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녹슨 철판 확인된 핵발전소 4기, 시급한 폐로가 답이다
- 모든 핵발전소 전면 진단으로 가동 수명 재조정해야
핵발전소 4곳의 격납건물 안쪽 철판이 부식돼 얇아지거나 구멍이 뚫린 사실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로 공식 확인됐다. 3월 1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격납건물 라이너 플레이트(CLP) 배면 부식 관련 중간점검결과 및 향후 계획> 발표 내용에 따르면 한빛 1, 2호기(전남 영광)와 한울 1호기(경북 울진), 고리 3호기(부산 기장군)에서 부식이 확인되었다.
부식된 철판은 원자로를 씌운 돔 모양의 콘크리트 격납건물 안쪽에 차폐용으로 설치된 것으로, 안전 기준상 철판의 최소요구 두께는 5.4mm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빛 1호기는 2.43mm, 고리 3호기는 1.98mm, 한빛 2호기는 0mm로 심지어 구멍이 뚫려있었다. 부식 발견 부위는 한빛 2호기 135곳, 고리 3호기가 127곳, 한빛 1호기 50곳, 한울 1호기 7곳 순으로 광범위했다.
이런 핵발전소 내부 철판 부식은 세계적으로 처음 보고된 현상이란다. 정확한 원인을 확인 중이나 격납건물 벽체를 건설할 때 묻은 물과 소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녹슨 철판 문제가 확인된 핵발전소 4기는 모두 건설된 지 30년 내외의 노후 원전들이다.
격납건물 라이너 플레이트(차폐용 철판)는 방사능이 외부로 새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능을 하는데 녹슨 현상이 발생하면 철판 단면이나 중량이 감소해 건물 강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곧바로 안전상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원안위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다시 한번 안전불감증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언론 보도에서 신고리 4호기 격납철판 외부가 녹슨 상태로 시공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공개되었다.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할 때 이미 녹슨 철판으로 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설계과정부터 공사, 운영 과정의 안전 점검 등 총체적인 부실이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소위 ‘설계수명’이라는 서류에 명시한 수명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전체 핵발전소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 점검을 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한다. 아주 작은 문제라도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지는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핵발전소에 대한 근원적인 결단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다.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핵발전소들을 당장 폐로해야 한다. 모든 핵발전소에 대한 전면적이고 충분한 안전 점검을 당장 실시하고 가동 수명을 재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신고리 4호기 이후의 신규 핵발전소의 건설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노동당은 핵이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 신화를 내려놓을 것을 주장한다. 핵은 관리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히로시마와 체르노빌, 후쿠시마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새로운 정부의 제일 첫 번째 과제는 탈핵을 결정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2017.3.22.수, 평등생태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부대표 이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