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지방선거 깜깜이 후보 등록, 국회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
-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을 두 달이나 넘기고도 아직도 오리무중
3월 2일이면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하지만, 일부 후보자는 자기 선거구조차 모른 채 예비후보로 등록을 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회가 법정 시한을 두 달 이상 넘기고도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위(이하 헌정특위)에서는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불발됐다. 의원정수를 늘린다는 큰 틀의 합의만 했을 뿐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세부 사항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의 논의가 이렇게 지연되면서 선거 준비 일정은 이미 선거법에서 정한 것보다 한참 늦어졌다.
선거법에는 선거 6개월 전(지난해 12월 13일)까지 각 시·도의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시·도지사에게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하게 되어 있다. 각 시도의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국회에서 선거법 별표의 지방의원 정수와 구역표를 결정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예비후보 등록을 불과 열흘 앞둔 오늘까지도 국회가 선거법 개정을 하지 않음에 따라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 절차가 마비된 상태다.
국회의 업무 태만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청와대는 지방선거와 헌법 개정을 동시 시행하자는 지난 대선 과정의 약속을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국회의 개헌 논의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전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정부 개헌안을 마련하기 위해 19일 홈페이지를 열고 여론 수렴에 나섰다. 3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안을 보고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이다. 특위에서 공개한 홈페이지에는 가장 민감한 쟁점인 정부 형태를 비롯해서 선거제도 개편 등 파장이 큰 이슈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에 비해 국회에서는 지난해 내내 개헌특위가 아무 소득 없이 공전하다가, 올해 헌법개정특위와 정치개혁특위가 통합해서 연장 운영에 들어간 바 있다. 여야는 19일 국회 헌정특위 전체회의에서도 지난 헌법개정특위 때와 똑같은 논의만 반복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자체 개헌안조차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며,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가 진행될 경우 자당에 불리한 선거결과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후보로서 약속한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한다는 방침을 당리당략에 따라 무시한 것이다.
선거구 획정 등 선거제도 개편은 당리당략보다 국민의 참정권 차원에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결정할 사안이다. 국회에 의석을 가진 거대정당은 정치권력의 향방을 둘러싼 당리당략이 중요하겠지만, 국민들의 정치참여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인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가 하는 선거제도가 더 중요하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짐에 따라 예비후보는 물론 선거를 준비하는 공무원, 유권자 입장에서도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 법정 시한을 두 달이나 넘기고도 안하무인이다. 특히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 일정에 몽니를 부리는 자유한국당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18.2.20.화, 평등 생태 평화를 지향하는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