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가게들이 변하고 있다. 배달 등의 서비스와 친절은 기본이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발길을 끈다. 역외의 대형마트, 슈퍼마켓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고사위기에 처했던 동네가게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작고 불편했던 동네가게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고객 가까이 다가서면서 고객 반응 또한 좋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에 최근 문을 연 '원마트'는 바깥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귀에 익숙한 대중가요부터 팝송, 클래식음악까지 다양하다. 매장이 120㎡에 불과해 대형마트의 크기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이지만, 생필품 종류나 서비스는 대형마트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용우 사장의 설명이다.
이 사장은 "품목이 다양하고 다른 원마트 사장과 공동구매를 통해 농산물이 싸고 싱싱하다"며 "조만간 산지구매해 가격을 더 낮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원마트는 대구에만 50여개 점포가 영업하고 있다.
영업시간도 대형마트에 비해 길다. 오전 8시 개점, 밤 12시 폐점한다. 수성구 일대는 배달까지 해준다. 직원들에게 수시로 서비스 교육을 시킨다. 아직 공식 개점식도 열지않았는데 인근에 입소문이 나면서 예상 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사장은 "동네가게들이 가진 최대 강점은 친절과 배달이다. 손님들에게 동네가게의 강점만 제대로 인식시켜준다면 외지유통업체와의 경쟁은 해볼만한 승부"라고 말했다.
정육점도 최근 빠르게 현대화되고 있는 분야다. 범어네거리에서 남부정류장네거리 사이의 대로변에 있는 '참스런 한우'는 최근 변하고 있는 정육점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넓은 매장에 사장과 직원 모두 20~30대다. 박찬규 사장은 "기존 작고 고기만 판매하는 정육점 수준을 벗어난 매장을 선보이고 싶었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주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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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 배달 등을 동네가게의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 '원마트'의 이용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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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며 매장을 '쇠고기숍'이라고 불렀다.
다양한 가격대의 육류는 물론 돈가스 등 고기로 만든 제품, 삼겹살 등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채소류도 갖췄다. 고향인 예천군 산지에서 직접 가져와 가격이 저렴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세일을 하는 것도 이 점포만의 장점이다. 박 사장은 "다른 홍보를 일절 하지 않고, 그 비용 대신 세일기간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친절과 정직을 점포 운영의 모토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단골이 많이 생겼다. 박 사장은 "손님들이 한 번 먹을 분량이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듯이 일주일씩 먹을 고기를 구입해간다. 앞으로 직원을 늘려 배달까지 할 것"이라며 더 나은 서비스 개발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로 시장에 있던 과일가게들이 아파트 상가 등에 둥지를 틀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도 눈에 띈다. 대구지역 프랜차이즈인 과일전문점 '아지야'는 현재 만촌점, 황금점 등 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수성구 만촌동 메트로팔레스 단지 상가에 자리잡은 만촌점은 이마트 만촌점과 마주보고 있는데도 탄탄한 단골층을 자랑한다. 아지야의 최대 강점은 배달이다. 아지야 만촌점 관계자는 "채소, 음료 등 더 장을 볼 것이 있을 때는 다른 장까지 봐서 같이 배달해준다"고 말한다.
아지야는 직원이나 제품도 차별화돼 있다. 상호 그대로 총각들만으로 구성돼 있고 과일도 고급만 판매한다. 제품은 매천시장, 칠성시장에서 40% 구입하고 나머지는 산지에서 직접 구매한다. 최고급품만 엄선해 가격은 약간 비싸지만 믿고 먹을 수 있다. 아지야 관계자는 "대형마트처럼 단순히 팔고 사는 관계가 아니라 아지야는 정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앞으로 가맹점을 늘려 대구 토종브랜드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