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 26일, 대학 1학년생부터 학원강사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교습할 지식과 능력이 충분한 대학 1,2학년 재학생에게 학원강사 자격을 주지 않는 현행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니 바꾸자는 겁니다. 지난 4월 8일에는 신창현 의원도 사실상 고졸자인 ‘대학입학 예정자’부터 학원강사 자격을 주자는 학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습니다.
현행 학원법은 성범죄·아동학대 관련 범죄 이력이 없고, 전문대졸 이상(4년제 대학 3학년 이상)자에 한해 강사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학원장이 완전한 사적 자율로만 채용하게 두지 않고, 공적인 자격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학원이 사교육 상품 중에서도 참여율이 월등한데다, 학원이 시장의 영역에 있지만 사회교육기관으로서 교육이라는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학원의 사회적 책무성을 반증합니다. 특히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개인과외 교습이 별도의 자격이나 신고 절차가 없는 것과는 달리, 학원강사에 대해서는 학원법을 통해 공식적 자격 통제로 교육의 질을 관리합니다. 이는 개인과외와는 달리 학원 교습은 여러 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보다 크며, 허가된 사업장에서 일정한 교수 방법과 체계를 갖추고 하는 공적 활동임을 감안한 것입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대학 1,2학년 중에서도 강사로서 훌륭한 자질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기관으로서 강사의 질 관리나 교육 소비자 보호가 직업 선택의 자유나 채용의 자유보다 우선되므로 최소한의 학력 제한으로 관리해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학원강사 자격 기준을 개정하면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우려됩니다.
■ [문제점 ①] 개정안은 국가가 나서서 사교육 공급자인 강사를 양산시키는 사교육 시장의 확대책임. 교육부로서 사교육 부담을 완화해야 할 의지와 책임을 방기하는 부적절한 조처임.
2018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 1인당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이 3년 연속 최대치가 갱신됐습니다. 이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 2019학년도 역대급 불수능, 미온적 고교체제 개선책 등 문재인 정부가 이렇다 할 사교육 경감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사교육 유발 요인을 방치해온 데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부가 나서 학원강사 자격기준을 완화하여 대학 1,2학년생이면 누구나 사교육 공급자가 될 수 있도록 개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사교육 부담을 완화해야 할 교육부가 도리어 대학가에서 사교육 공급자인 학원강사를 양산하겠다는 겁니다. 사교육 시장을 확대하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또다시 정부가 앞장서는 셈입니다.
학원강사 자격기준은 지속 강화되어 오다가, 99년부터 지속 완화되어 04년부터는 교습과목에 대한 전공 및 경력요건이 모두 삭제된 채로 현행을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 현장은 공교육에 비해 당국의 소홀한 관리 속에 학원 강사의 폭언‧폭행, 인권침해, 무등록 대학생 강사 등 각종 불법·비교육적 문제들이 근절되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 교육부가 학원강사 자격기준을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완화하겠다는 것은 사교육 경감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책임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 [문제점 ②] 대학생 강사는 학업과 일의 병행으로 강사 업무에 집중이 어려우므로 개정안은 학원 교육의 부실화를 심화시킬 것임. 특히 대학 1,2학년에는 반수·편입·입대 등 변동 요인이 많고, 입시를 끝낸 지 얼마 안 되어 문제풀이·시험대비식으로 가르칠 가능성이 큼.
대학 재학생은 학업과 일의 병행이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학업을 병행하지 않고 강사업에 종사하는 전업강사에 비해 교재 연구나 강의 준비 등 강사 업무에 소홀하기 쉽고, 직업 의식과 책임감이 비교적 약할 개연성이 있습니다. 이런 점은 대학생 강사에 대한 취재 기사에도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대학 입학 초기인 1,2학년에는 반수·편입·입대 등의 변동 요소로 최소 6개월 이상의 장기 근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안정적 강의 진행이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대학생 특성상 입시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신 입시 정보나 시험 감각을 전수하는 식의 교수 가능성이 큽니다. 안 그래도 우리 교육 현실에서 문제시되는 문제풀이‧시험대비식 교육이 보다 확산될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학원강사 자격에 대한 위헌심판에 대해 합헌임을 결정하면서 직업선택의 자유보다 ‘교육의 질’을 최우선 가치로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교육부의 개정안 제정 추진은 학원강사 업계의 전문성을 훼손시키고, 학원 교육의 질도 악화시킬 것입니다.
■ [문제점 ③] 개정안으로는 교육부가 입법 취지로 밝힌 대학 1,2학년생을 보조강사로 활용하던 학원가의 편법 관행을 바꾸기 어려움. 대학생 입장에서 강사로 임금을 받으면 소득분위가 올라가 국가장학금이 줄까봐 정식 강사등록을 꺼리기 때문임.
통상적으로 학원에서 대학생을 고용할 경우 아르바이트로 최저시급 대비 1.5~2.5배에 해당하는 비교적 높은 시급을 지급해왔습니다. 그럼에도 학원장 입장에서는 정식강사에 비해 임금 부담이 덜하고, 퇴직금이나 4대보험 같은 비용이 안 들면서도 단기 근로자가 많아 고용 절차가 간편한 아르바이트를 선호해온 것입니다. 별다른 사회 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에게도 진입장벽이 높지 않으면서 시급은 높은 학원알바는 비교적 쉬운 ‘꿀알바’로 선호되어져 왔습니다. 그 결과 학원가에서는 강사 자격이 없는 대학 1,2학년을 채점, 질의응답 등 강사 업무를 보조하는 아르바이트 형태로 고용해놓고, 사실상 강사 업무인 교습 행위까지 맡기는 편법 고용 관행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대학 1,2학년생이 정식 학원강사 자격이 주어진다면, 그간의 편법 고용 관행이 없어지고 대학생을 정식 강사로 등록하는 일이 많아질 것인가 입니다. 실제 학원가에서 일하는 대학생과 대학생을 고용하는 학원장에게 정식 강사등록을 원하는지 물었습니다. 그 결과, 대학생과 학원장 모두 강사로 등록하게 되면 대학생으로서 받던 국가장학금 혜택의 소득 구간이 달라져서 장학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원치 않을 거라고 답했습니다. 시급제 아르바이트를 월급 또는 비율제 강사로 정식 고용하면, 추가 소득 탓에 기존에 받던 국가장학금 수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대학생 대다수가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결국 학원 현장에서는 대학 1,2학년생을 보조강사로 편법 채용하던 관행이 양성화되기보다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교육부의 개정안으로는 편법 관행의 개선 효과도, 청년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 [문제점 ➃] 개정안은 20대 초반 청년들의 취업기회 확대책으로 부적절함. 이는 대학생들에게 생애 첫 사회경험으로 사교육 종사를 장려하는 일이며,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선택하는 사회문제를 가중시키고, 학원강사 업계에 학벌중심 채용을 부추기기 때문임.
교육부는 개정안 도입이 청년 취업기회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금번 개정안이 나날이 늘어가는 청년 실업의 대책임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 1,2학년생이 ‘생애 첫 사회경험 일터’로 ‘사교육현장’이 장려되는 정책은 청년 실업 대책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이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 대학생들이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선택하는 문제를 정부가 외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고용 시장의 전공-직업 간 미스매칭은 대학 교육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직장에서의 재교육 비용을 가중시키는 사회적 낭비입니다. 학원 강사업계도 예외가 아니라서 법대 출신이 국어 강사를 하는 것과 같이 전공과 무관한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가 흔합니다. 지금도 교습 교과에 대한 전문성 없이도 학원 강사가 가능한 상황인데, 업계에 진입하는 최초 연령을 사실상 낮추고 대학생 누구나 학원에서 사회 경험을 시작할 수 있게 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또한 개정안은 사교육 업계의 학벌중심 채용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도 학원가는 ‘XX대학 출신 강사’와 같은 문구를 광고에 버젓이 할 만큼, 강사가 나온 대학의 서열을 홍보에 활용하면서 학벌 서열주의를 공공연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보다 학원강사의 자격 학년을 하향하면, 강사 채용 과정에서 학벌이 판단 요소로 작용될 가능성이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물론 출신대학 이외에도 시강이나 면접 등을 함께 볼 수도 있겠으나, 대학 1,2학년은 여타의 사회적 경험들로 역량을 입증하기 불리한 저경력자라는 점에서 출신대학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현재에도 대학생 강사를 채용한 학원들이 출신 대학을 홍보에 내걸어 학벌주의를 공고화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러한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이는 금번 개정안이 청년들의 보편적 취업기회 확대책이 아닌 것을 뜻합니다. 대학생 누구나 강사가 될 수 있는 듯 하지만, 특정 대학 출신만 선호하며 아무 대학 재학생이나 선발하지 않는 강사 업계의 고용 현실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번 개정안은 특정 대학 1,2학년생에게만 취업기회 확대가 체감될 수 있는 선별적 정책으로, 강사 채용에서 대학 간판이 지금보다 더 강력한 무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정책 취지와는 달리 개정안이 학벌에 따라 직업 선택 기회의 차별을 도리어 확대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생적 일자리 창출책이 될 수 없습니다.
■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함. 아울러 신창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학원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결코 통과되어서는 안 될 것임.
이상의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 추진은 ⧍사교육 시장의 확대를 조장하고 ⧍학원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편법 관행의 양성화 효과는 미미한데다 ⧍바람직한 청년 취업 확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은 신창현 의원의 대표발의한 학원법 개정안 또한 국회 상임위에 상정되었으나 결코 통과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019. 8. 8.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 신소영(02-797-4044/내선번호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