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책 좀 읽는다고 소문난 내게, 아들 친구 엄마가 물은 적이 있다.언니는 책 읽는게 재밌냐고.나는 당연히 책이 재밌다고 생각했다.초등학생 때도 친구 집에 놀러가서 책꽂이에 책이 있으면 친구랑 놀기보다 책을 꺼내봤던 기억이 난다.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이 질문이 생각났다. 물론 재밌고 읽기 쉬운 책도 있지만, 어떤 책들은 초반부를 넘겨야 재밌어지기 시작하는 책들도 있다.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책이 재미있다고만은 할 수 없지...
아들 친구 중에 책을 많이 읽는 친구가 있었다.그런데 그 친구의 엄마가 하는 말이 스마트폰을 사 준 후론 책은 거들떠도 안본다며 한숨 쉬며 얘기한다.
둘째 아들은 방과 후 특기 적성과 농구 클럽만 다녔는데 코로나 이후로 집에만 있다보니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시간과 유튜브 보는 시간이 늘었다.
손쉽게 클릭만 하면 볼 수 있고, 재미있고, 무궁무진하여 책보다는 먼저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것 같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독서인증제를 실시한다. 몇 권 이상 독서록을 쓴 것으로 금장,은장,동장 이렇게 나눠서.
큰 아들이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책 내용 중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필사하고 느낌 한 줄을 쓰는 것으로 독서록을 대신했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러 갔을 때 담임 선생님 책꽂이에 '총,균,쇠'가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마침 나도 '총,균,쇠'를 막 읽은 후라 선생님과 독서 이야기를 하다 담임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했다. 아이들 독서록 검사를 하다보면 필사한 부분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엉뚱한 부분을 필사해 오는 아이들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된 아들이 얼마 전 영어 수행 평가 준비를 해야한다고 했다.
평가 내용은 코로나로 인해 느끼게 된 소중함,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 이 두 가지를 각각 7문장으로 쓰는 것이라고 했다.아들은 7문장으로 뭘 쓰라는 것이냐며 투덜거렸다.뻔한 얘기 대충 써야겠다고.그리고 자기는 학교를 안 가서 너무 좋은데(ㅠㅠ+ㅋㅋ) 학교에 매일 갈 수 있다는게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거짓말로 쓸 수도 없다며 한참을 고민하다 7문장을 대충 마무리했다.
평가가 원하는 답이 정해져 있다보니,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쓸 수도 없고, 깊은 생각을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아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나도 잘 모르는 내용을 알 때가 있어서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하고 물어보면,천연덕스럽게 "유튜브"하고 대답한다.우스갯소리로 우리 아들 지식은 다 유튜브가 알려준다고 남편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아는 지식은 단편적이거나 써머리 된 지식이 많아, 숙성의 시간이 없어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다.
아들에게 어릴 때부터 읽어주던 책을, 중3이 된 지금도 잠자기 전 30분 정도 읽어준다.읽기 싫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감사하게 읽어주면 옆에서 반응도 해주곤 한다.사실 본인이 직접 읽지않고 듣는게 독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책과는 담 쌓고 사는 아들들을 보며 몇 자 끄적거려본다.
첫댓글 어떤 글은 하나의 주제와 관련된 일상을 찬찬히 보여주기만 해도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성아 샘 쓰신 글이 그러하네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아이 키우면서 꼭 한번씩 겪게되는 일인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