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은 수능시험일 이자 지난 9일 현장실습 과정에서 사고를 입고 19일 사망한 故 이민호 군의 18번째 생일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여느 학생들과 같이 수능시험을 치루고 친구들과 생일축하파티를 즐기고 있을 특별한 하루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군은 차가운 냉동실에 여전히 시신으로 남겨져 있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늦었지만 애도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현장실습생들의 사망, 자살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함에도,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을 바꾸는 데 노동당으로서 아무런 힘도 보태지 못했던 무능함을 사죄한다.
이군은 제이크리에이션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의 상하작동설비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이 군은 열흘만인 19일 끝내 가족과 친구들을 뒤로하고 숨을 거뒀다. 그동안 이군을 비롯한 동료실습생들은 하루 12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가장 위험한 노동현장에 투입되었다. 이번 사고는 현장실습제도만 효율적으로 관리했다면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였고 당연히 방지할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더욱 아픔이 크다.
2011년부터 거의 매년 현장실습생들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현장실습생의 사망 사고와 올해 1월 전북 전주 통신사 고객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고 등으로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사실은 이미 사회적으로 드러나기까지 했다. 지난 8월에는 정부에서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기까지 했지만, 이번에 사고를 당한 이 군의 죽음은 정부의 개선안이 공염불에 불과했음을 보여줄 뿐이다.
사고 이후 지난 24일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고의 책임을 회사측에 전가시키고 실제적으로 학생을 관리·보호해야할 교육청과 학교에 대해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은 빠져있다. 더군다나 파견형 현장실습제도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의지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서울시는 70여개 전체 특성화고에 전담 취업지원관을 배치하고 있다. 지원관은 실습현장 배치 전 학생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당하지 않도록 노동상식 및 인권교육과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업무 배치 및 사업장 위법여부를 확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이석문교육감은 2015년 기존에 운영되던 취업지원관제도를 2년 근무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피하고자 모든 학교가 반대하는 의견도 무시하고 취업지원관 해고와 제도폐지를 강행하였다. 결국 현장실습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교육청이 이번 사망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이제는 “왜 실습하다 죽어야 합니까”라고 절규하는 현장실습생들의 분노와 외침에 답을 해야 한다. 왜 생애 첫 노동을 경험하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일까? 그 원인은 바로 고등학생의 신분인 현장실습생들의 열악한 지위를 악용한 업체들의 불법적인 착취를 일상화, 구조화하는 현재의 현장실습 제도에 있다. 또한, 현장실습 제도가 현장실습생들의 직무 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말 잘 듣고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장치로 활용되는 대한민국의 비정한 노동 현실에 있다.
11월 22일 전국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과 현장 실습생으로 이뤄진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는 서울 중구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제주 실습생 사망 사건 관련 문제점 브리핑’을 진행하고 “안전 대책 없는 실습업체, 관리 감독 무책임한 교육당국이 고3 실습생을 죽였다”라고 비판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왜 실습하다 숨져야 합니까”
이제 우리는 답해야 한다.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란 희망고문을 즉각 폐지하고 “생애 첫 노동을 인간답게”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2017년 11월 27일
노동당 제주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