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의 출처 [KBS 파노라마] http://www.kbs.co.kr/1tv/sisa/panorama/vod/view/2179106_68560.html#//
직업성 암 0.01%의 좁은 문
방송일시 : 2013. 8. 9일 (금) 밤 10시 KBS 1TV
연출 : 이지희 PD
글 : 정윤미 작가
세계보건기구는 전체 암 환자 중 최소 4%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 발생하는 암 환자 20만 명 중
단 0.01%만이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고 있다.
“2인 1조로 근무하다 둘 다 백혈병에 걸렸는데, 왜 산업재해가 아니죠?”
- 황상기 ((故) 황유미씨 아버지)
■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환자 황유미와 직업성 암 환자들
2003년, 황유미는 국내 최고라 불리는 반도체 공장에 취직했다. 하지만 1년 8개월 만에 딸은 백혈병을 얻었고, 세상을 떠났다.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딸의 죽음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유미와 함께 2인 1조로 일했던 동료도 유미와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딸의 백혈병이 산업재해일지 모른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다.
2년 만에 나온 산재심사의 결과는 불승인이었다. 유미가 일했던 작업장에서 백혈병을 유발하는 벤젠 등의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황상기씨는 이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듬해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딸이 세상을 떠난 지 4년 만에 승소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다시 항소했다.
2013년 현재, 황상기씨는 여전히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그 사이,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이들 중 직업성 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80명으로 늘었다.
직업성 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울산에 있는 한 자동차 공장에서도 암환자 찾기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56명이 산재신청을 했고 이 중 7명이 산재로 승인되었다.
■ 산재보험이란 무엇인가?
산재보험이란 일터에서 병들거나 다친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1964년에 도입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 제도이다.
산재보험을 관리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근로자가 산재로 인정받으면 산재보험기금에서 치료비 및 요양비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왜 직업성 암은 산재 인정을 받기가 힘들까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자신이 일터에서 병에 걸렸음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암의 경우, 일반 상해와 달리 질병의 유발 원인이 다양하고 잠복기가 길어 명확한 발병 원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근로자는 업무에 관련된 자료에 접근이 차단된 경우가 많고, 과거에 일했던 작업장들이 환경을 개선하거나 폐쇄되면 과거 작업 환경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는지를 입증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다보니 노동계는 의학적, 과학적으로 발병인자와 질병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 입증을 조건으로 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 제도에 문제를 제기한다.
■ 높은 직업성 암 산재 승인율의 프랑스
“직업성 암은 유일하게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다.”
직업성 암의 산재 승인율은 우리나라에 비해 프랑스는 45배, 독일은 26배 높다.
프랑스의 경우 이미 1919년부터 암을 직업병이라고 인식하고, 직업병 목록에 암을 포함시켰다. 직업병 목록에 기재되어있는 직업성 암과 유발인자의 종류 또한 우리나라에 비해 다양해, 그 동안 프랑스에서는 근로자들이 자신의 암이 직업병일지 모른다고 의심해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직업병이 의심되는 근로자는 회사의 산재의사를 통해 산재신청을 할 때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기업이 의무적으로 발암물질을 사용한 노동자의 의료기록을 50년간 보존할 의무가 있고, 이 의료기록을 통해 노동자들은 퇴사 후에도 본인의 암이 작업환경과 관련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미가 세상을 떠난 지 6년.
하지만, 유미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여전히 딸의 병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대한민국 근로자, 2600만명.
만약 당신이 일터에서 암에 걸렸다면 당신은 어떤 과정을 겪게 될 것인가
우리사회는 아픈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