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 중단 시국선언에 각계 인사들과 시민들 총 1,500여 명 참여함.
▲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의 실제 내용이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를 중단하는 근본적이고 강력한 대안이어야 함을 강조함.
▲ 참여한 주요 인사들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교육 가치는 ‘협력’임을 강조하며 이번 개혁은 궁극적으로 대학서열화 철폐로 이어져야 함을 역설함.
교육, 문화, 종교계 인사들과 교사, 학부모 1,500여 명이 함께 한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 중단 시국선언’에 대한 기자회견이 11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습니다. 오랜 세월 우리 사회를 잠식해 온 특권 대물림 교육 문제가 조국 사태로 인해 폭발적으로 대두되었음에도 정부는 이를 입시 공정성 문제로만 대응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말, 대통령은 장관회의에서 수능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세부 내용까지 언급하여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번 시국 선언에 참여한 오피니언 리더들과 시민들(11월 8일 기준 1,541명)은 강력한 교육 개혁의 내용이 입시 제도를 일부분 개선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를 중단하는 보다 근본적이고 강력한 정책이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이만열 국사편찬위원회 전 위원장, 홍세화 장발장은행 대표, 강수돌 고려대교수,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등 시민단체와 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김상봉 전남대 교수가 기초한 이번 시국선언문은 참석자들 대표로 최현섭 전 강원대 총장, 김명신 서울시교육청 청렴시민감사관, 김성보 부산교대 명예교수,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 소장, 강혜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이 낭독했습니다.
“한국의 교육은 인격의 도야나, 고매한 이상의 추구 그리고 미래를 위해 정말로 필요한 교양과 지식의 연마가 아니라, 극단적인 입시교육에 치우쳐 청소년들로 하여금 친구들 사이의 사랑과 우정보다 성적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것을 먼저 배우도록 부추깁니다. 학교 교실에서부터 시작되는 성적에 의한 유·무형의 차별은 소수에게는 근거 없는 우월의식을 그리고 대다수 청소년들에게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을 내면화시킵니다. 그리고 오래 억눌린 분노와 좌절감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이번의 조국 사태처럼 작은 불씨에도 언제라도 폭발하여 우리 사회를 갈가리 찢어놓게 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눈부시게 발전시켜왔던 교육이 오늘날 이처럼 모든 면에서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걸림돌이 된 까닭은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 장치가 되고 특권의 대물림 통로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출신 학벌이 사회적 신분을 결정하는 까닭에 모두가 대학입시에 목을 매고 조금이라도 더 높은 서열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게 되고, 이로부터 모든 입시 경쟁의 지옥도가 그려지는 것입니다…(후략)”
이날 자유발언에 참여하신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30년 전 자녀의 입시를 치를 때 겪었던 입시의 병폐가 현재에 와서는 아이들을 죽이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제도 개선을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젊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가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대학입시제도의 개선과 대학서열화 철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그 가능성을 수시나 정시, 학종이나 수능의 제도를 개선하는 데서 이뤄질 것으로는 생각지 않습니다. 좀 더 근원적인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오늘 저희들은 의견을 모으려고 합니다. 그것은 대학서열화 철폐입니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의 서울지부장은 공교육으로부터 입시제도와 교육과정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들어본 적 없고, 그 틈새로 파고드는 사교육 시장이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학입시는 어떻게 바꿔도 또 다른 문제만 야기할 뿐입니다. 정시가 100%가 된들, 수시로만 입학한들 우리나라 교육이 바뀔까요? 수능이든 내신이든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한, 무한경쟁으로 인한 아이들의 고통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문제는 줄 세우기에 있습니다. 기업들이 학벌에 따라 임금과 직무를 차별하는 한 대학 서열화와 고교 서열화는 절대 사라질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대안을 연구하고 다양한 기회를 통해 발언해 온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는 자본에 따라 계급화된 우리나라는 비슷한 환경의 미국 입시 제도를 도입한 것까지는 잘한 선택이었으나 배경의 영향력을 무력화시키는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가 빠진 채 제도를 들여온 데서 문제가 생겼음을 지적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선진국 중에서 입시의 가치로서 ‘공정’을 내세우는 나라를 보지 못했습니다. 왜 선진국들은 공정에 관심이 없을까요? 공정성은 기본적으로 경쟁에서 고려되는 가치이므로 어느 나라에서도 교육을 경쟁으로 보지 않습니다. 교육적 가치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입니다. 경쟁은 성인이 되고 나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미성년자에게 공정한 경쟁을 시킨다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요? 미성년자들은 아직 잠재력을 발휘하지도 않았습니다. 늦게 피는 꽃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서 저는 입시에서 공정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유발언대에 나선 김영식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교육이 본질로부터 멀어진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님을 개탄하며, 12년간의 교육과정에 대한 보상의 관점으로 대학 입시를 바라보니 공정한 보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입을 기회로 보는 전환을 먼저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역경을 가졌던 학생들을 위한 기회균형선발, 직장생활의 경험을 가지고 공부하길 원하는 재직자 전형과 같은 입시를 넓힌다면 출신대학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려는 문화, 대입만을 위해 공부하는 문화들이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것이 먼저 되었던, 그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선보인 퍼포먼스에서는 특권대물림 경쟁 체제를 열차에 형상화시켜 특권 없는 행복한 교육체제로 모두가 함께 갈아타자고 노래했습니다.
함께 한 많은 시민들은 우리 교육의 관점을 공정이 아니라 생명의 관점에서 다시 보아야 한다는데 마음을 모으고, 우리 아이들이 고통받는 치열한 경쟁으로부터 구출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설 것을 다짐했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없는 터널을 무한궤도로 달리고 있는 특권 대물림 교육, 이제 정말 중단해야 할 때입니다.
2019. 11. 08.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