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확립으로 삶의 내실 다져
이번 <제16회 시애틀문학신인문학상>에는 지난 몇 해에 비해 응모작품이 월등히 많았습니다. 팬데믹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면서 자기 삶을 돌아보며 성찰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 시애틀문학신인문학상 작품 공모전에서 열기를 끌어낸 동력이 된 듯합니다. 응모한 수필작품들은 나름대로 틀을 갖추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심사는 주제, 소재의 참신성, 어휘 구사력, 문장력, 작품 전달력(감동), 그리고 맞춤법 등 여섯 부분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한문희씨의 <나는 200%입니다>를 우수작으로, 박금숙씨의 <딸의 결혼 선물>과 신고은씨의 <어른이 된다는 것은…> 두 편을 가작으로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세 분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한문희씨의 <나는 200%입니다>, 이 작품은 참신한 착상부터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작품은 오래전에 딸이 대학입시 지원서에 자신을 소개한 에세이 제목을 빌린 것이나 이를 해석하는 필자의 관점에서 글을 풀어갑니다. 이민가정의 1.5세, 2세들은 마치 통과의례처럼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두 문화가 충돌되는 상황에서 이질감을 포용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볼 때 작품의 주인공인 딸은 필자가 키워준 높은 자존감으로 자신감 넘치는 정체성 확립에 성공합니다. 딸은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의 생물학적 면보다 더 중요하게 본 문화적 배경이 100% 한국인이며 동시에 100% 미국인이니 200%라는 논리를 당당히 내세웁니다. 딸은 다섯 살부터 한국고전무용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와 역사를 접하게 됩니다. 필자는 한국의 좋은 점만 가르쳤고 딸은 열린 마음으로 두문화를 존중하면서 자부심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굴지의 기업인사과에서 지구 곳곳에서 찾아오는 지원자들을 고용하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이민 사회에서 정체성 확립이 얼마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미국처럼 다양한 인종이 사는 사회는 타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갖기보다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이해하고 서로 감싸며 살아야 더 좋은 사회, 더 건강한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했습니다. 필자의 글은 논리 정연하고 구성이 탄탄했으며 문장이 매끄러웠습니다. 수필이 독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글이라는 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으나 제출한 다른 작품에서 정서적인 면을 볼 수 있어 앞으로의 기대가 큽니다.
박금숙씨의<딸의 결혼 선물>, 이 작품은 값진 혼수를 원치 않는 딸에게 특별한 결혼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딸 사랑은 모성의 보편적 감정이나 그 정성과 수고가 남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그 선물이란 딸의 출생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삶의 흔적들을 정리하여 앨범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나이별 성장 과정의 사진들, 초등학교부터 대학 4년의 성적표와 상장, 편지, 그리고 가족의 이민사가 되는 각가지 서류와 여권, 이용한 항공기의 탑승권까지 넣어 마지막 앨범을 마무리합니다. 장장6개월에 걸쳐 13권의 앨범을 완성한 노력이 감동적입니다. 선물을 받은 딸은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합니다. 다음에 아기를 낳아 성장하면 앨범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말에 필자는 기쁘고 가슴 뿌듯해합니다. 글의 내용이 주로 앨범 작업 과정이라 문학성은 약하지만, 삶의 내공이 묘사되어 가슴 따뜻하게 읽힙니다. 필자의 글은 자상하고 정이 담겨있어 앞으로도 훈훈한 작품이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신고은씨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 작품에서 필자는 지천명의 나이를 앞두고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어 그 뜻을 음미하며 자신을 성찰합니다. 함께 제출한 두 편이 재미있는 글이라면 이 작품은 보다 진지하고 성숙한 작품으로 내면의 세계를 탐색하는 깊이가 보입니다. 필자는 진정한 어른을 알아내기 위해, ‘진짜 어른의 정의’를 내리고자 노력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깨달은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포용하고 사랑하는 것, 너와 내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라고 말합니다. 참어른이 되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며 자기수용에 힘쓰는 필자는 이미 진정한 어른의 길에 들어선 듯합니다. 그 모습으로 짓는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수필은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생각과 느낌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글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로 공감될 때 독자는 감동합니다. 좋은 수필은 독자에게 느낌의 여운, 생각의 여운을 던져줍니다. 수필의 세계에 들어오신 것을 환영하며 더 분발하여 아름다운 문학의 꽃을 피우기 바랍니다.
김윤선, 공순해, 김학인(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