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독도를 지켜서 얻어지는 게 뭐냐?
- 은유시인 -
일본에서 들려오는 독도망언이 있을 때마다 기분이 언짢아진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겨대서 기분이 언짢은 것이 아니다. 그네들로선 능히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네 재벌들이 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온갖 불법, 편법을 일삼아 부를 축적해왔듯이 국제사회에 있어서도 열등한 나라를 등쳐서 잘 살고 있는 나라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일본이 침략근성을 드러낸들 힘없음 결국 당하게 마련 아닌가?
내가 가슴이 답답해지고 언짢아지는 이유는 그동안 일본의 망언이 있을 때마다 우리네의 뜨뜻미지근한 대응방법을 지겹도록 보아왔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온 국민들이 ‘왈왈’ 짖어대고 있지만, 결국 똥개들의 허공 향한 울부짖음처럼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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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딸 조센진 양이 호빵을 두 손으로 보듬고 먹기조차 아까운 듯 가지고만 있는데, 마침 이웃에 사는 또래의 부잣집 아들 니폰진 군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지요? 처음엔 한 입만 먹자고 했어요.
"한 입만 줘잉~."
"싫여!"
한 입만 먹어보자고 아무리 꼬셔봐도 조센진 양이 호락호락하지 않겠지요. 모처럼 생긴 호빵을 아까워서 먹지도 않고 갖고만 있는데 왜 주겠어요? 그러자 니폰진 군은 그 호빵을 통째로 빼앗을 궁리를 합니다.
니폰진 군이 조센진 양의 손 안에 쥐어진 호빵을 힘으로 빼앗으려했지만, 그럴수록 조센진 양은 호빵을 콱 움켜쥐기에 호빵이 찌그러질 지경입니다. 힘으로 안 되자 협박을 시작했지요.
"너, 앞으로 우리 집 앞을 지나다니면 안 된다. 우리 집은 부자라서 너네 집은 쨉도 안 돼. 내 맛있는 거 있어도 넌 안줄 끼다."
등등의 협박이 이어집니다. 조센진 양의 울음소리에 엄마아빠가 달려 나왔어도 부잣집 아들 니폰진 군을 나무랄 수가 없었지요. 오히려 조센진 양을 나무라는 겁니다.
"안 먹고 갖고 있으려면 니폰진에게 다 줘 삐라."
참 무심하고 소갈머리 없는 엄마아빠지요. 그렇지만 조센진 양은 끝까지 한 입도 안 주고 버텼답니다. 그러자 니폰진 군은 동네아이들에게 이상한 헛소문을 퍼뜨리고 돌아다닙니다.
"조센진 쟤가 내 호빵을 빼앗고는 내놓을 생각을 않는다."
그리고는 조센진 양에게 바싹 달라붙어 '그 호빵 내꺼니 푸딱 돌려도고……'라며 종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동네아이들도 모여들어 조센진 양에게 '니는 니꺼도 아닌데 왜 니가 갖고 있노?'라며 욕설까지 해댑니다.
니폰진 군은 니폰진 군대로 조센진 양의 손에 쥐어진 호빵이 제 것이라고 우겨대고, 또 동네아이들마저 호빵을 주인인 니폰진 군에게 돌려주라고 아우성치자 조센진 양은 그만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이 호빵 혹시 니폰진꺼 아니었었나?'
집단최면도 이쯤 되면 약발이 먹히는 법…….
***
독도의 실효적소유권에 대한 일본의 주장에 과거와는 사뭇 다르게 한국인의 분노가 절정에 달한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일본의 독도가 자신들의 소유임을 억지 주장하는 목소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요. 어쩌면 그네들은 독도를 빼앗기 위한 은밀한 음모를 범 국가적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국제사회를 통해서 진행시켜왔으리라 여겨집니다.
이미 동해를 'SEA OF JAPAN'이라 표기한 세계지도가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지도의 97%에 표기되어 있다지 않습니까?
그동안 한국정부와 우리 국민들은 뭘 했다지요? 우리네가 나만, 그리고 내 식솔만 배불리기 위해 나라의 안위조차 거들떠보지도 않고 극단적 개인주의에 몰입해 있을 때, 그네들은 영토 확장과 세계를 지배하겠노란 욕망을 키워왔던 겁니다.
독도문제가 지금처럼 배배 꼬인 것도 따지고 보면 과거 역대정부들의 무능력함과 정치권의 타락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집권 욕에만 눈이 멀어 나라야 절단이 나든 말든 개의치 않았던 겁니다. 나라가 없으면 그따위 집권이나 권력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만, 정치하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없으니 한결같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닭대가리만도 못한 우둔함을 지녔나 봅니다. 기득권을 꿰차고 앉았으면 그걸 놓치지 않으려 무사안일에 안주하려 버티고 있는 꼬락서니라니…….
재작년, 그러니까 2003년12월 초에 민족문제연구소와 독도수호단체에서 추진하던 '독도탐방'에 저도 '주간 한국인'이란 잡지사의 발행인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출발 열흘쯤 전에 독도수호단체 사무국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지요.
"독도 탐방은 부득이 취소되었습니다."
"어째서요?"
"정부에서 승인을 못하겠다는 겁니다."
"이유는요?"
"지금처럼 한일 간에 화해무드가 펼쳐지려할 때, 일본정부의 심기를 건드릴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단지 일본정부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우려 때문에 내 나라 땅인 독도조차 함부로 갈 수가 없다는 겁니까?"
참으로 웃기지요? 일본국민들은 개개인이 함부로 남의 나라 영토인 독도를 무상으로 넘나드는데, 우리 한국정부는 자국민들조차 독도를 일일이 허락받고 드나들게 하다니…….
제 추측입니다만…….
박정희 군사정권 때부터 경제개발이란 미명하에 일본 측에게 경제지원을 요청했다지요. 일제치하 때 정신대니 강제징용이니의 보상금 정도로는 돈이 모자랐던 겁니다. 경부고속도로를 깔랴, 포항제철을 건설하랴, 공장들을 건설하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했겠습니까?
우리가 미국이나 다른 선진우방들로부터 보다도 적대국이었던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지원받았으리라 추측하고 보면, 일본이 패전국으로써 과거 한국민들에게 입혔던 피해보상의 명목보다 무상지원금이 더 많았던 것이고, 이유 없이 무상지원을 할 일본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마 그때쯤부터 독도가 은밀한 흥정대상이었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간의 독도영유권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정부 태도는 그리 대응이 심드렁할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여간 뒤가 쿠리지 않고서야' 절대 그리할 수 없는 겁니다.
"혹시 독도를 한국민들 몰래 팔아먹은 거 아녀?"
이렇게 과거 역대정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암암리에 이루어졌다면, '이완용'이보다 더한 매국노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정신대만 해도 그렇지요. 저승길이 내일 모래인 할마시들이 뭐 때문에 불편한 노구를 이끌고 일본 땅까지 찾아가서 '보상금 내놓으라' 집단시위를 해야 한답니까? 그 보상금 이미 한국정부에서 다 타서 써버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참으로 불쌍한 정신대 할머니들……. 일본제국주의 시절엔 일본에 속아 몸 바치더니, 이젠 한국 정부마저 할머니들을 속이고 또 나 몰라라 기만하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정신대 할머니들이 시위할 대상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정부 아닌가요?
"내게 돌아올 보상금을 이미 몇 십 년 전에 일본으로부터 다 받았으면서 와 내겐 한 푼도 안 주노? 그러고서도 너희들이 대한민국 통치자들 맞아?"
이렇게 따져야하는 것은 아닐까요? 하긴 몸통도 없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노구 이끌고 싸워봤자 담벼락에 바가지 물 끼얹는 꼴이겠지만…….
결론으로 온 국민들이 냄비처럼 불끈 독도문제로 달아올랐다지만, 선결과제는 그간 정부의 미온적인 오히려 방관적인 태도를 보인 연유부터 밝혀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구린 구석이 뭐였었는지, 누구 때문에 독도문제를 쉬쉬해 왔었는지부터 밝혀내지 않고서는 달아오른 냄비 식어버린 뒤론 다시 밍밍해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마음입니다.
- 끝 -
(200자원고지 22매 분량)
2005/04/05/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