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시대는 개인에게 많은 짐을 지운다. 주류 심리학은 병든 마음은 본인 안에 있으니 그것을 꺼내어 해결하라고 하고, 주류 경제학은 개인의 소득은 자기가 노력한 만큼 얻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의학 또한 우리가 아픈 것은 유전이니, 살아온 환경이니 하면서 개인에게서 원인을 찾고, 그 증상에 맞는 처방을 내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는 그것을 개인에게서 찾지 않을 뿐더러 사회약자들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사회의 구조와 인식이라고 여러 논문과 연구 데이터를 근거로 말하고 있다.
비주류 심리학 중 심리적인 고통을 개인에게서 찾지 않고 사회현상으로 읽는 분야가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비주류 심리학이 겹쳐 보였다. <싸움의 심리학 : 에리히 프롬>, <누구나 어린 시절의 상처가 있다.>, <자살공화국>, <트라우마 한국사회> 등을 저술한 심리학자 김태형 선생님의 강의와 저서를 통해 영향을 받았다. 특히 <트라우마 한국사회>에서는 전쟁과 분단과 같은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과 역사에서 보여진 굵은 사건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지 (혹은 강하게 하는지) 이야기 하고 있다. 사건들 마다 사람들은 몸이던 마음이던 상처들을 겪어내고 있는데 특히 안타까운 건 사회적으로 약한 자들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것이다.
<이기적인 유전자>에서는 사람은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이타적인 존재라고 이야기 하는데, 다른사람들과 서로 돕고 협력하며 살아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인 존재임을 잘 나타내주는 부분이다. 그런데, 무엇이 그런 이타적인 유전자를 갉아 먹는 것인가?
작업자들을 병들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본이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석면 기계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고, 레이온 설비를 중국에 매각했다. 회계조작을 해서 사람들을 해고한 자동차 회사는 물리적 폭력은 물론 이간질까지 해 남은자도 해고된 자도 모두 패배자가 되는 상처를 남겼다. 이익 좀 더 남겨보겠다고 하청에 하청을 주는 관행 속에서 노동자들은 생명을 잃었다. 가슴 아픈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 자본주의가 뭐길래 이토록 사람의 이타성과 공동체성을 갉아 막고 생명을 빼앗는 강도짓을 하는 것인가.
물론, 자본주의 이전에도 침략과 전쟁 등에러 사람은 잔임함을 보여왔다. 그리고 차별의 문제는 자본주의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그럼에도 자본주의는 그 어떤 시대보다 침탈하는 것을 정당화 하며 사람들 뿐 아니라 자연까지 파괴하고 있다. 개인을 보호해주지 않는 공동체와 국가는 시람들을 병들게 하였고 자연이 훼손된 결과 코로나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고, 기후이상으로 발생한 재해를 모두가 똑똑히 지켜보게 되었다. 이젠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로 더이상 개인의 영역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의 시대에는 이기적인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집단적 이타성이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타적인 선한 본성이 어느순간 집단적인 각성을 통해 깨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여럿 주류라고 불리워 지는 것들이 개인의 고통을 개인의 영역으로 축소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저항해야 할 것이다. 강도만난 자들을 더이상 지나치지 않고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의 원인”을 찾아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첫댓글 글을 읽다보니 비주류심리학, 집단적 이타성, 강도만난 자들, 여러가지 키워드가 마음에 남습니다. 우리의 생명과 사람됨을 갉아먹는 것들을 향해 쏘아올리는 조이풀님의 외침도 들리고요.
인간의 본성과 자본주의를 이해할수록 무기력해질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저자 김승섭은 all or nothing 으로 우리의 노력을 무화시키지 말자고 조용히 권합니다.
"원인의 원인"을 찾아 다같이 힘을 모으기 위해
우리는 오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회원으로 만나,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