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의 고민, 대학서열해소 연속 인터뷰”③ 김누리 교수 추가영상 (2020. 1. 13.)
김누리 교수 “경쟁을 야만으로 보는 독일에서는 의대도 3년 대기하면 입학 가능”
- 독일 역시 의대 등 선호 전공이 있으나 아비투어 성적 반영에 제한을 두어 지나친 경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음
- 독일 대학은 추첨, 대기 연한 등 지나친 경쟁을 제한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내는 방식으로 특정 전공 쏠림 현상을 해결함
- 학생들의 공부와 취업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 독일은 기업의 교육세 부담 비중이 높음
- 독일은 고졸 졸업자가 사회적으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대학 무상 교육에 대한 반감이 적음
- 독일 대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을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받아 연구 보수를 받음. 그리고 나서 사회에 나가 세금 부담으로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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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누구나 갈 수 있다면 선호되는 전공에 학생들이 몰리지 않나요?
△김태훈 : 교수님 말씀 들으면서 보니까 좀 궁금한 게, 독일에서도 인기 직업이 있고 사회 변화에 따라서 떠오르는 영역이 있을 거 아닙니까? 예를 들면 한국사회에서는 의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잖아요. 독일에서도 선호되는 전공이나 분야, 직업이 있고 당연히 그쪽으로 몰릴 텐데 그런 문제를 독일 사회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독일 역시 의대 등 선호 전공이 있으나 아비투어 성적 반영에 제한을 두어 지나친 경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음
▲김누리 : 실제로 그래요.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를 다 간다고 하는데 독일에도 몰리는 데가 있지 않느냐', 이런 말씀이잖아요? 맞아요. 독일도 몰리는 데가 있어요. 어디가 몰릴 것 같아요?
△김태훈 : 글쎄요. 안 가 봐서... 잘 모르겠는데요.
▲김누리 : 독일도 우리랑 같아요. 의대가 몰려요. 제일 많이 몰리는 데가 의대예요.
△김태훈 : 세계 어디나 의대는 인기가 많네요.
▲김누리 : 그래서 문제가 있는 거지요. 그건 독일 사회에서도 골치 거리에요. 그런 몰리는 학과를 'NC학과'라 그래요. '눔메루스 클라우수스'. 클라우수스라는 것이 제한한다는 거겠죠. 눔메루스는 넘버고. 정원을 제한하는 학과를 NC학과라 그래요. 초기에 가장 많은 해결책은 뭐였을 것 같아요? 너무 많이 모여 가지고 학생들을 다 받을 수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김태훈 : 졸업을 힘들게 한다든지... 이런 얘기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김누리: 졸업은 어차피 쉽지 않죠, 독일 대학은. 졸업하는 비율이 그렇게 높진 않아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갈 때 너무 많이 몰리는 문제를 어떻게 하느냐는 거지요. 초기에 가장 많이 했던 건 추첨이에요. 많이 오니까 추첨으로 대학에 들어가도록 했고요. 그 다음에 아비투어라고 고등학교 졸업 시험 이야기를 했잖아요. 아비투어 성적이 있죠. 특히 아비투어를 잘 본 아이들의 학부모들은 아비투어 성적을 반영해야 된다고 요구 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아비투어 성적도 반영을 해요 많은 주에서. 하지만 규정이 있어요. 아비투어 성적을 다 반영을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또 경쟁 일어나잖아요? 그러니까 20% 안에서만 반영해라. 20% 이상 반영 못해요.
- 독일 대학은 추첨, 대기 연한 등 지나친 경쟁을 제한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내는 방식으로 특정 전공 쏠림 현상을 해결함
▲김누리 : 그럼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반영하는 게 뭘 거 같아요? '대기 연한'이예요. 그러니까 2년 기다리면 대체로 들어갑니다. 3년 기다리면 100%고. 그러니까 2년, 3년 기다린다는 이야기는 뭐예요? 그 학생은 정말 의사가 되어서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거지요. 그런 아이들의 열망을 아비투어 성적이 보여주는 수월성 보다 더 중시하거나 최소한 같이 중시한다는 거죠. 이게 우리랑 상당히 다른 거죠. 그리고 기다리는 경우에는 미리 선수과목을 수강하도록 열어 줘요. 또는 가벼운 실습 과목들을 수강하도록 해주고요. 그런 식으로 어쨌든 기본원칙은 원하는 학과, 원하는 대학을 원하는 때에 가서 공부한다는 원칙이 있고, 현실적으로 생긴 어려움은 최대한 경쟁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어떤 합리적인 방식을 찾는 거죠.
[질문2] 독일에서 대학 등록금을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는 것은 대학에 안 가는 사람에게 역차별 아닌가요?
△김태훈 : 다음 질문은 대학 무상 등록금에 관한 건데요. 사람들 생각에 '모두가 대학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 않느냐', 예를 들어서 대학에 가는 사람이 있고 안 가는 사람이 있는데 적지 않은 대학 비용을 무료로 지원해 버리면 대학에 안 가는 애들은 오히려 역차별 당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들이 있을 수 있는 건데요, 독일 사회에서는 어떤 사회적인 저항이나 반발 같은 건 없을까요?
- 학생들의 공부와 취업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 독일은 기업의 교육세 부담 비중이 높음
▲김누리 : 그 이야기는 이렇게 좀 돌려서 말씀을 드려볼께요. 제가 독일의 사회학자나 정치학자나 그런 독일 교수 동료들이 있는데요, 한국 교육을 이야기해 주면 놀래요. 특히 학생들이 거의 인권 지옥에서 살듯이 12년 동안에 그 교육 과정 이라는 것이 너무나 끔찍하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 가정에서 들이는 소위 사교육비가 이건 뭐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에요. 독일 사람들이 들으면 너무 놀래요. 그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교육에 넣는다고 상상을 못하죠. 그들은 전혀 안 쓰니까. 학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체 들어가는 돈 자체가 없어요. 오히려 나라에서 돈을 주지요. 학생들은 소위 '킨더겔트'라고 해서 아동수당을 오히려 다 받아요. 학교에다가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근데 우리는 사교육비로 쓰는 돈이 어마어마하잖아요. 그런 걸 보고 너무 놀래요.
자, 그러면 그 사람들이 저한테 이렇게 물어요. 그렇게 살인적인 경쟁 속에서 공부를 하고, 또 대학 들어와서도 또 영어 공부를 한다, 어학연수를 간다, 이래 가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들이고 그렇게 해서 뭐 삼성에 간다, LG에 간다, 이런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알고 한국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데, 이 양반들이 저한테 그렇게 묻는 거예요. “그렇다면 그 기업에서는 학생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는가?” 이렇게 물어요. 저는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그 말을 듣고 너무나 깜짝 놀랬어요. 생각해 보니까 어때요, 뭘하죠 그들이?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그러니까 이분들이 저한테 뭐라고 묻냐 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그들이 뭔가를 얻고자 하면 반드시 투자를 해야 된다, 근데 그들은 무슨 투자를 한 것이냐, 그건 있을 수 없는 얘기 아니냐?” 생각도 보니까 우린 그 생각을 못 한 거예요. 각 개인이 또는 각 가정이 어마어마한 희생을 감수하면서 아이들을 키워낸 것이에요. 그러면 기업에서는 위에서 딱 앉아 있다가 열매만 똑똑 따 먹는 거예요. 똑똑 따먹다가 단맛을 다 빨아먹고 나서는 버리잖아요. 이런 부도덕한 사회질서를 어떻게 용납하느냐, 이 사람들이 저한테 그래요. 정말 놀랬어요. 그런 생각을 우리는 해 보질 못 하잖아요. 우리가 그 정도로 사회적 상상력이 없는 거예요. 사실은 구조적인 착취를 일상적으로 당하면서도 거기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거예요. 거기 들어가면 '고맙습니다' 하는 거고 잘라도 '알겠습니다' 하고 나오는 거예요. 이런 사회가 어디 있어요? 그 정도로 한국 사회는 저항의식이 떨어지고 시민들이 당연히 권력 앞에서 가져야 될 정당한 저항권 의식 자체가 없다는 거예요.
- 독일은 고졸 졸업자가 사회적으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대학 무상 교육에 대한 반감이 적음
▲김누리 : 독일의 경우는 대학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대체로 40에서 45% 정도 밖에 안 돼요. 대학에 잘 가지를 않아요. 대학에 가는 건 그냥 공부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가는 것이지, 우리처럼 대학에 가는 게 무슨 자기 인생을 역전시키거나 하는 게 아니죠.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가는 거예요.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장에 갑니다. 그러면 고등학교를 마치고 직장에 간 아이들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지고 존중 받으면서 사느냐? 살지요. 게다가 훨씬 잘 살아요. 대학 간 아이들보다. 그러니까 대학에 가지 않은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는다는 것이 굉장히 큰 거죠.
- 독일 대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을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받아 연구 보수를 받음. 그리고 나서 사회에 나가 세금 부담으로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
▲김누리 : 이제 중요한 그 질문, 즉 결국은 학비가 없다고 하는 것은 대학에 가는 40% 아이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 하는 건데요, 그렇지 않은 거지요. ‘아츠비’(고졸취업자)들도 대학에 가지 않고 기업에 들어가더라도 기업에서 차별 받지 않도록 사회적 대우가 잘 되어 있는 거죠. 그리고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기업에게 굉장히 많은 교육세를 요구하는 걸 사회적 합의로 가지고 있는 거지요. 어차피 너희들이 데려다 쓸 건데 너희들이 더 내야지. 그래서 기업에서 내는 교육세가 학비 없는 대학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재원이 되는 거죠. 그렇게 작동 하는 거예요.
그러한 사회적 정의에 대해서 거의 90%의 독일인들이 다 동의하는 거지요. 그리고 나서 이들이 다음에 사회에 들어가서 세금으로 기여를 하면 그걸로 또 그렇게 아이들을 키워내고, 그게 말하자면 독일식 선순환을 가지고 오는 거지요. 그래서 독일 안에서는 그런데 대한 문제 제기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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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13.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문의 : 정책위원회부위원장 김태훈(02-797-4044/내선번호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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