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사교육비 폭증 대란 심층분석③] 3년 연속된 불수능이 유발한 사교육 실태(2019. 3. 19)
지난 3월 12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2018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1만원으로 전년대비 1.9만원이나 오른 사교육비 폭증 대란이 벌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대비 3.6만원(12.8%)나 증가해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사교육비가 폭증하는 심각한 상황에도 교육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8년 사교육비 폭증의 주요 원인을 4차에 걸쳐 심층 분석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촉구하기 위해 연속분석보도를 기획했습니다.
[연속보도 ①]‘고교 사교육비 폭증의 주범인 대입제도,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선 시급해...’
[연속보도 ②]‘동경대 본고사 수준 수능 수학 킬러문항 있는 한 수학 사교육비 못 잡아...’
[연속보도 ③]‘3년 연속된 불수능 잡지 않으면 사교육비 증가 잡지 못해’
[연속보도 ④]‘2018년부터 조사 약속한 영유아 사교육비 조사 왜 시작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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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고교 사교육비 36% 폭증의 원인은 2016년 이후 교육부가 유도한 불수능 정책 때문입니다.
▲ 최근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폭증의 원인이 교육부의 의도적인 불수능 정책에 있음을 사교육걱정의 통계 분석을 통해 밝혀냄. 만점자를 방지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수능 출제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2015. 03. 17. 발표)에 따라 2016년 이후 학교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고난도 문제가 집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최근 3년간 고등학생의 사교육비가 36% 증가함.
▲ 사교육비 증가율과 수능의 문제 난이도는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를 보임. 영어와 수학의 경우 2016년까지 만점자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사교육비 증가율은 둔화되며, 이후 만점자의 비율이 낮아질수록 사교육비 증가율은 높아지는 반비례 관계를 보임.
▲ 국어는 2015년까지 사교육비에 큰 폭의 변화가 없다가 2016년 이후 2,400자 이상의 지나치게 길이가 긴 새로운 문제 유형이 등장하면서 만점자 비율이 0.3% 내외로 급감하였고 사교육비가 2015년 1.8만원에서 2018년 3.5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여 국어도 사교육이 필요한 과목으로 인식이 변화함.
▲ 영어 사교육비는 절대평가의 도입으로 2017년 증가세가 멈추었다가 절대평가 도입의 취지와는 반대로 2018년 모의고사 및 수능에서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여 1등급 비율이 5% 내외로 매우 낮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2018년 다시 급증함.
▲ 이렇게 국영수 주요 과목의 수능 시험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간 이유는, 2015년 교육부가 ‘수능 출제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만점자 방지의 기조를 내세웠으며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수능에서 소위 말하는 킬러문항이 등장한 것임. 이는 불수능 논란과 함께 사교육비의 급증을 가져 옴.
▲ 지난 11년간 사교육비 증가율은 물가상승률의 2.5배에 달하는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사교육비와 물가상승률의 급격한 차이는 최근 3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며, 교육부가 만점자 방지 정책을 시행, 2016년부터 시작된 킬러문항의 등장이 사교육비 증가의 핵심 원인임.
▲ 교육부는 2011년도부터 범교과적 수능이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사교육이 증가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으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2014학년도 수능부터 교육과정과 교과서 범위 내에서 문제를 출제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2019학년도 수능에서 현저히 위배함.
▲ 불수능과 킬러문항이 교육적 타당성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공교육을 파괴시켰으며, 사교육비를 급증시켜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5년 이후 어떠한 대책도 내 놓지 않고 있음.
최근 3년간 고등학생의 1인당 월별 사교육비는 2016년 23.6만원에서 2018년 32.1만원으로 36%가 증가했습니다. 이런 사교육비 증가는 통계청에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2007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입니다. 문제는 이 사교육비 폭증의 원인이 교육부의 의도적인 불수능 정책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2011년 이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의 난이도 변화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율을 분석했습니다. 이번 분석에서 수능의 난이도와 사교육비 증가율은 서로 비례 관계에 있음을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교육이 폭증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의 수능에서 만점자 방지를 목적으로 한 소위 킬러문항이 집중적으로 사용된 것이 교육부의 지침에 의한 의도적인 것임도 밝혀냈습니다.
이번 분석 결과를 통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 및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 허울 좋은 구호에 그칠 뿐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 놓지 못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부가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출제하라는 지침을 내림으로써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학교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임을 명백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수학과 영어의 경우 만점자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사교육비 증가율은 둔화되며, 만점자의 비율이 낮아질수록 사교육비 증가율은 높아지는 반비례 관계를 보임. 대표적으로 수학의 경우 2013년에 만점자비율이 2.4배 증가하자 사교육비 증가율은 5% 감소한 반면, 2014년도에 만점자 비율이 24% 감소하자 사교육비 증가율은 6%늘어남.
수능의 난이도와 사교육비의 밀접한 관계는 통계적으로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능 시험의 난이도는 만점자 비율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이 만점자 비율이 높으면, 즉 난이도가 낮으면 그 해의 사교육비 증가율이 둔화되고, 만점자 비율이 낮으면 사교육비 증가율이 높아집니다. [그림1]처럼 수학의 경우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수능의 수학 시험 만점자의 비율이 높았던 해에는 사교육비 증가율이 둔화되며, 만점자의 비율이 낮았던 해에는 사교육비 증가율은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2013년에 수학 만점자 비율이 2.4배 증가하자 사교육비 증가율은 5% 감소한 반면, 2014년도에 만점자 비율이 24% 감소하자 사교육비 증가율은 6%늘어납니다. 이러한 수능난이도와 사교육비의 비례 관계는 영어에서도 동일한 패턴을 보입니다.
[그림1] 수학 가형의 난이도 변화와 수학 사교육비 증가율 비교
(※수학 사교육비 증가율은 전년도 대비 증가율이며 수학 난이도와 비교를 위해 증가율×20으로 보정한 것임) [자료출처 : 통계청]
영어는 2015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수능 난이도가 높아지면 사교육비 증가율이 상승하고, 수능 난이도가 낮아지면 사교육비 증가율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2013년도 수능 만점자의 비율이 76% 감소하자 사교육비가 4.6% 증가하였으며, 2014년도 만점자 비율이 170% 증가하자 사교육비는 1% 증가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수능이 사교육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되는 사실입니다.
[그림2] 영어의 난이도 변화와 영어 사교육비 증가율
(※영어 사교육비 증가율은 전년도 대비 증가율이며 영어 난이도와 비교를 위해 증가율×30으로 보정한 것임) [자료출처 : 통계청]
■ 국어는 2015년까지 사교육비에 큰 폭의 변화가 없다가 2016년 이후 2,400자 이상의 지나치게 길이가 긴 새로운 문제 유형이 등장하면서 만점자 비율이 0.3% 내외로 급감하였고 사교육비가 2015년 1.8만원에서 2018년 3.5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하여 국어도 사교육이 필요한 과목으로 인식이 변화함.
매년 동일한 척도로 측정할 수 있는 난이도 외에 수능 문제의 유형 변화도 사교육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수능의 국어 과목 문제 유형과 사교육비의 변화를 보면 잘 드러납니다.
[그림3] 국어 난이도 변화와 국어 사교육비 증가율
(※국어 사교육비 증가율은 전년도 대비 증가율이며 국어 난이도와 비교를 위해 증가율×15로 보정한 것임) [자료출처 : 통계청]
국어는 수학과 영어에 비해 난이도 변화에 따라 사교육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목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국어는 어릴 때부터 길러진 독서습관이 성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사교육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어 사교육 의존도가 낮은 과목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국어 내신은 학교수업을 성실하게 듣고, 수능 국어는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런 이유로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비율이 영어와 수학에 비해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영어와 수학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2015년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던 국어 사교육비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28%, 17%, 30% 증가하여, 2015년에 1.8만원 하던 사교육비가 2018년 3.5만원으로 94% 급증합니다. 3년 사이 사교육비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이러한 최근 3년간의 국어 사교육비 증가는 수능 문제 유형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2014학년도에 듣기평가가 제외된 것 외에는 2016학년도까지 큰 변화가 없던 수능 국어영역은 2016년에 시행된 6월 모의고사에서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2014학년도에는 듣기평가가 없어지면서 시험시간 자체가 변화하는 등 시험체제의 변화라는 큰 변화가 일어났지만, 듣기 시험을 따로 공부하지 않았던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에게는 큰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2016년 6월 모의고사에서 일어났던 변화가 학생들을 큰 충격에 빠뜨립니다.
2016학년도까지 수능 국어영역에서 독서 관련 시험 유형은 대체로 1500자 내외의 길이를 가진 지문에 3-4개의 문항이 출제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에 시행된 6월 모의평가에서는 지문이 하나 줄어드는 대신 2400자 되는 지문에 6문항을 출제하는 방식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당시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국어 문제집과 EBS 연계교재가 1500자 내외의 지문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원에서 제공해 주는 대비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자료1] 국어의 유형 변화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자료출처 : 한국경제 2016.06.07. 반수생 증가... 성공학습 전략 어떻게 세울까]
2500자 내외의 고난도 지문 출제라는 새로운 유형은 2016학년도 이후 매해 수능과 모의고사에서는 동일하게 반복되었습니다. 이 고난도 문제 유형이 가져 온 심각한 문제점은 국어 과목에 대한 인식이 변해 버린 것입니다. 굳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되는 과목이었던 국어가 학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유형과 불수능으로 인해 이제는 사교육이 꼭 필요한 과목으로 인식되어 버린 것입니다.
■ 영어 사교육비는 절대평가의 도입으로 2017년 증가세가 멈추었다가 절대평가 도입의 취지와는 반대로 2018년 모의고사 및 수능에서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여 1등급 비율이 5% 내외로 매우 낮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2018년 다시 급증함.
영어의 경우는 수능시험의 체제 변화가 사교육비 증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2014년 12월에 교육부에서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를 절대평가 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전체 학년이 영어 절대평가의 적용을 받는 2017년에는 영어의 사교육비 증가세가 멈춥니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년 당시 대입 정시 대비 입학설명회에서 영어와 관련된 설명의 주된 내용은 1등급 비율이 높아질 것이고 대부분의 수도권 대학에서 1, 2등급 간에는 점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평가원 주관 모의고사 점수를 기반으로 둔 점수 계산법에 의하면 대체로 20∼40% 내외의 학생들이 1, 2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수능 영어가 절대 평가로 전환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은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고등학생의 영어 사교육비의 증가도 멈추었습니다.
[자료2] 진학지도자료(2018년 3월 학부모대상 진학지도설명회 강의자료)
[출처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
이러한 경향은 2018년 모의고사가 시작되면서 사태가 급변합니다. 2018년에 친 첫 모의고사에서 1등급 비율은 3학년 5.41%, 2학년 6.08%, 1학년 6.15%를 기록합니다. 고등학생 전체에게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어도 1등급을 받기가 어렵다는 신호를 준 것입니다. 이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실시한 3학년 대상 6월 모의고사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4.19%를 기록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절대평가 체제의 영어도 사교육이 필요한 과목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킵니다.
[표1] 수능과 모의고사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의 변화
결국 학생과 학부모의 이러한 우려는 1년 내내 계속되었고 이는 2018년에 고등학생의 영어 사교육비를 급증시킵니다. 결국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2018년의 마지막 시험인 11월 수능에서 5.3%, 2학년 모의고사는 3.03%, 1학년 모의고사는 5.77%에 불과한 1등급 비율을 보입니다. 이름만 절대평가로 바뀌었을 뿐 상대평가 체제의 1등급 비율과 유사한 수준이 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고등학생의 영어 사교육비는 7.7만원에서 8.7만원으로 13%가 급증합니다.
이처럼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는 수능의 난이도나 문제 유형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능의 성적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모의고사의 난이도나 문제 유형도 사교육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최근 3년간의 사교육비 폭증을 어려운 수능 시험이 견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 3년간의 난이도 변화와 사교육비 증가가 모두 교육부에 의해 의도적으로 실시되었다는 점입니다.
■ 이렇게 국영수 주요 과목의 수능 시험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간 이유는, 2015년 교육부가 ‘수능 출제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만점자 방지의 기조를 내세웠으며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수능에서 소위 말하는 킬러문항이 등장한 것임. 이는 불수능 논란과 함께 사교육비의 급증을 가져 옴.
2015년도에 정부가 내놓았던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 계속된 사교육비의 증가와 수능시험 출제 오류로 교육부는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발표합니다. 이 대책에서 교육부는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잦은 입시제도 변경, 대학별로 복잡한 대입전형과 예측이 어려운 수능 난이도가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킨다고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수능 출제 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을 집중 논의하여 방안을 마련하고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전체 대입전형과 연계된 중장기적 수능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자료3]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
[자료출처 : 교육부, 2014. 12.]
그리고 이듬해인 2015년 수능개선위원회는 수능 출제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합니다. 이 방안에서 수능개선위원회는 전체적인 수능 개선 방안 마련 없이 전년도에 문제가 되었던 출제 오류를 방지하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합니다.
[자료4] 수능 개선위원회의 수능 개선 방안
[자료출처 : 수능 출제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방안]
이 대책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과도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림4] 수능 과목별 만점자 변화
교육부의 이러한 계획은 개선 방안 발표 직후인 2016년 6월 모의고사부터 바로 적용됩니다. 그리고 [그림4]에서 보듯이 교육부의 대책 발표 이후 2016년을 기점으로 수능의 각 과목의 만점자는 급격히 감소합니다. 이러한 만점자 감소는 수능 개선위원회의 방안에 따라 의도적으로 만점자 비율 낮추기 위해 소위 킬러문항을 넣었기 때문임이 명백합니다. 국어는 지나치게 긴 길이의 지문으로, 수학은 한 문제에 여러 단원의 성취 기준을 섞어 출제하는 방식으로, 영어는 지나치게 복잡한 문장과 일반적이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대부분의 과목에 만점을 방지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만점자 비율의 감소는 고교 사교육비 증가율이 급격히 증가한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교육부가 수능 난이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계획한 정책이 엉뚱하게도 만점자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에 집중하는 바람에 오히려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 지난 11년간 사교육비 증가율은 물가상승률의 2.5배에 달하는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사교육비와 물가상승률의 급격한 차이는 최근 3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며, 교육부가 만점자 방지 정책을 시행, 2016년부터 시작된 킬러문항의 등장이 사교육비 증가의 핵심 원인임.
통계청에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2007년부터의 고등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2011년과 2013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증가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릅니다. 이것은 물가와 비교하면 그 심각성이 더 잘 드러납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소비자 물가지수가 27% 오르는 동안 고등학생 1인당 월별 사교육비는 19.7만원에서 32.1만원으로 63% 증가했습니다. 지난 11년간의 사교육비가 물가상승률의 2.5배에 달할 정도로 매우 큰 증가폭을 보입니다. 이러한 사교육비와 물가상승률의 급격한 차이는 모두 최근 3년간 일어난 것입니다.
[그림5]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물가상승률 비교
(소비자 물가지수는 2015년을 100으로 한 지수이며, 사교육비와 비교를 위해 물가지수/4.2로 보정하여 2015년의 데이터를 일치시킨 것임) [자료출처 : 통계청]
앞서 살펴보았듯이 2016년은 만점자를 방지하라는 교육부의 대책이 시행되기 시작한 해이고, 이를 위해 킬러 문항이 전과목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해입니다. 오직 만점을 방지한다는 목적의 문항이므로 교육과정을 준수하거나 교과서에서 출제해서는 그 효과를 달성할 수 없으니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를 출제해야 했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에서는 대비할 수 없는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더욱 사교육을 찾게 된 것입니다.
■ 교육부는 2011년도부터 범교과적 수능이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사교육이 증가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으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2014학년도 수능부터 교육과정과 교과서 범위 내에서 문제를 출제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고, 2019학년도 수능에서는 이를 현저히 위배함.
더 심각한 문제는 만점자를 방지하고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한 킬러문항이 교육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을 교육부도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2011년 1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육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수리영역을 제외한 언어, 외국어영역에서 동일한 수준의 수능시험이 제공되어 선택권이 제한되고 필요이상의 수험 부담과 언어 및 외국어영역의 경우 범교과적 출제로 인해 학교 수업이외의 별도의 수능 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수능의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자료5] 2014학년도 수능시험 개편 방안
[자료출처 : 교육부 공지사항 2011. 1]
교육부는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수능 시험에서 출제하는 내용을 일치’시키는 한편 범교과적 출제를 지양하고, 교과 중심의 수능시험 출제를 강화하는 것을 개편방안으로 내놓습니다. 또한 수능의 출제 범위를 ‘교육과정에 제시된 국어 교과의 Ⅱ과목 수준으로 하되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하여 출제’하도록 합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안을 정리하면 기존의 ‘언어영역’에 너무 다양하고 높은 수준의 지문이 나와 학교에서 대비하기 어려우므로, 시험의 이름을 ‘국어영역’으로 바꾸고 교과서에 나오는 바탕글 수준으로 지문을 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평가원이 주관한 시험에서는 단 한 번도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번 2019학년도 수능의 국어 31번 문항은 이를 완벽하게 위반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료6] 2019학년도 수능 국어 31번 문항
앞서 교육부가 스스로 지적한 문제점처럼 국어시험에 물리와 관련된 내용을 잘 이해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온다면 어떤 학생이 학교 수업을 성실히 받는 것만으로 수능을 잘 칠 수 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6종의 ‘독서와 문법’ 교과서 중 물리와 관련된 교과서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학교 수업만으로는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버젓이 이런 문제를 계속해서 출제해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 불수능과 킬러문항이 교육적 타당성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공교육을 파괴시켰으며, 사교육비를 급증시켜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5년 이후 어떠한 대책도 내 놓지 않고 있음.
정상적인 학교교육에서 대비할 수 없는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게 되면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이 시장에 맡겨지면 높은 소득을 가진 사람이 유리해 지는 것은 비단 교육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에 의하면 소득이 높을수록 수능 성적이 대학입학전형 요소로 선호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소득이 낮을수록 사교육으로 대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인성봉사나 특기적성을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림6]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
[자료출처 : 한국교육개발원 2018.03.]
평가원은 만점자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했을지는 모르지만 교육적 타당성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공교육을 파괴시켰으며,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15년 이후 급증하는 사교육비 증가율에도 어떠한 대책도 내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3일 교육부가 ‘사교육 통계 연구단’을 꾸리겠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학부모들이 겪는 현실을 좀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통계 조사를 통해 사교육비 증감의 원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마련하는 데 활용한다고 합니다. 늦었지만 사교육비를 좀 더 정확하게 조사한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교육부는 수능의 문제 형태와 난이도가 사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점자 방지라는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목표에 사로잡혀 교육적 의의도 사회적 공정함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평가원은 변별력을 이유로 학교 교육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을 당장 중지해야 합니다. 이 대책 하나만으로도 고등학생 사교육의 불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의 선생님들이 만점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이 가르치지도 않은 문제를, 시험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은 문제를, 학원을 다녀야만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한다면 교육부는 손 놓고 있겠습니까? 교육부와 평가원은 당장 불수능 및 킬러문항 출제를 멈추어야 합니다.
2019. 3. 19.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책임연구원 신동진(02-797-4044/내선번호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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