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의『소금』을 읽고...
*- 김 나 경 -*
소금이라는 책을 급하게 구입해서 속독으로 읽었다.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유추할 수가 없어 궁금증이 컸다. 소금이라고 하면 짠 맛, 우리에게 늘 가까이 있어 귀한 줄 모르는 것,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조미료, 항상 필요한 것. 이런 의미들이 먼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 나가니 염부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 되는데, 염부의 내용이기 때문에 소금이라고 제목을 지은 거구나 생각했다. 소금을 다루고 있기는 했으나, 전혀 유추 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찾는 시우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공감 가는 내용들이었다. 아버지는 나의 존재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분으로 각인되어 있었으므로 늘 엄마와 소통을 하였고, 모든 결정을 하고, 아버지와는 대화조차 나누지 않고 지나온 세월들이었고, 임종하시겠다는 연락을 받고도 뵙지 않고 떠나시게 했었다.
내용은 잔잔한 드라마처럼 흘러가면서도, 강한 인상을 주었고 많은 반성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직설적인 비판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나에게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존재였다는 것이다. 고은 눈길 한 번 주신 적 없고 다정하게 이름 한 번 불러 주신 적 없는 아버지를 오랫동안 생각하게 했다.
아버지가 가족들을 버리고 가출하는 것을 보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늘 가족에게 헌신하느라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아버지가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결미가 해피엔딩이 아닌 것도, 어쩌면 현실적인 메시지를 나에게 던져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모든 아버지들의 모습 같았다. 그리고 또, 소금을 인생에 빗대어 말한 구절이 생각난다.
소금에는 모든 맛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 중에 쓴맛은 어둠이라고 했다. 아버지들은 소금의 쓴맛만 느끼며 살고 계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런 아버지 때문에 소금의 단맛만 느끼며 살아왔을 것이다. 아버지가 번 돈으로 무엇을 사고, 먹고, 공부하면서 말이다.
또 생각나는 부분은 시우가 아버지와 어머니도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는 부분이다. “우리는 아빠와 엄마라는 그 이름 때문에 당연히 사랑받아야 마땅한 것이라고 여긴다”고 쓰여 있다. 그렇다. 대게의 자식들이 부모님을 사람으로, 한 여자와 한 남자로 본 적이 없을 것 같다. 부모이기 때문에 나를 위해 등록금을 내주시는 것도, 날 사랑해주고 날 예뻐해 주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 세상의 아버지들도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라고 탁탁탁 세 번 두드려주고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