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인선 (2)
해변의 묘지
발레리 저 김현 역 민음사
폴 발레리(Paul Valéry)는 1871년 10월 30일 세트 (에로)에서 태어나 1945년 7월 20일 파리에서 사망한 프랑스의 작가, 시인, 철학자이다. 발레리는 남부 프랑스의 세트에서 출생하여 몽펠리에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였으나, 건축·미술·문학에 뜻을 두었다.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프랑스 스트라스브르대학교 수학. 서울대 불문과 교수 역임. 저서로 '존재와 언어' '상상력과 인간' '현대 한국문학의 이론' '한국문학사' '책 읽기의 괴로움' '문학사회학' 등이 있다.
알맹이들의 과잉에 못 이겨
방긋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아,
숱한 발견으로 파열한
지상의 이마를 보는 듯하다!
너희들이 감내해 온 나날의 태양이,
오 반쯤 입 벌린 석류들아,
오만으로 시달림받는 너희들로 하여금
홍옥의 칸막이를 찢게 했을지라도,
비록 말라빠진 황금의 껍질이
어떤 힘의 요구에 따라
즙든 붉은 보석들로 터진다 해도,
이 빛나는 파열은
내 옛날의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스런 구조를 꿈에 보게 한다. --- p.74
바람이 인다!..............살려고 애써야 한다
세찬 마파람은 내 책을 펼치고 또한 닫으며,
물결은 분말로 부서져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날아가거라, 온통 부서진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뛰노는 물살로 부숴 버려라
돛배가 먹이를 쪼고 있던 이 조용한 지붕을 --- p.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