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심사 없는 보편적 사회수당의 좌절
- 국회 통과한 아동수당 예산안을 규탄한다
국회가 6일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킨 아동수당 예산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모든 아동에게 심사 없이 지급되어야 할 보편적 사회수당 또는 범주형 기본소득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실시 시기를 내년 7월에서 9월로 연기한 것도 물론 비판받을 일이지만 사안의 본질에서는 부차적인 문제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심사 없는 보편적 사회수당은 불가하다는 자신의 복지 철학을 관철시켰다. 역으로, 타협해서는 안 되는 야당의 요구를 들어준 정부 여당은 보편적 사회수당에 대한 철학의 부재를 입증했다.
전체 1조 1,000억 원의 정부 아동수당 예산안에서 소득 상위 가구 10%에 해당하는 아동을 제외해봤자 절감되는 예산은 1,000억 원 수준이다. 2인 가구 이상 소득 상위 10% 가구의 아동을 제외시킨 것에서 중요한 것은 10%라는 규모가 아니다. 사실 소득 상위 10%를 선별하기 위한 행정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소득 상위 10%를 제외함으로써 아동수당은 모든 아동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선별적·잔여적·시혜적 성격을 갖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관철시키려 했고 정부 여당이 수용한 아동수당 예산안 삭감의 본질이다.
한국은 아동 가족 부문에서 GDP의 1.4%를 지출하고 있고, 이는 OECD 최하위 수준이다.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 31개국이 아동수당을 도입했으며, 이 가운데 20개국이 소득이나 자산에 따른 배제 없이 모든 아동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최악의 저출산 국가인 한국은 앞으로도 아동수당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소득 상위 10%를 제외함으로써 앞으로 아동수당 예산의 증액 시도는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계층의 거센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선별적 복지가 전체 재분배 규모를 떨어뜨리는 것은 중산층의 조세저항이 강력한 정치적 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노동당은 중산층을 포함한 ‘복지 동맹’의 형성을 막고자 하는 보수정치의 전략이 관철된 이번 아동수당 예산안을 규탄한다. 청년, 노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수당의 핵심은 해당 계층 안에서는 어떤 심사도 없이 지급되는 것이다.
2017년 12월 6일
노동당 정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