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여성노동자 건강권 모임은 "여성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해 기록하기 위해 관심있는 이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자산업에 종사한 여성 노동자들을 만나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기록할 예정입니다.
문영(보건의료학생 매듭)
7/10 모임은 스스로를 기록노동자라 소개하신 이선옥 르포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전자산업여성노동자건강모임, 이 긴 이름의 모임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막했던 고민들이 조금 더 선명한 방향을 잡는 계기였다고 느낍니다. 인터뷰를 나가서 어떤 방식으로 한 사람의 이야기를 좀 더 잘 들을 수 있는지, 기록자가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지, 그런 조언들을 한진과 콜트콜텍과 관련된 경험담과 함께 이선옥 작가님이 들려주셨습니다. 누군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현장의 말들을 잡아내는 것. 아무리 사소해보일지라도 그것들 하나하나가 기록물로써 소중하다는 말씀도 덧붙이셨고요. 뼛속까지 스민 한을 머금은 말들, 힘든 상황에서 피어난 웃음과 그 안의 무거운 희망. 그런 것들을 기록한 영상물을 함께 보고, 인터뷰 자료와 글로 남겨진 기록물들을 읽으며 기록이라는 일의 가치를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그 기록의 대상이 주류가 아니기에(혹은 주류에 반하기에) 외면당하기 쉬운 것들일 때 더욱 가치 있다는 점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이선옥 작가님은 기록자의 주관을 강조하셨는데, ‘무엇’을 기록할지, ‘어떻게’ 가공할지, 그 시선이 가 닿는 자리와 펜과 자판을 두드리는 손끝 하나하나에 기록자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7/23 고 황민웅님 추모 문화제에 다녀와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집 안에서 가족들끼리 제사상을 차리고 기일을 보낼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는 정애정님의 말씀을, 챙겨갔던 수첩에 적어 넣었습니다. 추모제의 시작에 나누어 받은 하얀 국화가 프린트된 종이에 ‘잊지 않겠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썼습니다. 종이꽃에 적은 말처럼 잊지 않기 위해서, 사라지기 쉬운 말들을 붙잡기 위해서, 여기에 정애정님 그 말씀을 옮겨 적어 보았습니다. 긴 싸움이 끝나고 거리의 추모제 대신 가족들만의 자리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슬픈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그럴 수 있도록 많은 것들이 바뀌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