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기화)
내 딸 유미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세척업무를 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스물 셋의 나이로 숨졌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2인 1조로 일한 동료도 백혈병으로 숨졌습니다. 그런데 삼성은 산재가 아니라며, 단돈 500만원을 들고 와서 “이 돈으로 끝내자”고 했습니다. 저는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리고 진상규명을 꼭 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그러나 언론도, 정치권도 이 문제를 피했습니다. 다행히 저를 도와 반올림이라는 단체가 결성되고 진상규명과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싸워 왔습니다.
9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지난 9년 동안 달라진 게 있다면 너무도 많이 늘어난 피해자 숫자입니다. 지금까지 제보된 삼성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뇌종양 등 피해자는 무려 224명 입니다. 그 중 76명이 사망했습니다. 반올림과 삼성직업병 피해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삼성의 책임을 촉구하고 사회적 대화를 요구하면서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한지 400일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삼성은 우리의 요구는 무시하면서, 한 손으로는 겨우 스물 몇 살에 죽어간 피해자들의 부모에게 목숨값 몇천을 쥐어주고 입막음을 시도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수백억이 넘는 돈을 최순실씨에게 갖다 바쳤습니다.
산업재해를 인정받으려면 아픈 노동자가 증명해야 한다는데, 삼성은 공장에서 사용되는 수백가지 화학물질들이 영업비밀이라면서 단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유해물질에 노출되는지 전혀 모른 채 죽어갔는데도 말입니다. 정부는 수수방관 했습니다. 검찰 수사 같은 건 아예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정부는 삼성 편을 들어서, 공장의 안전 정보가 삼성의 영업비밀이라고 합니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거나, 온몸이 마비되거나, 이틀에 한 번씩 투석을 하거나, 혼자서는 밥도 먹을 수 없는 장애를 입은 피해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병든 몸으로는 일을 할 수 없어서 기초생활 수급자가 되어 가난과 병마의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이 너무 많은데, 박근혜와 최순실 씨가 삼성에게 수백억대에 달하는 뇌물을 받고, 최씨의 딸 정유라에게 삼성이 10억짜리 말을 선물했다는 사실을, 우리 삼성직업병 피해자 가족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박근혜와 삼성재벌이 벌인 비리와 유착은 삼성에서 일하다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들의 피요, 눈물입니다. 직업병 문제만이 아닙니다.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자행되었던 도청, 미행, 감금, 협박, 해고, 납치 같은 불법적인 노무관리에 대해 삼성은 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조를 만들었다고 에버랜드노동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게 가해진 노동탄압과 인권유린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노동자들과 평범한 사람들이 도탄에 빠져 있는 동안 박근혜 정부하에 삼성 이재용씨는 지난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화려한 대관식을 가졌습니다. 이건희에서 이재용으로의 권력승계를 위해 계열사 주가를 조작하고, 온갖 편법, 불법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그 과정은 국민연금이라는 공적기관의 공조 덕분에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수백억대의 뇌물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건내졌고, 그로인한 삼성이 취한 이득은 무엇이었는지, 삼성 이재용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무총리 내정자 김병준 씨에 대해 꼭 언급하고 싶습니다. 김병준 씨는 대표적인 삼성맨입니다. 전 국민에게 재앙이 될 의료민영화를 앞장서 추진한 장본입니다. 더 이상 박근혜는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당장 퇴진하십시오.
박근혜는 퇴진하라!
최순실을 구속하라!
삼성 이재용을 엄중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