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국원자력연구원을 해체하고 새로운 연구 기관으로 재편해야
- ‘폐기물 무단폐기 등에 관한 특별검사 최종 결과’ 발표에 부쳐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다. 1934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과학의 날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모든 국민 생활의 과학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제정되었다 한다. 과학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으나 그 무엇보다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윤리적, 사회적 책임이 더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과학계의 현실은 처참하다.
청산해야 할 적폐의 하나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1959년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막대한 예산(한 해 예산 5천여억 원)과 인력(박사급만 1,500명), 특권적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감사나 평가, 규제는 거의 받지 않는 등 특혜를 받아 왔다.
원자력진흥과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이름으로, 보안과 기밀이라는 이유로 연구원의 연구와 활동 전반은 베일에 싸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부정과 비리, 불법 행위들이 적발되지 않은 채 관행으로 남았다.
작년부터 국정감사 등을 통해 조금씩 드러난 연구원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26년여에 걸친 밀반입, 내부 제보로 의한 방사성폐기물의 무단 매립과 반출, 오염수의 하수구 방류, 불법 소각과 기기의 불법 매각, 기체 방사성 물질 배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법을 저질러왔다.
어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국원자력연국원의 폐기물 무단폐기 등에 관한 특별검사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최종 조사 결과 더욱 경악할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연구원 측이 담당 직원들에게 적발 사항을 감추기 위해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직적인 은폐와 축소, 조작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다루는 물질은 인체와 자연에 치명적인 핵 물질들이다. 따라서 그 무엇보다 안전하게 관리하고 특별한 대책을 마련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그동안 사고가 불거질 때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을 드러냈다. 또한 비윤리적이고 왜곡된 엘리트 의식을 나타내며 거짓과 축소, 은폐로 일관해 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인근 30킬로미터 안에 280만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불거진 사고들로 이제 원자력연구원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으며 회복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도 논란과 반대가 많은 핵 재처리와 고속로 개발에 올해 1,070억 원을 배정받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엄청난 위험과 예산 낭비가 명백한 실험을 강행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존재 이유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더는 존립할 근거가 없음이 명백해졌다고 선언한다. 국민을 속이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 예산을 낭비하면서 불안감을 키우는 연구기관은 필요 없다.
탈핵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맞는 새로운 연구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 폐로 연구와 핵 안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 재생에너지 연구를 위한 활동 등 국민적 요구를 담아낼 새로운 연구 기관이 필요하다.
생명을 다한 원자력연구원은 국회 차원의 특별 감사를 통해 그동안 활동과 실험 내용을 낱낱이 밝히고, 불법 행위들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전면 개편과 분리, 신설 등으로 연구원의 역할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범죄집단과 다를 바 없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제부터 그 어떤 실험도 시작해서는 안 된다.
5월에 출범할 새 정부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감행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제대로 된 규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원자력규제위원회로 재편되어야 한다. 원자력진흥과 원자력규제가 모두 국무총리 산하로 되어 있는 기만적인 구조도 혁파해야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담당하는 미래부 역시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의 중차대한 핵 관련 기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
탈핵은 시대적 요청이다. 석탄 화력과 핵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핵 마피아의 본산, 적폐 세력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즉각 해체하라.
폐로와 핵 안전, 탈핵을 위한 연구 기관을 신설하라.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하라.
불법 행위 책임자를 엄벌하고, 진상을 즉시 공개하라.
국민 생명 위협하는 핵 재처리 실험 등 핵 관련 실험을 중단하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규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한 원자력규제위원회로 개편하라.
탈핵이 답이다. 탈핵 에너지전환 기본법을 제정하라.
2017년 4월 21일
노동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