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장애인의 노동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 중증장애인 노동권 농성 투쟁을 지지하며
중증장애인들이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장애인고용공단을 점거 농성한 지 20일이나 넘었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김용주 노동부 장관 면담 및 중증장애인노동권 3대 요구안 논의를 위한 협의기구 구성을 요구하며,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서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전장연의 요구사항은 ▲ 장애인 일자리 1만 개 확보 ▲ 중증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조항 삭제 ▲ 장애인고용공단 개혁 등 세 가지이다.
노동은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자, 생존의 기본 조건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들이 난무하지만, 그것은 돈으로 환산되는 활동만 노동으로 간주하는 자본의 논리에 불과하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서 돈으로 환산되지는 않지만, 사람의 생존과 복지에 필수불가결하며 소중한 가치가 담긴 일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흔하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것, 이웃과 친교를 쌓는 것, 가사노동, 자원봉사자의 활동, 장애인들의 동료 상담 등등…
따져보면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며, 따라서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 생존에 필요한 소득을 기본적으로 누릴 권리가 있다. 노동당에서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사회의 사회적 부는 이미 기본소득을 실시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지만, 사회적 불평등은 오히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도 고루한 과거의 노동 관념과 자본의 논리에 포박된 이념으로 장애인들의 노동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제도와 인식이 한국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전장연’의 중증장애인들 및 부모님들이 김용주 노동부 장관 면담 요구를 하며 장애인고용공단 농성에 돌입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단지 이번에 그들이 제기한 요구사항뿐 아니라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문제, 인간으로서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문제 등에 대하여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날로 심해지는 일자리 부족과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로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자기 스스로 이자가 붙는 자본과 온갖 특권과 특혜를 독차지한 덕분에 노동하지도 않고 사회적 부를 독차지하는 소수가 이 사회의 주류를 자처하고 있다. 태초에 주인이 없었던 토지를 비롯한 자연을 독차지한 덕분에 일하지 않고 배를 채우는 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에 비하면 노동권의 소중함을 앞장서서 외치는 중증장애인들의 투쟁은 그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노동당은 투쟁에 나선 전장연의 중증장애인들과 부모님들에게 찬사와 함께 굳건한 지지를 보내며, 차별받는 소수가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다.
(2017.12.11. 월,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