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중앙일보 포스트 평창 남북관계... 북 비핵화와 함께 가야 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깜깜이 방남행보'가 우려를 낳는다. 그제'샛길'로 서울에 온그는 평창의 '모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사전에 알려지지도 않았고, 사후에도 사진 한 장 없이 서면 브리핑만 달랑 나왔다. 김영철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뜻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어제도 그의 행적은 묘연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시장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오찬을 하며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을 논의했다고 하는데, 이 역시 나중에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진 정도다.
김영철과의 회동을 철저히 숨기는 정부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김영철에 대한 우리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 그와의 만남을 조심스레 가져가려는 태도를 읽힌다. 그러나 비밀 회동을 방불케 하는 정부의 행태가 여러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회담을 비공개로만 진행할 경우 그 내용이 우리 국민의 의사화는 다른 길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북한 비핵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우리의 파트너인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공연한 의심을 살 수도 있다.
남북은 현재 포스트 평창 시대를 집중 논의 중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김영철은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니지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향후 남북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화다. 현재 통일부에 따르면 대북접촉 신고 건수는 255건에 달한다. 사회,문화,종교 등 분야에서 남북 접촉이 봇물을 이룰 수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남북관계 진전이 북한 비해고하진전과 보조를 맞춰 함께 실현돼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북한이 백두혈 통 김여정에 이어 군 핵심 멤버인 김영철을 서울에 보낸 이유가 어디에 있나.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제재와 미국의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북한의 초조함을 반영됐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북한이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며 대대적인 대남 유화 공세를 펴는 건 '반전(反戰)'을 외치는 우리 정부를 지렛대로 이용해 한·미를 이간시키고 대북제재에 균열을 내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올림픽 기간 만경봉호 입항 허용 등 이미 적지 않은 제재의 '예외'를 허용했다. 더는 안 된다. 특히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진정을 갖고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기 전에 우리가 국제사회보다 앞서 가며 제재의 공조를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국도 "북한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면 첫걸음을 의미하는 지 볼 것"이라는 신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영철 방남 2박3일 동안 우리가 그에게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할 건 북한이 비핵화 행보를 걷기 전엔 남북관계 또한 한 발짝도 더나아가지 않을 것이란 점이어야 한다.
출처:한겨레 사설 북-미, '대화' 향해 한 걸음씩 더 다가서라
25일 막을 내린 평창 겨울올림픽은 경색된 한반도 기류를 대화 국면으로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북-미 대화에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힌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겸 통일 전선부장은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북-미 대화와 남북정상회담 추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미국 백악관도 김 부위원장의 '북-미 대화 용의' 표명의 "비핵화로 가는 길인지 볼 것"이라고 시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예비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미국은 예비대화에서도 비핵화를 의제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북한은 비핵화 문제는 테이블에 올릴 수 없다고 맞서 그동안 좀처럼 논의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언급했는데도 별다른 거부 반응을 드러내지 않는 등 북한은 이전과는 달라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 정도 반응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낙관할 순 없다. 하지만 올림픽이 마련해 준 '평화'의 기회를 남북한과 미국, 모두 살려 나가야 하는 건 분명하다.
이를 위해 우선 미국은 대화 문턱을 낮추고 일단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는 데 주안점을 두길 바란다. 북한은 비핵화 요구에 최소한의 호응이라도 내비쳐야 한다. 이전처럼 양쪽이 모두 '치킨 게임' 벌이듯 자기주장만 앞세운다면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 해빙 기류는 언제 다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한국 정부도 북-미 양자 사이에서 대립이 격화하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하는 등 북-미 대화를 추동하는 중재자 역할을 인내심을 갖고 계속 감당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미 대화와 별도로, 비정치적 분야인 문화 교류와 이산가조 상봉, 인도적 지원 그리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고위급 군사회담 등의 재개를 추진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북-미 대화가 남북문제와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지만, 북-미 접촉이 있을 때까지 남북관계 개선을 마냥 미룰 건 아니다.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 대화를 추동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은 신경전만 벌이지 말고, '대화'를 위해 양쪽 모두 좀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평창 올림픽이 남북한과 미국, 모두에 던져준 과제다.
첫댓글 주형이가 아주 잘 한다. 문단과 문단 사이 공간을 두어요.
그래야 선생님이 읽기 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