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삼성은 반올림과 직접 교섭에 임해야 한다
화려한 전자산업의 이면에는 어린 노동자들이 일을 하다 불치병에 걸려 세상을 마감하는 그늘이 존재한다. 이러한 작업장 안전과 보건 문제는 전자산업이 풀어야하는 숙제다. 그러나 전자산업계의 대표주자 ‘삼성’은 회피와 방치, 때론 협박, 매수, 회유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이 숙제를 해결하려 했다. 이에 삼성의 비상식적인 태도에 맞서,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양의 아버지 황상기씨를 필두로 하여 많은 이들이 직업병 문제를 풀기 위해 모였다. 지난 7년간의 투쟁 끝에 삼성은 마침내 2014년 5월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였다.
철옹성 같았던 삼성의 변화를 환영하였다. 그러나 교섭에 임하는 삼성의 태도에서 우리는 삼성의 사과가 그저 직업병 문제를 덮기 위한 눈속임이었음을 확인하였다. 재발방지대책과 보상 문제는 온 데 간 데 없이 삼성은 교섭을 질질 끌기만 했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은 교섭단을 분열시키기 위해 교섭단의 핵심주체인 ‘반올림’을 배제하고 조정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한국 시민들의 기대를 이렇게 배반해버린 삼성의 행태에 분노를 느낄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또 어떤 방식으로 약속을 파기하며 모두를 농락할지 심히 우려가 된다.
삼성은 전 세계 각지에 공장을 운영하며 거대한 삼성공화국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삼성공장의 수와 함께, 삼성공장과 공급업체에서 일하는 해외사업장 노동자들의 직업병 발병도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7년간의 투쟁을 통해 삼성과의 싸움이 얼마나 어려운 지 두 눈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특히 민주적 거버넌스와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여물지 않은 곳에서, 산재 인정과 같은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힘겨운 투쟁을 벌여야하는가. 국내에서도 모자라, 전 세계에서 문제적 삼성으로 등극하지 않으려면 삼성은 해외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다해야할 것이다.
한국의 인권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7년의 싸움을 지켜보았으며, 황상기, 김시녀 씨를 중심으로 한 반올림 교섭단을 응원하고 있다. 우리는 일방적인 교섭을 반대하며, 7년이 70년이 되더라도, 정의가 승리하는 날까지 끝까지 이들을 응원할 것이다. 또한 삼성이 가진 두 얼굴을 전 세계 시민에 알리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다음과 같이 삼성에 요구한다.
삼성전자는 중재위 구성을 당장 중단하고 반올림과 직접 교섭에 임하라.
삼성전자는 피해노동자와 가족,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라.
삼성전자는 자사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다하고, 직업병 대책을 마련하라.
2014년 10월 18일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