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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박지연씨 추모 행위는 무죄다!
- 고 박지연 사망 항의 시위 유죄 원심을 뒤집고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지난 4월 26일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박지연씨 추모 및 항의시위에 대해 유죄를 내린 원심 판결을 뒤집고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파기환송 결정의 이유는 추모행위가 ‘미신고 옥외집회에 해당한다’는 원심판결은 정당하지만, ‘미신고 옥외집회라도 공공질서에 명백한 위험이 없다면 해산명령불응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 박지연씨의 추모행위를 48시간이전에 미리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하여 유죄를 인정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나, ‘미신고라는 이유만으로 해산할 수 있다면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가 허가제처럼 운용되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파기환송 결정에 대해서는 환영한다. 이번 판결로서 무분별한 해산행위와 마구잡이 연행과 처벌을 일삼은 부당한 공권력행사에 조금이라도 제동이 걸리길 바란다.
2010년 4월 2일 반올림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방사선 등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백혈병을 얻은 후 힘든 투병생활을 끝에 2010년 3월 31일 사망한 고 박지연씨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어떻게든 세상에 알려야 했다. 그래서 그녀의 죽음이 준 충격과 슬픔에 헤어날 길 없는 유족을 대신하여 3일장 마지막날인 4월 2일 발인일에 반올림 회원 4명과 연대단체 소속 3명은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조용히 추모피켓을 들고 거리를 나섰다. 하지만 수많은 경찰에 에워싸여 서울성모병원 밖을 단 한 걸음도 나오지 못했다. 추모피켓을 접고 한명씩 뿔뿔이 흩어진 후에야 7명은 삼성본관앞에 다시 모일 수 있었다.
삼성본관은 고 박지연씨를 백혈병으로 사망케 한 ‘삼성’의 상징적인 장소이자 삼성의 이건희와 경영진들이 있는 곳이다.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삼성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삼성 경영진에 대한 처벌과 책임을 법과 공권력이 캐묻기는 커녕, 고 박지연씨의 죽음을 애도하고 알리기 위한 피켓 시위자들에 대해 대한민국 경찰은 삼성을 호위하며 단 5분만에 날림으로 해산명령을 하고 잽싸게 연행해갔고 7명 모두에게 각50~70만원의 벌금형 처벌을 내렸다.
이에 이의를 제기한 6명은 민주노총 법률원에 변호를 의뢰하여 지난 2년간 서울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을 거쳐 무죄임을 주장하며 법정에서 다투었으나, 원심과 항소심에서는 미신고 주최의 죄와 해산명령불응죄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가 이번 대법원에서 해산명령불응죄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판결문에서는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시위를 비롯한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집회의 자유는 개인이 국가권력의 개입이나 강제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에 속한다. 따라서 헌법 제21조 제2항이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듯이 집회에 대한 허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고,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 역시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될 수 있으며, 특히 집회의 해산은 원칙적으로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13846 판결 등 참조)」 는 판결을 인용하면서 ‘미신고’라는 사유만으로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므로 부당하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앞서도 밝혔듯이 완전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니다. 고 박지연씨의 발인날 그녀를 추모하고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행하여진 추모행위에 대해 ‘알리는 것’이 그 목적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순수한 추모의 행위를 벗어나 집시법(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에 신고대상이 되는 시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집시법에 따라 48시간 이전에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신고 집회로 인한 처벌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평화로운 시위 마저도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은 법이 현실의 정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삼성의 사회정치적, 경제적 지배력이 법보다 우선하는 세상에서 삼성반도체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박지연씨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는 방법은 많지 않다는 현실은 고려되지 않았다. 또한 48시간이전에 신고를 해야한다는 것은, 박지연씨의 사망을 미리알고 집회신고를 했어야 한다는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녀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발인 당일 추모 시위를 한 것이 처벌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정의와 거리가 멀다.
박지연씨의 추모시위자들은 죄가 없다.
박지연씨를 죽음으로 내몬 삼성 경영진들과 권력에 빌붙어 약자를 탄압한 공권력이야말로 진정한 처벌 대상이다.
2012. 5. 7.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첨부>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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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1부
판결
사 건 2011도6294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 피고인1 외 5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장종오(피고인들 모두를 위하여)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5. 12. 선고 2010노4708 판결
판결선고 2012. 4. 26.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00병원에서 행진한 행위와 관련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은 제2조 제2호에서 '시위란 여러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집회의 개념에 관하여는 아무런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집시법에 의하여 보장 및 규제의 대상이 되는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하여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도1649 판결 등 참조). 한편, 집시법 제15조는 관혼상제 등에 관한 집회에는 옥외집회의 경우 사전에 신고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는 집시법 제6조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여 보면, 관혼상제에 해당하는 장례에 관한 집회가 옥외의 장소에서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그 집회에 관해서는 사전신고를 요하지 아니하나, 예컨대 그 집회참가자들이 망인에 대한 추모의 목적과 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노제 등을 위한 이동, 행진의 수준을 넘어서서 그 기회를 이용하여 다른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하는 행위에까지 나아가는 경우에는, 이미 집시법이 정한 시위에 해당하므로 집시법 제6조에 따라 사전에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할 것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삼성전자 주식회사 온양공장에서 근무하였던 박지연씨가 성모병원에서 백혈병으로 투병하다가 사망하자,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라는 단체가 성모병원으로부터 서울 서초동 소재 삼성전자주식회사 본관까지 행진한 후 삼성전자주식회사 본관을 돌며 삼성의 책임을 묻는 행사를 망인의 발인일에 개최하기로 계획한 사실, 망인의 유가족들이 발인을 위하여 망인을 모시고 장례식장에서 화장장으로 떠난 후 위 단체의 회원인 피고인1, 피고인2, 피고인3, 피고인4는 미리 준비하여 온 ' 고 박지연씨의 죽음은 삼성에 의한 타살이다'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노동자 생명 앗아가는 삼성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나누어 들고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후 열을 지여 삼성본관을 향하여 행진을 시작한 사실, 위 피고인들은 성모병원 정문에 이르러 행진을 막으려는 경찰과 대치하다가 자진해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피고인들의 위와같은 내용의 현수막 등을 든 채 일렬로 장례식장 앞에서 성모병원 정문까지 행진한 행위는 망인에 대한 장례식이 이루어지는 기회를 이용하여 망인에 대한 순수한 추모의 범위를 넘어서서 다른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하는 행위에까지 나아간 것으로서, 이는 이미 집시법이 정한 '시위'에 해당하여 집시법 제6조에 따라 사전에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위 피고인들이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시위를 주최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조치는 그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 원심 판결에는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사실인정을 하거나 집시법이 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해산명령에 불응한 행위와 관련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은, 신고를 하지 않은 집회 또는 시위의 참가자가 3회에 걸친 해산명령을 받고서도 지체없이 해산하지 않았다면, 그 집회 또는 시위 자체가 평화롭게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신고를 하지 않은 집회 또는 시위인 이상 집시법이 정한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전제하여, 그 판시와 같은 피고인들의 삼성본관 인근에서의 집회와 시위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3회에 걸친 해산명령에도 지체없이 해산하지 아니하여 집시법을 위반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집시법은 제6조 제1항, 제20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24조 제5호에서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에 대하여 일정한 사항을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도록 하여 신고의무를 부과하면서, 이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는 관할 경찰서장이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산을 명할 수 있고, 그 해산명령을 받고도 지체없이 해산하지 아니한 참가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집시법이 옥외집회 및 시위에 관하여 위와 같은 사전신고제를 둔 취지는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미리 예방하는 등 공공의 안녕질서를 함께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데 있다(대법원 2008. 10. 28. 선고 2008도3974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시위를 비롯한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집회의 자유는 개인이 국가권력의 개입이나 강제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의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에 속한다. 따라서 헌법 제21조 제2항이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듯이 집회에 대한 허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고,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 역시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될 수 있으며, 특히 집회의 해산은 원칙적으로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13846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가치와 기능, 집회에 대한 허가 금지를 선언한 헌법정신, 앞서 본 신고제도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신고는 행정관청에 집회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질서의 유지에 협력하도록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는 것이지 집회의 허가를 구하는 신청으로 변질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신고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헌법의 보호 범위를 벗어나 개최가 허용되지 않는 집회 내지 시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가 미신고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명령의 대상으로 하면서 별도의 해산요건을 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위 조항에 기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고, 이러한 요건을 갖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만 집시법 제24조 제5호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미신고라는 사유만으로 그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므로 부당하다.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2호를 위와같이 제한하여 해석하더라도, 사전신고제의 규범력은 집시법 제22조 제2항에 의하여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2)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이 피고인들의 집회 및 시위가 미신고 집회 및 시위인 이상 집시법이 정한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부당하고, 원심으로서는 나아가 피고인들의 집회 및 시위로 인해 타인이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는지 여부에 관해 심리, 판단한 다음, 그에 따라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들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행위가 집시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결국 이 부분 원심판결에는 집시법의 해산명령불응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위와같이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해산명령불응의 집시법 위반 부분은 피고인들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나아가 판단할 필요없이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피고인1, 피고인2, 피고인3, 피고인4에 대해서는 위 해산명령불응의 집시법 위반 부분과 앞서 본 미신고 집회 및 시위 주최의 집시법 위반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1개의 형을 선고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므로, 위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도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3. 결론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안대희, 김능환, 이인복
주심 대법관 박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