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이 시작되는 날이면, 학창 시절에도, 엄마가 된 지금도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일지 궁금합니다. 학창 시절,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이었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1순위가 차별하지 않는 선생님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에게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이었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면, 착하고 공평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차별과 공평이라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가 봅니다. 저는 학창 시절 아빠가 육성회 부회장으로, 엄마가 어머니회 회장이었던 덕분에 선생님의 편애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나를 예뻐해 주는 것 때문에 선생님이 존경스럽다거나 좋지는 않았습니다. 부모님의 빽이 있거나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선생님의 편애를 받았습니다. 늘 선생님의 관심은 그런 학생들한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원래 그런거라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4~5년 전, 옆집이 새로 이사를 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서 내가 "501호세요?"하며 인사를 했고, 그 후로 가끔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정도였습니다. 둘째가 3학년 초에 놀이터에서 놀다오겠다며 나갔다와서는, "엄마, 선생님이 우리 옆집에 살아?" 물었습니다.나는 "너희 선생님이 왜 우리 옆집에 사니?"했더니, 선생님이 조심해서 놀라고 하며 비밀 번호를 누르고 옆집으로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나는 담임 선생님과 옆집이 아주 친밀한 관계인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총회를 갔더니, 내가 평소에 인사했던 옆집이 담임 선생님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들 학교 생활에 약간의 편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 모임을 가면 다른 엄마들로부터, "00이는 옆집 혜택을 받는거 같아." 또는 "친구들이 00이를 일렀더니, 선생님이 착한 00이가 그럴리가 없다고 했다던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소심한 성격의 둘째 아이는 그런 걸 부담스러워하며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 후 4학년이 되었을 때 일입니다. 학기 초에 아들이 특기 적성 수업이 끝나고 교실 앞을 지날 때, 같이 있던 친구가 교실 문을 두드리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교실 안에 계시던 담임 선생님이 자기가 그런 줄 알면 어떡하냐며 소심한 아들은 집에 와서 울먹였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선생님께 이런 일이 있었다고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고, 선생님은 다음 날 잘 얘기를 해 주셔서 아들은 마음이 편해져서 돌아왔습니다. 그 후론 선생님과 친구같이 지내며, 한 해를 정말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선생님이 물론 울아들에게만 잘해 주신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잘해 주셨습니다. 집에 갈 때 한 명씩 모두 인사하며, 수업 시간에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일일이 사진을 찍어 올려주셨습니다. 지금도 가끔 4학년 때 클래스에 들어가 사진과 동영상을 보기도 합니다. 반 아이들 모두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엄마들이 내년에 얘네들 어떡하면 좋냐고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편애는 받는 입장에서도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편애를 받을 때, 아이들은 서로 미워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위한 학교였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담임쌤이 옆집 살기도 참 드문 일인데 말이죠. 좋은 추억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편애의 추억만 남아 안타까운 맘이 들었네요.
맞아요, 그러기도 참 드문데.
저는 그냥 이웃으로 잘 지내고 있는데, 아들은 선생님을 생각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나봐요.ㅠ
편애를 받는 입장도 안좋을 수 있다는 관점이 새로워요. 그 이야기가 4학년 담임 샘 이야기와 대비를 이루면서 모든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글쓴이의 바람이 제게도 절실하게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