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법 개혁에 시동이 걸릴 것인가?
-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에 부쳐
제왕적 권력을 누리던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길의 입구에 서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고발한 전‧현직 고위 법관 8명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소위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법부의 자체 자정 능력에 의해 걸러지지 못하고, 검찰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또한 어제(19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사법부 역사에서 중요하게 기록될 결정들이 이루어졌다. 판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 진상 조사,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 법관대표회의의 상설화 등을 결의했다. 재발 방지책을 추가로 더 논의하는 전국법관대표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이제 제6차 사법파동이 사법 개혁으로 귀결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수언론은 판사노조가 출범했다는 수준 이하의 비아냥을 선보였고, 보수야당은 법원 내 특정한 정치 세력의 행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전국의 법관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법관대표회의를 허투루 보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보수정권 9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며 비민주적인 적폐들이 쌓이고 고여서 악취를 풍겨왔다. 사법부라고 예외일 수 없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권력은 아래로 분산되고 민주적으로 견제되어야 한다. 사법부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간섭과 재판에 대한 부당한 압력은 근절되어야 한다. 특권적인 전관예우 등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국민에 의해 통제되는 사법 권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사법 개혁의 목적은 중간권력을 만들어 그들에게 권력을 나누어 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민초들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
자영업자들은 가진 자들의 갑질 횡포에 시달려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마구잡이로 해고되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노동자들에게 법은 너무 멀리 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계부채의 나락에 빠진 서민들은 법에 의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각종 소수자는 법의 이름으로 배척되고 사회로부터 격리를 강요당하고 있다.
입법 기능이 없는 사법부에 이 모든 책임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당연한 상식이 된 신자유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에서 사법부가 무슨 역할을 해 왔는지 자문하라는 것이다.
사법부가 기득권자, 특혜받는 자들의 도구가 아니라 서민들의 방패로 거듭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이 길이 사법 개혁의 방향이다.
(2017.6.20.화,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