에 홀로 내팽개쳐진 것 같던 내 인생에서 그녀가 늘 함께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참관을 끝내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는 ‘왜 이제야 전화를 하느냐?’라며 몹시 울먹였다.
“무쟈게 바빴거든……, 그리고 전화 거는 걸 깜빡했고…….”
“피~! 제가 보고 싶지도 않았던 모양이네요.”
“보고야 싶었지. 그렇다고 남자대장부가 보고 싶다는 이유로 전화질이나 해서야 쓰것나.”
다음날 아침 스튜디오에서 나는 내게 안길 듯 머뭇거리는 그녀를 처음으로 포옹했다. 그녀는 내 품에 안긴 채 ‘보고 싶어 죽는 줄만 알았다.’라는 소리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러나 오직 안아주기만 했을 뿐 더 이상 다른 짓거리는 아껴두고 참았다. 두고두고 뜸을 들였다가 하나씩 즐기기로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일본여행 기간 중에 촬영한 수백 컷의 사진들이 슬라이드로 나왔을 때, 나는 환등기로 그 슬라이드 하나하나를 보여줘 가며 설명을 해주었다. 촬영기자재전람회장의 장관은 물론 어마어마한 규모의 나리타국제공항, 도쿄시청사 건물과 긴자거리, 매장 끝이 보이지 않는 이세땅백화점과 미찌꼬시백화점, 그 외에 도쿄 뒷골목의 벼룩시장쯤으로 보이는 곳에서 진열된 진기한 물건들의 슬라이드를 보여주었다.
그중에 섹스와 관련된 노골적이고도 이상야릇한 물건들이 제법 많았는데, 특히 남성의 성기와 똑같은 형상으로 만든 하얀 도자기 술잔이 일품이었다. 불알 부분엔 술이 고이게끔 되어있고, 잔뜩 발기된 페니스의 귀두 부분을 빨아서 술을 먹도록 고안된 술잔이었다. 아마 여성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술잔이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저……,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슬라이드를 다 보고나서 얼굴이 발그레해진 그녀가 내 눈을 빤히 쳐다보며 부탁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제법 진지한 표정이었다.
“뭔 부탁?”
“저…… 그거……, 한번 보여줄 수 있나요?”
“그거라니?”
그것이 뭐를 의미하는지 언뜻 감이 다가오자 황당하기 이를 데 없지만, 짐짓 딴청을 부렸다.
“저…… 밑엣 거 말예요.”
그녀의 시선은 내 가운데 부분에 고정되어 있었다.
“내 꺼를……?”
“예.”
“니는 애인이 있다면서, 애인 껀 여지껏 보지도 못했냐?”
“예, 아직 남자 꺼 한 번도 못 봤어요.”
그렇게 해서 내 남근을 자랑스레 그녀에게 보여주었고, 그날 이후로 그녀와 나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어김없이 관계를 맺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그 오리궁둥이를 마음껏 만지고 애무할 수 있어 좋았는데, 양쪽 볼기가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하게 균형이 맞는 반원형으로 보면 볼수록 신비로움을 더할 뿐이었다.
처음엔 ‘창피하다.’라는 이유로 사진촬영을 몇 번 거절하더니, ‘엉덩이만 찍는다.’라는 조건으로 촬영에 쉽사리 응했다. 물론 그녀에게선 엉덩이를 빼면 나머지는 전혀 볼품없음을 그녀 못잖게 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한 날은 ‘너의 모든 걸 다 좋아하지만, 특히 네 엉덩이는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란 내 말에 그녀 역시 내 엉덩이에 반했었노라고 실토를 했다.
“전에…… 스카이라이트 매단다고 사다리 타고 천장에 올라갔을 때, 엉덩이만 봤어요. 몰래 슬쩍슬쩍…….”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나는 남자들만 여자 엉덩이를 훔쳐보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여자들도 남자 엉덩이에 관심이 많다는 걸 그때부터 알게 된 것이다.
그녀와 깊은 관계를 맺어 온 지 넉 달이 지났건만 그녀의 엉덩이를 보는 순간만큼은 늘 처음처럼 새롭기만 했다. 오늘도 완토닉 슬라이드 네 롤(Roll)에 그녀의 엉덩이를 담았다.
나에게 있어서는 미칠 지경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고, 또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엉덩이를…….
그녀의 엉덩이만 보면
- 끝 -
(200자 원고지 56매 분량)
2004/05/22
2004년 8월 12일 오후 12시 15분경,
좋은문학 발행인 김순복(시인)님으로부터 소설 당선소식을 전해 듣다.
대표전화:(02)738-0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