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 듯 다가온 시절을 쫓아, 가을이라는 문턱에서, 마치 잇몸에 이가 다 들뜬 것처럼 어느것 하나 든든하지 못한 제 삶의 리터러시를 돌아봅니다.
이른 새벽 자녀 그리고 삶이 주는 버거움을 묵직하게 눌러 안고 무거운(!) 몸을 일으킵니다. 당면한 여러 정황에 대해 근본적 질문과 이해가 필요해서 신 앞에 앉습니다. 수천년간 전해져 온 성경을 통해, 예배당 정면의 십자가를 통해, 그리고 옆에 앉은 또다른 기도자들의 온기를 통해 오늘하루의 가능성을 읽어 냅니다.
출근하면서 책을 봅니다. 요즈음은 주로 모임에서 읽기로 되어 있는 책을 보는데요, 저 혼자서는 선택하기 어려웠을 책이네요... 나이들수록 마치 세상을 다 아는 것 같은 착각에 자주 빠지게 되는데, 이렇게라도 읽지 않으면 금새 꼰대가 되겠어요...
수영장에 들어갑니다. 물이 차갑네요. 몸이 깜짝 놀라고 정신도 번쩍 듭니다. 이제 물이 몸에게 주는 메시지를 읽을 차례가 됩니다. 지난 오랜기간 왜 몸을 좀더 단련하지 못했을까요.. 아주 그냥 너무 아쉽습니다. .. 수영을 잘 못해요, 잘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망’ 수준입니다. 다만 잘하려고 엄청 애를 쓰죠. 그러면 물은 말합니다. “힘을 빼세요, 힘을” 물에 몸을 온전히 맡기게 되는 때가 오기는 하겠죠?
출근키를 찍습니다. 이젠 직장에서 주는 메시지를 들을 차례입니다. 효율/퍼포먼스 이런 것을 고민하게 됩니다. 역량이 부족하니 여러차례 부끄럽고, 어떡하든 좋은 성과 내고 싶어서 영혼을 꽉 부여잡습니다... 한가지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동료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궁금한 이야기, 속상한 이야기 마구 날리며 또 듣기도 하면서 내가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아닌지 살펴보네요. 트랜드에 민감할 나이는 지났지만 그래도 저와 다른 매력과 장점이 있는 이 동료는 도데체 어디서 이런 정보를 얻고 어떻게 이런 퍼포먼스가 나오는지 대략 난감 궁금하거든요....
퇴근하면서 “허핑턴포스트”를 봅니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나, 오늘의 헤드라인은 뭐냐... 이러면서 일단 쭉 훑어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세상 중요한 이야기 다 챙긴거지? 빠트린건 없겠지? 뭐 이러면서 관심사는 따로 열독합니다.
저녁 설거지까지 마무리 하면, 이제 페이스 책(^^)을 들여다 봅니다. 나만의 주인공들이 오늘을 어떻게 살았는지 넘나 궁금하거든요. 아리랑, 태백산맥, 토지, 한강, 정글3만리, 허수아비 등 구한말 ~ 근대사 까지 주인공의 삶과 다르게 현대를, 이 시대 나와 같은 호흡으로 살고 있는 생생한 현장을 대하 소설급으로 읽어가고 있어요.
최근에는 주로 @강남순 선생님의 글을 읽고 <질문하기> 근육생성에 대해 배워갑니다, @최호선 선생님의 심심 잡화점에서 손수건셋트 정말 선물받고 싶어요. @이명수 선생님으로부터 위태로울 때마다 CPR 받으면서, @정신우님의 투병에 응원을 보냅니다. @이하나 쌤의 집사/CEO 생활을 통해 저도 언젠간 한 고양이님께 간택받기를, 언젠간 내가 젤 잘하는 일로 원없이 C뭐시기라도 되어 보기를, @한소영 님의 #금산마당있는집 에 꼭 가보고 싶고요, @Rhie HyoGn 님 때문에 자꾸 지나간 드라마를 넘나들고...(나의아저씨 미스터 선샤인) @비단 님의 여행 답사 언젠간 꼭 따라 갈래요.., @Minkyung Song 선생님이 계셔서 어디가 아파도 염려없어요, @XangDean Jung 님의 영화관 주의, @Notion.so 노션 한국 사용자 모임에서는 정말 진기명기를 경험합니다...
이젠 자야 겠어요....
첫댓글 와, 모퉁이님, 매번 글 쓰실 때마다 일취월장하시네요, 빨려들 듯 읽혀요@.@
빨강머리 앤이랑 하루를 보낸 것 같은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