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하고 구속 수배 노동자 문제부터 해결하라
- 12/18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의 단식 농성 돌입에 부쳐
오늘(12/18) 오전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 등 3명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근로기준법 개악(노동시간 연장, 휴일 노동 임금삭감) 중단,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 노동자 전원 석방, 이영주 사무총장에 대한 부당한 수배 해제 등이다.
이영주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진정한 적폐 청산은 억울한 구속-수배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라며, 이와 함께 이번 농성은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는 근로기준법 개악 완전 중단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 노동자들에 대한 석방 요구는 단지 민주노총만의 주장이 아니라 국제앰네스티와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요청임에도 문재인 정부는 ‘사면권 남용 우려’를 이유로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물론 사면권은 헌법 제7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리고 역대 정권에서 권력형 비리인사를 사면하거나 비리로 구속됐던 재벌총수 등 힘 있는 사람들을 풀어줘 논란이 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사면권 남용에 대한 우려는 권력형, 재벌형 범죄자에 대한 것이지 양심수에 대한 것이 아니다. 또한, 한상균 위원장을 비롯한 구속 노동자들이 실정법을 위반하였다고 하는 대부분의 행위는 지난 정권의 적폐에 맞서거나 그로 말미암은 것이며, 실정법 적용 그 자체가 국제적 기준에 미달한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더군다나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라는 박근혜 정부 때 만든 양대지침이 문재인 정부 들어 폐기된 마당에, 양대지침 폐기를 위해 투쟁하다 구속된 한상균 위원장을 계속 차가운 감옥에 가두는 것은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대통령 시대의 상식이 될 수 없다.
근로기준법 개악 시도는 또 어떠한가?
지난 10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없이는 고용률과 국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근로기준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행정해석 폐기를 검토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 이후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제가 장관을 맡은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에서 사과드린다”며 최대 68시간 근로를 허용해온 노동부 행정해석의 폐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의 완전시행을 2021년 6월까지 미루고 휴일근로의 임금 할증을 통상임금의 100%가 아닌 50%로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주 52시간 상한제마저 누더기로 만들더니, 며칠 전에는 청와대가 주 최장 68시간 노동을 가능케 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폐기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결국 지금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반발할 정도로 후퇴한 ‘개악’안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당장 근로기준법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 어차피 내년 1월 대법원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휴일근로의 임금 할증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 11월 대법원은 2018년 1월 18일 휴일 초과 근무가 휴일근무수당은 물론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수당을 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법부의 최종 판결을 지켜본 뒤 개정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것은 근로기준법 개악이 아니라, 억울하게 구속 수배된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2017.12.18. 월,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류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