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오늘 오월초파일
- 은유시인 -
오늘 오월초파일은 불교계의 최대 명절이라 카더군요. 날씨도 화창하고 인간들 꼬락서니 구경하고파 부산 삼광사란 절엘 가봤습니다.
생긴 지 불과 15년밖에 안된 절이 대단했습니다. 절이라기보다 거대한 돈 가방처럼 보였습니다. 그 넓은 경내 빈틈없이 그득 찬 연등들……. 그 연등들마다 극락왕생을 꿈꾸는 사람들의, 돈 엄청 벌어 잘 살게 해달라는 사람들의, 취직 시험에 ‘데꺼더억’ 붙게 해달라는 사람들의 뭔 숱한 사연들을 돈으로 사서 매달아놓은 연등들이라 캅니다. 어림잡아 오늘 하루 만에 연등 팔아 모은 돈만해도 수십억 원은 넘을 거랍니다.
절로 들어가는 입구는 물론 경내에도 장애인들과 장애인협회에서 나온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더군요. 공생공사이던가요?
‘그 엄청난 시주 가운데 그들 장애인들의 몫은 얼마나 될꼬?’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게걸스런 스님들이 아니라면 먹다 남은 찌꺼기라도 그들 장애인들에게 나눠줄는지 모르겠습니다.
절 뒤쪽으론 으리으리한 철 구조물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극락전인가 뭔가 하는 걸 새로 짓고 있답니다. 아마 공사비만 수백억 원 들어갈 듯싶습니다. 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절의 높이만큼이나 스님들의 도가 높아졌으면 하는 바램이지요.
오늘날의 종교들은 죄다 썩었습니다. 다시 말해 영생을 구하려는 데에서 의미를 찾기 보다는 현실의 부를 축적하는데 더 혈안들입니다. 종교의 세속화와 사유화가 더욱 그런 현상을 부추기는 것 같습니다.
‘종교란 무엇일까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종교가 왜 필요할까요?’
종교란 절대신(絶對神)에 대한 믿음입니다. 인간이 너무 미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의지하고픈 대상이 바로 신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종교로 말미암아 허물어져가는 양심을 지키고자함입니다.
한국인들이 믿고 있는 종교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세계 3대 종교라 할 수 있는 기독교와 불교, 힌두교는 물론 유사종파와 샤머니즘까지 다양합니다. 그리고 대다수 신도들이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에 대해 맹목적인 충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각 종교들이 주장하는 신도수를 다 합친다면 인구수를 훌쩍 넘을 것이니 아마 대한민국엔 그로인해 무신론자가 없으리라 여겨질 정도입니다.
종교는 인류가 태동하면서부터 생겨나서 인류와 뿌리를 같이해왔으리라 여겨집니다. 뿐만 아니라 종교 역시 정치사 못잖게 궂은 영욕을 다해왔습니다. 때론 엄청난 박해 속에서도 연연히 이어져왔으며, 때론 권력층으로서 엄청난 권세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 왜 그 종교를 믿느냐고 질문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종교를 믿는 이들에겐 무조건적으로 믿어야 하는 믿음뿐이지 다른 이유는 있을 수 없습니다. 성경이나 불경, 코란 등에 아무리 현대 과학과 불합치 되는 불합리한 내용이 있을지라도 그들에겐 그것이 진리 자체입니다.
그 어떤 종교든 간에 믿고자 하는 이들의 자유입니다. 누가 곁에서 뭐라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종교는 과학이나 지식이 아닌 대신에 절대선(絶代善)만큼은 반드시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 세상을 바로세우고자 하는 정의이며 도덕이며 진리입니다.
그래서 종교는 사회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부자 보다는 가난한 자를 위해서, 건강한 자보다는 병들고 약한 자를 위해서, 힘 있는 자 보다는 힘없는 자를 위해서 존재해야 하는 게 마땅합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종교들이 과연 그렇던가요?
세속화 하다못해 이젠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부를 축적하고 있으며, 정치에 노골적으로 관여하고 있으며, 권력을 장악하려고 사회악마저 저지르고 있습니다.
현대의 종교들은 겉으론 절대신을 부르짖고 그들의 경전 어느 한 구절마저 세속적으로 풀이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론 절대신을 절대 믿지 않는 듯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탐욕스러울 수가 있으며, 어찌 그토록 세속적일 수가 있습니까?
머잖아 찾아올 죽음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죽는 그 순간까지 세속적 물질에 그리 욕심을 낼 수가 있습니까? 물질이란 죽어서 들고 갈 수 있는 것들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며, 죽는 순간 자신의 영혼이 극락으로 갈 수도 지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어찌 욕심에 눈이 멀 수가 있습니까?
오늘도 교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뚝하니 교회탑을 쌓아나가고 있을 것이고, 불교 또한 절간을 금은보화로 치장한 현대식으로 우뚝 세우는데 경주하고 있을 겁니다. 아무리 금은보화로 치장한 웅장한 성전을 짓더라도 가난한 목자는 결코 그 성전으로 납시지 않을 것입니다.
신이 들어가길 거부하는 성전은 이미 성전이 아닙니다. 사이비 성직자들만의 호화저택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기름진 배를 불리려드는 우매한 신도들만이 있을 뿐입니다.
- 끝 -
(200자 원고지 14매 분량)
2005/05/15/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