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작은책방에 커피향이 가득 퍼진 날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커피트럭 '풍만이'....
이날 행사는 정원 30명을 정해놓고 시작했는데요...숲속 행사 중에 처음으로 회비 1만원을 받은 행사라
마음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만...영화상영료와 여러 종류의 커피 시음이 있기에 그냥 진행을 했어요.
사실 회비를 받으면, 꼭 오고 싶은 분이 못오게 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을까봐...좀 조심스러운 마음이지요.
커피 여행자 이담 님과, 커피 트럭 풍만이가 함께 보낸 길 위의 삶을 일 년 동안 따라가며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 커피 로드".
아직 정식으로 극장 상영을 하지 못하고, 일단 이렇게 들고 다니며 지역마다 소규모 공동체 상영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아, 좋네요 !!
흑백 영화고, 조금 정적인 분위기라 혹시 졸리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ㅎㅎ....
영화의 완성도가 높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무엇보다, 커피 없이는 절대 볼 수 없는 영화더군요...
영화는 드립퍼에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빵이 부풀어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동시에 책방 주방에서는 이담 님이 직접 드립으로 내리는 커피 소리가 쪼르르르.....
화면 가득 커피 한 잔이 클로즈업 될 때, 책방 가득 커피향이 퍼져가고 우리는 커피 한 잔씩을 받아 들고
영화를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이건 뭐 3D를 넘어 가히 4D 영화의 수준...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멋진 체험이었네요.
커피 여행자의 바람같은 삶, 화면 가득 흔들리는 길..길...
우리는 모두 여행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 되었습니다.
70분..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책방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기울어가는 저녁 햇살 끝자락, 트럭 앞에 앉아 커피 이야기를 나누며
책방지기가 아침부터 열심히 준비한 샌드위치와 함께 커피를 마십니다.
이 순간의 아름다움, 저녁 햇살과 바람 그리고 커피향...
마음 속에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참 행복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제가 속해있는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충청지부 도서관 관장님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제천기적의도서관, 제천 내보물1호도서관, 제천 한울타리도서관, 세종초록우산어린이도서관,
청주 초롱이네도서관, 괴산 솔멩이골작은도서관.
그리고 제천기적의도서관에 계시다 지금은 수원문화재단으로 옮겨가신 최진봉 관장님까지...
같은 길 가는 동료들의 응원과 격려가 고맙습니다.
북콘서트나 음악회처럼 크고 화려한 행사도 좋지만
이렇게 20-30명 내외 작은 행사들이
참 따뜻해서 좋습니다.
영화 상영과 맞춰 발간한 책 <바람 커피 로드> 책도 모두들 구매해 저자 사인을 받고....
7시가 되어서야 행사는 모두 끝났습니다.
진행하는 입장이라 행사 때문에 분주해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게 조금 아쉽고요..
언제 조용한 시간, 혼자 집중하고 앉아서 영화에 푹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이 바쁜 시간에도...
나비는 짐짓 모른 체 주방 한 켠에서 잠에 빠져 일어날 줄 모릅니다.
아마도 커피향에 진한 수면제 기운이 들어있는 걸까요...
나비의 꿀잠 속에서 나도 한 마리 냥이가 되어 꼬리를 치켜 세우고 사뿐사뿐 담장 위를 걸어가고 싶습니다.
추억 돋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