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_20180202(배포)_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_정보공개판결_논평.pdf
<삼성전자 온양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정보공개 판결에 대한 논평>
대전고등법원은 2018년 2월 1일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허용석)는 위 사업장에서 근무중 사망한 故이 OO씨의 유족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비공개처분취소송에서, 2007 년부터 2014년까지 반도체 생산라인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중 인적사항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명하는 원고 일부승소판결을 하였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노동자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보장하지 않아왔던 정부와 삼성전자에 대한 법원의 엄중한 경고라고 평가하며 환영한다.
故이OO씨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근무중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2014년 8월 1일 사망 했다. 고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고인이 근무하던 기간 동안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하였으나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해당 사업장 관할 지청)은 “위 정보가 정보공개법상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지만 핵심 정보는 여전히 비공개된 채 일부 자료만이 공개되었고, 원고는 다시 이에 불복하여 2016년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지만 제1심 법원 또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제1심 법원(대전지방법원 2016구합100927)은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의 내용을 통해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종류·사용량·구성성분 관련 정보 등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정보는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며 이러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이다.
하지만 제2심 재판부(본 사건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이를 모두 뒤집고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기재된 근로자명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재판부는 “작업환경
측정결과보고서의 공개를 통해 해당 작업장의 공정 및 어느 지점에서 유해화학물질 등의 유해인자
가 검출되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은 망인을 비롯하여 해당 작업장의 전· 현직 근로자들의 안전 및 보건권의 보장, 나아가 해당 작업장이 위치하고 있는 인근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의 건강 등의 가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라고 설시하면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가 근로자의 생명·신체·보건을 위하여 공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의 대상 정보 중 특히 문제가 된 유해인자 측정위치도의 공개여부와
관련하여, 재판부는 “측정위치도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개략적인 도면 위에 유해인자 등의 측정위
치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고 그 자체로는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7호 소정의 ‘법인 등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측정위치도와 다른 자료들을
함께 본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공정간 배열, 각 라인에 대한 설비의 기종 및 보유대수, 생산능력, 반도체 후공정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효과 등의 정보 등이 알려진다고 볼 수
없다”고 설시하여 측정위치도가 근로자의 생명·신체·보건과 직결된 정보로서 공개되어야 할 필요성
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은 위해 발생의 추상적·주관적 발생 가능성만이 존재한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을 배척한 설시 부분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을
포함하여 반도체 사업장의 경우 화학제품의 사용으로 인해 사업장 내의 공기 중으로 황산,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의 유해인자, 방사선 등이 누출될 수 있고, 그로 인해 근로자들의 신체․건
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됨은 그와 관련된 최근의 보고서, 논문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알려진 사실이
다. 또한, 2000년대 후반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엘시디(LCD) 생산 공정에서 일하던 근로자들
이나 유족들이 직업병 등을 이유로 수 십 건의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하고, 관련 소송을 제기하였던
사실도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고 설시하였다. 이는 반도체 사업장의 유해성 주장이
단순한 ‘가능성’ 혹은 ‘가설’에 그치지 않음을 확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공장 내부의 유해물질 노출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다. 따라서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에게는 이 보고서가 자신들의 직업병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중
요한 자료였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는 이 보고서의 공개를 거부해 왔다. 삼성반도체 직
업병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10여 차례에 걸쳐 이 보고서의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등은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보고서의
전부 혹은 일부의 제출을 거부해왔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자인 고 김기철 님의 소송에서 고인
이 근무했던 사업장(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전문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문서제출명령’까지 나왔으나,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이 2017년 10월 보고서의 핵심 내용(측정 대상 공정)이 모두 삭제된 일부만을 제출한 것은 현재의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번 사건은 반도체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가 공개되어야 함을 명확히 한 첫 사례이다. 또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의 의의를 설시하고 공개의 범위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을 하였다는 점
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고용노동부는 위 판결에서 인정한 공개 범위를
기준으로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노동자가 해당 물질과 안전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으면 질병과 사고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작업 중 화재나 폭발,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주민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정보공개법이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도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하도록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의 취지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등 사업장 안전보건자료에
대한 알권리 보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18년 2월 2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