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 비극의 시간을 넘어 진실을 찾을 때
어떤 역사가는 사건을 심층의 거대한 구조와 비교하면서 잔물결이라고 말했지만, 경우에 따라 잔물결이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기도 하는 게 우리의 삶이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라 부르는 사건이 그러했다. 물론 곧바로 그런 것은 아니다. 이제는 반복해서 말하기도 지겹다고 느껴지는 우리의 삶,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실업과 같은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블랙리스트로 대표되는 정치적 억압, 흘러간 옛 노래를 연상시키는 이데올로기적 시대착오성까지 우리의 삶은 현재로서는 만신창이이고, 미래로 보자면 별다른 희망이 없는 그런 것으로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희망을 거는 것은 우리 모두의 것, 즉 공공의 것(res publica)인 국가가 제대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정치가들을 욕하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표현하는 것은 도리어 제대로 된 국가에 대한 열망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이런 기대를 처참할 정도로 저버리는 일이었다. 깨어 있으며 위험에 대처해야 하는 소명도,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는 책임도 이 국가는 보여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날카롭게 드러난 것처럼 회피와 위선으로 이를 대신했을 뿐이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분노가 스며들었다. 이 분노는 우리 삶의 수많은 틈새로 흘러들어 분출할 곳을 찾았고, 2016년 가을, 광장으로 합류했다. 여기서 사람들은 '이게 나라냐!'라고 말하면서 다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외쳤다. 브레히트의 시구에서 나온 것과 정반대로 정부는 인민을 해산하지 못했고, 인민이 정부를 바꾸자고 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이하는 오늘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제유법(提喩法)의 시간을 살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시대 전체를 대변하는 그런 시간 말이다.
하나의 사건이 전체를 말할 수 있는 시대는 분명 비극의 시간이다. 그건 시대가 탈구되어 있기(out of joint)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삶이 제자리를 찾아야 하고, 이에 따라 과거의 사건들도 그 의미를 온전히 가져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돌아가신 분들에게 두 번의 절을 바칠 수 있고, 다시금 앞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2018.4.15. 일,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안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