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종류의 엄마가 있다. 장애아를 둔 엄마와 그렇지 않은 엄마. 그렇다면 나는 첫번째 엄마 부류에 속하게 된다.
지체장애 1급의 소근이이가 특수학교를 다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일반학교로 전학을 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기간, 거의 수술과 치료를 하느라 병원에서 시간을 보낸 소근이는 중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배움의 길을 시작할 수 있었다.
뇌수돌출증(뇌가 두개골 밖으로 1/3 정도 튀어나와 있는)이라는 희귀한 장애이고, 돌출된 뇌와 관련된 왼쪽은 기형이 심해서 거의 사용을 하지 못한다.
나와 소근이도 처음이지만, 소근이 친구들도 소근이가 처음이라 우리는 모두 당황했다.
소근이 학창시절, 내가 소근이를 위해 해 준 유일한 것이 있다면, 친구들을 초대해서 피자를 사주거나 무슨 선물을 하거나하는 것으로 환심을 사려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소근이가 비록 어렵겠지만 자신의 속도대로, 자신의 스타일대로 친구를 하나씩 사귀어 가기를 바랬고, 그로 인한 진정한 기회를 가로막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소근이는 아침마다 활짝 웃으면서 방문을 열어 제치고, 이 세상, 소근이가 마주해야 할 어느곳이든 성큼성큼 가 주었다. 나는 무엇보다 그것이 가장 행복했다.
소근이와는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그녀는 고집이 무척 세서, 무엇이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했고, 옷도 꼭 자기가 입고 싶은대로 입어야 했고, 과제도 할 수 있는 것은 꼭 해야 했다. (정말 힘들었다)
다양한 선생님,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소근이는 자신에게 허락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알아갔고, 허락되지 않는 것 중에서도 어떡하던지 자신의 몫은 챙겨 냈다. 예를들면 학교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하자작업장학교, 공간 민들레, 신동신산업정보고등학교, 신안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기까지 비가 오나 눈이오나 그 멀고 척박한 길을 오롯이 걸어낸 것이다.
물론 우울할 때도 힘들어 할 때도 있다, 그러면 난 소근이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 자, 소근아, 선택해, 오늘이라는 하루를 우울하고 속상하게 보낼래, 아니면 뭐라도 재미있는 걸 하고 보낼래”
소근이를 위해 일관되게 하는 기도는 이렇다.
“하나님, 소근이가 하나님께서 내려 주신 복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누리고 살게 해주세요, 그리고 성령의 9가지 열매를 주렁주렁 맺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원없이 나누어 주며 살게 해주세요...”
왼쪽을 거의 사용할 수 없고, 오른손 손가락도 3개만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근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는 피아노 반주와 주일학교 반사로, 시각장애인 선교회 봉사로, 그리고 필요하다면 다양한 바느질 솜씨로, 패션코디네이터로 내일 죽더라도 여한이 없는(내 생각) 삶을 살고 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는 내내 자기만의 고유한 내면적 힘을 찾아가는 삶, 개개인을 국가가 모욕하지 않는 품위있는 사회, 마음껏 자기를 과시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무대설계’등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에 매료 되었다.
사회생활의 모든 순간에 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람대접을 받음으로써 매번 사람다운 모습을 획득했고, 다양한 이웃들과 인격체로 존중하는 상호 작용을 공유하면서 그 존중을 강화했다는 믿음에도 깊게 동의한다.
서로의 반응에 반응하면서 반응은 더더욱 크게 확장되고 각자의 반응이 향하는 방향은 이제 하나로 수렴된다. 나도 소중하고 너도 소중하다는 것으로...
첫댓글 함께 얼굴보며 얘긴 못했지만 글로나마 반가움 전해요~ ^^ 모퉁이님 글 곱씹으며 읽었어요. 그 어느 때보다 울림이 깊었나봐요. 감사해요~^^
소근이 이야기 첫 발을 떼신 것...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축하드려요.
정신승리가 아닌 "정신의 스타일"을 소근이는 이미 이뤄내고 있는 듯 보여요. 우리가 그 고유함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도록 이 책을 통해, 모퉁이님의 글을 통해 저도 한 발 내딛어봅니다.
종종 듣던 이야기이지만, 이렇게 글로 접하니 더 큰 감동으로 마음이 일렁이는것 같아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은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 신체적인 한계나 정신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어떤 배경에 상관없이 소중한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시네요. 아무리 내 자녀라지만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삶이기에, 소근이가 혼자 일어설 수 있도록 무형의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신 모퉁이님의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멋진 엄마를 둔 멋진 소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