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속보도 ②]수능 수학 킬러문항이 유발한 사교육비 폭증 심층보도(2019. 3. 18.)
지난 3월 12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2018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1만원으로 전년대비 1.9만원이나 오른 사교육비 폭증 대란이 벌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대비 3.6만원(12.8%)나 증가해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사교육비가 폭증하는 심각한 상황에도 교육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8년 사교육비 폭증의 주요 원인을 4차에 걸쳐 심층 분석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촉구하기 위해 연속분석보도를 기획했습니다.
[연속보도 ①]‘고교 사교육비 폭증의 주범인 대입제도,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선 시급해...’
[연속보도 ②]‘동경대 본고사 수준 수능 수학 킬러문항 있는 한 수학 사교육비 못 잡아...’
[연속보도 ③]‘3년 연속된 불수능 잡지 않으면 사교육비 증가 잡지 못해’
[연속보도 ④]‘2018년부터 조사 약속한 영유아 사교육비 조사 왜 시작 안하나?’
수능 수학 시험에 동경대 본고사 수준
킬러 문항이 웬 말입니까?
- 동경대 본고사 수준 수능 수학 킬러문항 계속되는 한 수학 사교육비 잡을 수 없어 -
▲ 최근 4년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수학 과목에 대한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지속적으로 오름. 특히 2018년은 중고등학생 모두 9천원씩 폭증함.
▲ 수학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은 수능 수학에서 3~4년 전부터 등장한 서너 개의 킬러문항이며, 이 문항들이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통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것이므로 국가가 교육과정을 스스로 위반하고 있는 것임.
▲ 수능 수학 킬러문항 3~4개는 150분에 6문제를 푸는 일본 동경대 본고사 문제와 유사한데, 수험생들이 수능 시험 때 이 킬러문항을 포함하여 100분에 30문제를 풀어야 하는 실정.
▲ 중학생 사교육비 유발은 고교 2년간 수학 6과목을 진도 나가고, 고3에는 EBS 수능 연계 교재 두 종류 4권을 풀어야 하는 국가 정책이 엄청난 선행학습 열풍을 몰고 온 탓임.
▲ 고3 2학기 한 과목이라도 수능 시험 범위에서 제외하면 중학생들의 고교 수학 선행학습 수요는 확실히 줄어들 것임.
교육부와 통계청은 지난 3월 12일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니,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1만원으로 전년대비 1.9만원으로 폭증하여 사교육비를 조사한 지난 2007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폭증의 대부분을 수학 과목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교급별로 보면 중학생 월평균 사교육비 31.2만원 중 수학 과목은 12.0만원으로 38.5%, 고등학생 월평균 사교육비 32.1만원 중 수학 과목은 11.8만원으로 36.8%로 전체 사교육비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수학 과목은 사교육비 지출의 주된 원인입니다.
■ 최근 4년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수학 과목에 대한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지속적으로 오름. 특히 2018년은 중고등학생 모두 9천원씩 폭증함.
[그림 1]의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수학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통계를 비교해 보면 중학생의 경우 2016년에만 잠깐 2천원 감소했을 뿐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2018년에는 9천원이나 올랐습니다. 고등학생의 경우는 4년 연속 5천원~9천원이 지속적으로 올랐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교육비 지출을 억제하는 그 어떤 수학교육 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오히려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불안감만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사교육 의존도만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림 1] 2015~2018년 수학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변화 내역
■ 수학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은 수능 수학에서 3~4년 전부터 등장한 서너 개의 킬러문항이며, 이는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통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것이므로 무조건 사교육을 받아야 함.
수학의 경우 소위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21, 22, 29, 30번 문항은 대부분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학습노동을 강요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수포자로 만드는 폐해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2019학년도 수학 가형 30번 문제에 대한 교육과정 근거를 평가원은 “삼각함수를 활용하여 간단한 문제를 풀 수 있다”라고 제시했습니다. ‘교수·학습 상의 유의점’ 도 분명하게 “삼각함수의 활용에서는 주어진 구간 안에서 해를 구하는 간단한 방정식과 부등식을 다룬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교육과정에서 언급하고 있는 삼각함수를 활용해 간단한 문제를 푼다는 것의 의미는 삼각함수를 활용해 주어진 구간 안에서 해를 구하는 간단한 방정식과 부등식을 해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30번 문제의 경우는 주어진 구간이 없어 무한히 많은 해를 구해야 하는 문제로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문항입니다.
[그림 2] 2019학년도 수능 킬러문항 중 하나인 수학 가형 30번
평가원은 30번 문항을 푸는데 필요한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3개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재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15개 정도의 성취기준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각각의 성취기준과 관련된 문제를 풀도록 하고 있지 이렇게 10개 넘는 성취기준을 인위적으로 통합하여 만든 문제를 푸는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15개나 되는 성취기준을 인위적으로 조합한 문항은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문항으로 간주해야 할 것입니다.
[그림 3] 평가원이 밝힌 수학 가형 30번 문제의 교육과정 근거
- 자료 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그림 4] 수학 가형 30번 문제에 포함된 실제 교육과정 성취기준
이렇게 복잡하게 문제를 꼬아 놓으니 EBS 수능 강사도 빠른 속도로 해설을 함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푸는데 20분 이상이 걸리는 상황이며, 공식 문제 해설서에도 3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풀이가 되어 있습니다. 현장 교사들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실수하지 않고 풀 때 아무리 짧아도 15분 이상 걸리는 문제이며, 다단계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특성 상 한 단계에서 실수하거나 막히면 오답을 내거나 풀이 시간이 30~40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도 문제풀이에 접근한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이며 나머지 학생들은 손도 댈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합니다. 말 그대로 킬러문항인 것입니다.
[그림 5] EBS가 제공한 2019 수능 수학 가형 30번 문항의 해설
이러한 수능 출제 경향은 수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에 대한 이해보다 문제풀이 방법, 정확하게 푸는 연습, 고난도 문항에 대한 반복적인 연습을 강조해, 결국 개념은 없고 풀이 방법만 남는 학습 노동 강요로 대부분 학생들을 수포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원, 과외, 인터넷 강의를 통해 학습을 해야 킬러문항을 풀 수 있다는 불안과 사교육비 부담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그림 6]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 반복적인 문제풀이를 강요하는 사교육 광고
- 자료 출처: 메가스터디 홈페이지
■ 수능 수학 킬러문항은 150분에 6문제를 푸는 일본 동경대 본고사 문제와 유사한데, 수능 시험과 동경대 본고사는 그 출제 의도나 성격이 전혀 다른 것임.
수능 30번 문제와 비슷한 기출문제는 일본 동경대 본고사 문제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경대 본고사 수학 문제는 150분에 6문제를 푸는 것이니 한 문제당 25분이 주어지는 문제입니다. 수능 수학은 100분에 30문제를 푸는 것이니 한 문제당 주어진 시간은 겨우 3분여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수험생들에게 수능 킬러문항 대비 훈련이라는 것은 서너 문항을 충분히 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남은 26~7개의 문제를 30분 이내에 풀어야 한다는 것이 사교육계의 조언이며, 남은 70분에 서너 문항 나오는 킬러문항에 배정해야만 이들을 풀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경대 기출문제 풀이집을 보면 그 해답 분량과 난이도가 어마어마한 정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7] 2010학년도 동경대학교 이과 본고사 수학 6번 문항
[그림 8] 2010학년도 동경대학교 이과 본고사 수학 6번 문항 풀이
이런 문제를 학생들에게 풀라고 하는 것은 교육이 아닙니다. 더구나 수능 수학 시험 시간은 100분에 30문항을 풀어야 합니다. 서너 개의 킬러문항을 풀기 위해 최소 60~70분을 확보해놓기 위해서는 나머지는 1분에 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렇게 킬러 문항의 존재는 그 문제 자체를 풀기 위한 지옥 같은 훈련만이 아니라, 학생을 수학 문제풀이 기계로 만들고 수학 교육 전반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킬러 문항은 학생의 수학 사고 능력 발달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킬러문항은 즉시 출제 금지시켜야 합니다.
■ 중학생 사교육비 유발 주범은 고교 2년간 수학 6과목을 진도 나가고, 고3에는 EBS 수능 연계 교재 두 종류 4권을 풀어야 하는 국가 정책이 엄청난 선행학습 열풍을 몰고 옴. 고3 2학기 한 과목이라도 수능 시험 범위에서 제외하면 중학생들의 고교 수학 선행학습 수요는 확실히 줄어들 것임.
중학생 수학 사교육비가 고등학생 수학 사교육비보다 항상 높은 이유는 중학생에게 과도한 선행학습이 유발되기 때문입니다. 중학생이 고등학교 수학을 미리 선행해야 하는 것은 수능 수학 시험범위가 고교 수학 선택과목 전체로 잡힌 탓입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선택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수학은 5단위 6과목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이들 중 15단위(3과목)만 선택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능 수학 가형은 이 3과목을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로 지정했습니다. 3과목을 1~2학년 과목이 아닌 2~3학년 과목으로 지정하니 그 기초에 해당하는 나머지 3과목도 모두 필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공계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6과목을 모두 공부해야만 합니다. 여기에 EBS 수능 70% 연계 정책은 EBS 교재 두 종류를 지정하고 있어서 고3 교실에서는 온통 EBS 교재 두 종류를 필수 교과서로 삼아 수업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정규 교육과정은 6과목을 고1, 2에 다 끝내야만 합니다. 한 학기에 두 과목씩 배우는 학기가 적어도 두 번 있어야 합니다. 교육과정을 총 3번 뺑뺑 돌려야 겨우 진도를 마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이런 문제점은 중학생으로 하여금 선행학습을 내몰았습니다. 그래서 중학생 사교육비가 고등학생보다 더 높은 것입니다.
[그림 9] 고교 수학 과목(빨간 박스가 수능 시험범위)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편성하여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수능 시험이 3학년 말이 아니라 2학기 중간인 11월에 시행되므로 사실상 한 과목은 절반만 배우고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단체는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부는 번번이 무시하고 아직까지 수학 전 범위를 시험범위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3학년 2학기에 해당하는 한 과목이라도 수능 시험범위에서 제외한다면 고등학교 수업이 보다 정상화될 것이고, 이를 바라보고 있는 중학생들의 선행학습 압박이 줄어들어 선행학습을 위한 중학생 사교육은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사교육비를 경감하려면 사교육비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수학 사교육비 비중을 줄여야 합니다. 누구도 정상적으로 풀 수 없어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는 킬러문항 출제는 당장 중지해야 합니다. 일본 본고사 문제와 똑같은 킬러문항이 최근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입니다. 아울러 수능 수학 시험범위에서 3학년 2학기 한 과목이라도 제외해 주어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비 수요를 줄여줄 것을 촉구합니다.
■ 우리의 요구
1. 정부는 입시경쟁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학교교육을 혁신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사교육비 부담의 고통을 안고 있는 국민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주십시오.
2. 정부는 일본 동경대 본고사 수준의 수능 수학 킬러문항 출제를 즉시 금지한다고 공표하여 더 이상 킬러문항 대비 사교육으로 가는 열풍을 막아 주십시오.
3. 정부는 고등학교 수학 전과목 중 고3 2학기에 해당하는 과목 한두 개라도 수능 시험범위에서 제외하여 고등학교 수학 내용이 너무 많아 중학교 때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 주십시오.
2019. 3. 18.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문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최수일(02-797-4044/내선번호 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