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 국제민주연대, 전국금속노동조합,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공동 주최로 토론회를 열어 전자산업 하청노동권의 실태를 다뤘다.
첫 발제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이 국내 삼성 하청업체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를 사례로 들었다. 산성 반도체 납품업체 QTS에서 일하다가 유방암에 걸린 김*순 씨(1955년), 김*정씨(1963년 생)을 소개했다. 그들은 고유해성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이지만, 삼성 제품의 보안을 위해 창문을 여는 것이 금지되었고, 야간근무와 휴일근무도 잦았다. 최근 두 명의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한 삼성전자 납품업체 아모텍 역시 12시간 맞교대와 상습적인 휴일근무로 노동권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그간 삼성 백혈병 사망 노동자의 산재를 인정받기 위한 반올림의 싸움이 지난했던 것처럼, 전자산업 하청노동자의 건강권을 향한 노력도 단시일 내에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며 “그래도 아모텍처럼 독립적인 사업장이고 지역 연대가 가능할 경우 작게라도 변화가능하다는 점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국제민주연대 나현필은 “(공유정옥의)구체적인 사례를 들으니 마음이 무겁다”라며 발제를 시작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등의 아시아 지역 삼성 공장의 실태를 상세히 들었다. 아동노동이 도드라진 문제였다. 중국에서 16세 미안의 아동을 방학 때 인턴이라는 명목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시켰고, 인도네시아에서 직업학교 학생들이 견습생 신분으로 생산현장에 투입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노동운동이 지난 우리나라 80년대 울산처럼 활발한 상태라는 게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었다. 삼성 자체 노동조합은 설립은 여전히 아쉬운 단계라고 소개했다.
질의응답시간에 다함께 소속 김어진은 “삼성전자는 애플 못지않은 제국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국제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금속노조 노안실장은 “치열하게 싸웠음에도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직적인 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공유정옥은 “우리 모두 오랫동안 고민해온 바”라며 동감을 표하고, “노동조합이 있으면 썩어도 준치라며, 노동조합이 없으면 아예 이도 불가능”하다며 삼성의 무노조 정책에 대항해 싸워 오면서 느낀 어려움을 내비치쳤다. “노동운동의 화학적 결합에 대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라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세 번째 발제는 노동자운동연구소 이유미의 <전자산업 노동력 구조와 노동 인권 현실>이었다. 하청업체의 교섭력이 약해 생존전략을 세워야하는 현실과 아모텍도 마찬가지로만 단가 경쟁을 해야 하는 하청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자료로 나눠준 표에 나온 270만원이라는 임금은 생산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관리직 포함한 수입으로 생산직 노동자는 이보다 더 낮고, 전자 산업의 여성의 근속년수도 낮음을 지적했다. “하청업체의 관리의 핵심은 생산의 일체화, 비용부담의 외부화”라며 삼성전자는 “하청시스템을 통해 리스크를 외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문제의식을 밝히며 하청노동자의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금속노조 미비국장 박유순은 최근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들을 경험하며 쌓은 경험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전형적인 위장도급이었으나 문제라는 것을 노동자들이 인지한 것은 얼마 안 되었다고 말했다. 연일 신문에 언급되면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획기적인 방법을 내지 않으면 달라질 방법이 없는 답답한 현실도 털어놓았다. 새로운 대안 전략으로 사회적 협약 제도개선, 정치 세력화 세 가지를 밝히며 하청노동자의 투쟁은 우리 사회의 법과 원칙을 바로 잡는 일임을 강조했다.
전체 토론 시간에는 노동조합을 만들고 원청회사로의 복귀를 주장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은 노동자의 발언과 연대를 통한 문제 해결 방식의 구체적인 안이 궁금하다는 노안담당의 질문이 있었다. 또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있었는지, 주휴수당, 가산임금은 제대로 받고 있는지의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한 궁금함을 표하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는 전자산업 하청노동권에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네 개의 단체가 모여 함께 고민을 나누고 대안을 생각해보고자 만든 자리였다. 고민에 고민이 더하기도 하고, 비슷한 자리에서의 고민이 공유되고 펼쳐지는 자리로 토론회의 성격보다는 집담회의 성격이 컸다.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권을 향해 달리다, 반달 2013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 자리를 마련하고 참여했다. 앞으로 토론회 내용을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알리는 한편, 전자산업 하청 노동자 조직을 지속적인 공동 활동을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