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협력업체 메탄올 사고에 대한 삼성의 대응 규탄 성명]
삼성은 언론홍보로 문제를 호도하지 말고, 피해회복과 안전보건관리에 힘을 써야한다!
오늘(2023년 3월 29일) 오전 한국과 국제 시민단체들이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협력업체 메탄올 중독 사망 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후 가장 빨리 보도된 기사는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는 삼성의 입장에 대한 보도였다. 이 보도를 받아쓰는 언론기사들이 포털을 채우고 있다.
삼성은 순진한 얼굴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이 사고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국제사회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규범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구매윤리를 준수하고 공급망 안전보건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열심히 선전하고 있다.
삼성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협력회사 운영과 관리에서 ‘글로벌 구매 행동규범을 기반으로 구매통합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여기에는 ‘위험 관리’가 포함되어 있다. ‘글로벌 규범을 반영한 협력회사 행동규범을 협력회사에 공유하여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이 규범에는 5대 운영 정책으로 ‘노동인권’, ‘안전보건’, ‘환경보호’, ‘윤리경영’, ‘경영시스템’을 제시하고 있다. 협력회사 종합평가에도 ‘환경안전’을 중요한 사항으로 꼽고 있다.
이런 삼성의 선전과 달리, 협력업체는 냉각용 알콜을 새롭게 사용하면서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았다. 설비차폐도 환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냉각용 알콜은 얼굴과 몸으로 마구 튀어 노동자들을 중독시켰다. 새 알콜을 쓰자마자 많은 노동자들의 건강이상이 발생했지만, 회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혼수상태로 입원하는 피해자가 발생한 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알콜의 독성을 의심한 피해자 가족이 알콜을 독극물 관리소에 보내어 문제가 밝혀지게 된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 사업장의 유인 공정에서는 메탄올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협력사들도 무인 자동화 공정 등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메탄올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교육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뉴스타파 보도는 삼성전자의 협력사에서 메탄올이 위험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고는 베트남 판 ‘메탄올중독사고’이기도 하지만, 베트남 판 ‘삼성직업병 사태’를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메탄올이 신경독성 물질이라 짧은 기간에 집단적으로 발병해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 것 뿐이다. 뉴스타파의 보도는 삼성전자와 협력사가 반도체 공장처럼 유독화학물질을 많이 쓰고, 더욱 위험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은 문제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노력보다는 문제를 감추고 호도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 오늘 삼성의 대응을 보니,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 우려스럽다. 삼성은 언론홍보로 문제를 호도하지 말고, 그 힘을 피해회복과 안전보건관리에 쓰기 바란다. 한국에서 벌어졌던 메탄올 중독사고의 재발은 막지 못했지만, 이미 발생하고 있을 삼성직업병 사태가 크게 불거지기 전에 삼성이 문제해결에 나서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3년 3월 29일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