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닥스 선생님이 싫으냐>류의 책을 읽으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왜 나는 학창시절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나’ 하는 원망 때문이죠.
스승의 날, 라디오에서 선생님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몇 십 년의 시간이 흘러도 기억할 추억이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면 선생님과 진한 추억을 만들만큼 특별한 학생이, 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께 기억될만한 학생이 아니었던 거죠.
공부도 중간, 집 형편도 중간, 친구관계도 무난한 저는
그다지 선생님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선생님 역시 저를 눈여겨보지 않았죠.
거의 유일하게 기억나는 학창시절 추억은 억울하게 맞은 것 밖에 없네요. ^^;;
(그 때는 체벌과 폭력이 왜 그리 많았던지!!)
그렇게 선생님에 대한 추억도, 좋은 기억도 없이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교사(교육)를 지원하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경험에 근거해 일하면 안 되지만, 마음속엔 과거의 불신이 가득했습니다.
‘옛날에도 드물었는데, 요즘 세상에 괜찮은 선생님들이 있겠어?’
교사를 천직이 아니라 단지 직업으로만 생각한다는 비판에 격하게 공감했어요.
그리고 이기적인 교사를 욕하는 인터넷 댓글엔 ‘거참, 시원하다~’하기도 했죠. (물론 속으로;;;)
그런데 말입니다.
낡은 편견을 깨부수고 말겠다는 듯 끈덕지게(?) 좋은 선생님들이 찾아 왔습니다.
더 좋은 교육을 위해 고민하고, 변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잘 몰랐을 뿐이죠.
강원도 산골짜기 초등학교에 계신 선생님은 제가 정말 존경하는 분이에요. 자신이 말한 것을 삶으로 보여주시죠. 선생님은 27년 동안 매월 학급문집을 발행하고 계셔요. 문집 속 아이들의 글 속엔 찢어지고 상처입은 마음이 절절히 녹아있어요. 선생님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글에 귀기울이며, 마음을 어루만져 주신답니다. 선생님을 볼 때마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존재인가'를 돌아보게 되요. 또 한 분, 만나면 늘 좋은 선생님도 계셔요. 평교사로 은퇴하신 선생님은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세요. 선생님의 반짝이는 눈빛 속엔 개구쟁이의 모습이 아른거린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데 노력하고 계신 선생님은 항상 아이들 편이에요. 퇴직 이후에도 그들의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계신 선생님은 영원히 빛나는 별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저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더욱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전 세계를 휩쓴 이 전염병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들은 교육의 최전방에서 아이들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이들 덕분에 부족하나마 교육의 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교육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선생님들의 고민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앞서 삶을 산 사람이라는 뜻의 선생[先生-]님은 우리 삶에 쉴만한 그늘을 주는 느티나무 같은 존재입니다.
아쉽게도 어린 저는 그 큰 뜻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선생님의 참 의미를 깨닫습니다.
비록 저는 누리지 못했지만 더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그늘 아래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또한 선생님들이 마음껏 애정을 펼치도록, 믿고 지지하는 문화도 형성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땅의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첫댓글 첫 문장부터 마음을 확 끌어당겨요. 임진희 샘은 독후록을 쓰실 때 그 책 주제의 이면이랄까? 빛과 그림자 사이의 어느 지점을 절묘하게 포착하시는 능력이 있으셔요. :-)
임진희 선생님 글을 좋아해서 바로 클릭했습니다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선생님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낡은 편견을 깨부수고 말겠다는 듯 끈덕지게(?) 좋은 선생님들이 찾아 왔습니다."
라는 곳에서 선생님의 육성이 막 들려요 ^^
선생님이 아주 좋은 직업이 된 요즈음의 선생님들의 수준은 좋은 것 같아요.
선생님을 일년만 만나면 안만날 사람으로 생각하고 대우하는 제가 삐뚜러진 거 같아요.
초기엔 자세히 보다가 별 문제 없으면 2학기 쯤에는 별 관심도 안갖는 방관자?
'1년만 만나면 안만날 사람"으로 대우한다는 표현, 정곡을 찔린 기분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