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대북 대화 제의를 환영한다
- 이제 항구적인 평화로 나아가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 대단히 환영한다. 그러나 대화 제의가 북한의 핵무장 완성 선언 이후에 나왔다는 측면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어쨌거나 미국이 드디어 세계 최강국이라는 허세를 접고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가 유지해왔던 '가장 강력한 압박' 정책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돌출행동 덕분에 북한은 핵무장을 완성할 시간을 벌었다. 핵 비확산을 통해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아주 큰 구멍이 또 한 번 뚫린 셈이다. 트럼프 정부 대북정책의 총체적 실패이며, 미국 패권의 쇠퇴가 추세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자신의 세계전략을 냉정히 되돌아보고 대담한 전환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번 대화 제의가 그 전환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미국 백악관은 엇박자를 보였다. 틸러슨의 대화 제의 발언 직후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라며 초를 쳤고, 익명의 백악관 관료들은 틸러슨의 발언이 동맹국들 사이에서 혼란을 싹트게 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한다. 하지만 그동안 동맹국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트럼프의 막말과 무분별한 트윗이었음을 우리는 안다.
틸러슨의 대화 제의가 군사옵션을 택하기 전 마지막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 역시 허세에 불과하다. 북한이 미국을 침략한 것도 아니며,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미국의 핵패권 정책을 거부했을 뿐이다. 북한이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염원에 반한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미국은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이다. 누가 누구를 단죄한다는 말인가?
상황이 이러한데도 군사옵션을 택함으로써 아무런 잘못도 없는 수백, 수천만의 한반도 민중의 목숨을 희생시키려 할 것인가? 인간이라면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국제사회의 비난은 물론, 당장 남한 민중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마침 중국을 국빈방문 중이다. 오늘 있을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다시 한번 한반도에서 전쟁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중국의 쌍중단에 호응해야 한다.
북한도 이번 기회에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 때도 북한을 침략한 적이 없었다. 북의 도발은 동북아 전체에 핵무장을 초래하는 일이며, 한반도 주변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행위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냉전이 끝난 지 40여 년이 지났지만, 한반도에서는 전쟁의 불씨가 여전하다. 북의 핵무장 완성 선언과 미국의 대화 제의로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가 깃들고 핵 없는 세상을 열 수 있기를 염원한다.
(2017.12.14. 목,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