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 되자 사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알림장을 써오려면 한글은 떼고 가야 한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나서 아이가 7살이던 해 추석 즈음에 한글 방문학습지 선생님을 구했다. 내 아이의 첫 사교육이 시작되었다.
1학년 엄마들의 첫모임 후, 내가 정말 아이 교육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자 갑자기 우리 애만 도태될 것 같은 두려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귀동냥, 인터넷 검색, 주변에게 물어보기 등 내가 할 수 있는 정보원을 총동원하여 영어학원, 수학학원을 알아보다가 선행을 안했기 때문에 우리 애가 들어갈 학원은 유치부 밖에 없다는 말에 좌절하고 있었다.
학원 안보낸 것이 후회되던 터라 조언 한마디가 매우 아쉬웠던 나는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지지를 보내주고 나의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친구 하나가 내 이야기를 듣고는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에서 나온 책을 권해줬고, 나는 바로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을 찾아 회원이 되었다. 절박할 때 다가온 사람에게 마음을 금방 빼앗기듯이 이 단체의 지향과 목표에 마음이 홀렸다. 특히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점이 좋았고 분석에 근거한 의미있는 정책을 만들어 내는 점에 끌렸다. 이 단체가 정책제안을 통해 나와 아이들을 대신하여 하고 싶은 말(입시지옥 아웃! 같은 말)을 해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사교육없이는 대입을 준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머지않은 시기에 나도 다른 부모들처럼 잘 나가는 학원을 알아보고, 학원숙제를 챙기느라 아이와 함께 밤을 새울 것이다. 아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진작부터 다른 엄마들처럼 빡센 학원에 보내지 않았음을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점에도 이 단체에서 공유했던 고민과 위로를 되새겨보면서 주변의 말에 덜 휩쓸리면서 조금 더 안정적으로 입시를 준비해보고 싶다. 여건이 녹록치 않아서 문제 해결방안을 당장에 찾지 못하더라도, 이곳에서 같이 고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힘이 생긴다. 내게는 내 고민을 함께 나누고 내가 원하는 것을 대신해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다. 이점이 내가 이곳에 발을 들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