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은 법원의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인정 판결을 지금 당장 수용하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 인정 판결이 반복되는데도 근로복지공단은 또다시 항소할 것인가? 22일, 근로복지공단 국정감사에서 공단 이사장은 항소포기 약속하라
10월 1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2009년 백혈병으로 숨진 고 김경미씨(29세)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산재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망인이 근무한 기흥공장 2라인에서 사용한 화학물질 중에 백혈병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을 포함한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백혈병이 발병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판결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11년 6월 23일 있었던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유미(23세), 고 이숙영씨(30세)의 경우에도 법원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근로복지공단은 이러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당시 항소를 막기위해 피해자 가족들과 반올림은 산재인정판결의 기쁨도 뒤로하고 공단앞에서 농성을 하고 어렵게 공단 이사장 면담까지 하면서 “제발 항소만큼은 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그러나 공단보다 먼저 항소의사를 밝힌 삼성전자는 항소제기기간중에 근로복지공단을 만났고, 그 뒤 근로복지공단은 항소의견을 검찰에 전달했다. 이후 현재까지 2년 4개월이 넘도록 삼성전자가 공단의 보조참가를 하면서 항소심 재판 진행 중이다. 2007년 6월에 근로복지공단에 첫 산재신청을 한 황유미씨의 유족의 경우는 벌써 6년 4개월째 산재여부를 다투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산재인정을 한번 받기위해서 6년이나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산재보험법 제1조에는 신속한 보상을 통해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을 관장하는 근로복지공단이 앞장서 산재보험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은 그동안 업무상 질병에 대하여 높은 수준의 증명책임을 노동자에게 부과하여 왔다. 백혈병 등 잠복기를 수년간 거치는 암의 경우 과거 수년전의 작업환경에서 어떤 물질에 얼마만큼 노출되었는지를 증명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일부자료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이 여전히 병의 원인을 밝힐 수 없는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여 불승인을 남발하고 공단의 산재인정 판결에 다시 항소를 한다면 근로복지공단은 그 존재이유를 저버리는 쪽을 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우리는 근로복지공단에게 간곡히 요청한다. 18일 법원으로부터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받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김경미씨 유족급여 사건에 대하여 공단은 항소를 하지 말고 즉각 산재인정 판결을 수용하라.
더불어 22일 예정된 근로복지공단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루어져야 한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해 수년째 외면만 해온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이제라도 항소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통해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것이다.
2013. 10. 21.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