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주의와 단편적인 지식에 집착하고 있는 현대의학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고 ‘면역력’에 귀를 기울이라고 주장하는 니가타대학 의학부 대학원 면역학교실 아보 도오루 교수는 2000년에 미국의 소화기의학전문잡지인 ‘Digestive Disease and Sciences’에 위궤양의 원인이 위산이나 헬리코박터 파이로이균이 아닌 백혈구 중 과립구의 과다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학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고 면역에 대한 새로운 학설을 논문으로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킨 화제의 인물로 현재까지 발표한 영어논문만 200편이 넘을 정도다.
아보 도오루 교수는 “현대의학이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지나친 분석주의와 단편적인 지식에 대한 집착, 약물 남용과 환자의 심리상태에 대한 경시로 집약될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은 그 부정적인 영향이 작게는 환자 개인의 고통에서 크게는 인류 전체의 건강에 대한 위협이란 문제로 확장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합’과 ‘균형’의 입장에서 인간의 본래적인 생체의 ‘자기방어’와 ‘자연치유능력’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현대의학의 근본적인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그가 인간의 신체와 질병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에 보다 근접할 수 있었던 계기는 1996년 ‘백혈구의 자율신경지배 법칙’의 발견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길항상태에서 조절되고 있다. 교감신경은 사람이 흥분한 상태에서 작용하는 신경이며 부교감신경은 안정을 담당하는 신경이다. 이 두 신경의 길항상태가 만들어내는 자율신경이 우리 몸에 있는 대부분의 세포들의 활동을 지배하며 백혈구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것. 그런데 교감신경이 우위에 놓이면 백혈구의 과립구가 증가하고 부교감신경이 우위에 놓이면 백혈구의 림프구가 증가한다. 다시 말해 자율신경과 백혈구 사이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백혈구는 혈액 1㎣당 5000~8000개 가량이 들어있고 그 중 약 95%가 ‘과립구’와 ‘림프구’다.
과립구와 림프구 둘 다 적으로부터 몸을 지키지만 작동하는 방법은 각각 다르다. 과립구는 진균이나 세균, 오래돼 죽은 세포의 시체 등 사이즈가 큰 이물질을 먹어치워 처리하는 일을 담당하며 백혈구 전체의 54~60%를 점유하고 있다.
과립구는 긴급할 경우 2~3시간만에 보통의 2배로 늘어날 정도로 증식능력이 대단히 높은데 예를 들어 상처를 입어 조직에 염증이 발생하면 과립구가 1~2만개/㎣에 달해 백혈구 전체의 90%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립구는 삶을 지속하는 유전자를 갖지 못해 체내 세포 가운데서 가장 수명이 짧아 2~3일 만에 죽어버려 하루에 50% 가량의 세포가 교체된다.
이는 바깥의 적에 대비해 전력을 효율성 있게 보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단명한 과립구는 역할을 다하면 조직의 점막으로 돌아와 활성산소를 방출하면서 죽는다. 활성산소는 만병의 근원이자 노화를 일으키는 원흉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활성산소가 강력한 산화력을 갖고 있어 정상적인 세포를 파괴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활성산소의 독성을 중화시키는 구조가 있어 과립구의 비율이 정상적인 범위안에 있으면 이 구조가 작동돼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큰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과립구가 지나치게 많아져 활성산소가 과잉 방출되면 자력으로 중화할 수 없어지고 체내의 여기저기서 광범위한 조직 파괴가 발생하게 된다.
림프구는 바이러스 같은 미소한 이물질이나 암세포를 공격하는 작용을 한다. 림프구도 과립구와 마찬가지로 너무 많아지면 좋지 않다. 알레르기질환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자율신경 내의 교감신경이 우위를 점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과립구가 반응해 숫자가 늘어나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이 우위를 점해 아세틸콜린이 분비되면 림프구가 반응해 숫자가 늘어 활성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