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일본에 있는 어떤 음식점에 대한 글을 읽었다.
그 음식점은 메뉴를 갖다주는대로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 곳은 음식을 서빙해 주는 사람들이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라 주문한 음식과는 다른 음식이 나온다고 했다. 그 식당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이용하기에 별 문제가 없고, 또 그 곳에서 일하는 치매 노인들도 즐겁게 일한다는 내용이었다.
'치매'하면 늘 옆에서 누군가 지켜줘야 하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이 글은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 이럴 수도 있구나!'
치매 노인이 민폐만 끼치는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나름대로 활기차게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 주 등교 수업이라 학교에 갔다 온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저녁을 먹으며 이런 얘기를 했다.
"엄마, 내가 맨 앞자리라 수업 시간에 잘 수가 없어."
속으로 잘 됐다 이런 생각을 하며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업 시간은 너무 처참했다.
자기도 졸렵고 수업 시간이 너무 지루한데, 모든 애들이 다 엎드려 잔다고 했다. 졸려워서 뒤를 돌아보면 공부를 잘 하는 애나 못 하는 애나 모두 엎드려 자고 있어서, 차마 맨 앞에 있는 자기까지 자면 안 될 것 같아 졸음을 참는다고.
그래서 정말 그렇게 애들이 다 자냐고 다시 한번 물었더니, 영재고나 특목고에 이미 합격한 서너명은 다른 공부 하고 있고 나머지는 전부 잔다고 했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 얘기는 이미 많이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전부가 잘 거라는 생각까진 안 했었기에 한숨이 나왔다.
선생님들도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임용고시 통과해서 교사가 되었을텐데, 이렇게 학생들은 엎드자고 듣는 학생 없이 혼자 수업할 때 어떤 심정일까...
아마 안정적이고, 아무리 교권이 떨어졌다고 해도 교사라는 직업이 인식은 좋으니까 선택한 직업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6년을 이런 식으로 보내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멋진 시기를 이렇게 보내야 하다니.
'증상이 아니라 독특함입니다' 이 책은 자폐증, 우울증, 난독증, ADHD 등에 대해 뇌의 신경학적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쓴 책이라 이 글이 책 내용과는 무관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우리 나라의 입시 제도는 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공부 못 하는 학생은 낙오자로 낙인찍고 고유의 강점을 찾지 못한채 학창 시절을 보내게 한다는 생각이 들며, 모두가 적소를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나의 적소는 어디일까, 지금 내 아이의 적소를 어디일까.. 질문을 던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