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른 아홉에 난 늦둥이,
지난해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일찍 초등학교에 갔는데 벌써 일년이 지났다.
겨울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고 몇일 학교에 다니다 종업식을 하고
2학년 반배정을 받고 성적표를 받아보니 정말 일학년이 마무리된 것이 실감난다.
그리고 늦둥이가 정말 2학년처럼 보인다.
지난해 입학시키지 않았다면 지금쯤 입학에 대한 준비와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을텐데
매를 먼저 맞은 여유랄까 아무튼 늘 긴장감이 있었던 일학년이 무사히 아니 성공적으로
지나간 것이 고맙고 한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 든다.
늙은 엄마가 아이를 조기 입학시켜놓고 신경도 안쓴다고 욕할까봐 두 딸아이땐 해보지 않던
학교 청소도 해보고 교통안전지도봉사도 해보았다.
그리고 늘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를 억지로 깨우고 밥먹여서 자전거로 학교에 태워주고
학교급식이 없는지라 점심때는 꼼짝없이 밥을 챙겨주고 방과후 주산학교도 시간이 촉박하여 일주일에 두번 자전거로 태워다 주고 여기에다 더하여 여름부터는 일주일에 세번 수영장에 데리고 다니느라 몸살까지 났다.
그리고 토요일엔 성당 주일학교에 자전거로 태워주고 가을부턴 수영강습이 없는 토요일에도 주일학교 마치고 둘이서 자유수영하러 가고... 덕분에 나도 수영장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일요일에는 늦둥이와 함께 성당가고 수요일저녁 성당모임에도 늦둥이와 함께 나가고 많은 일은 아니지만 성당에서 맡은 직함이 두개 있어서 그 봉사일을 하다보니 늘 바빴던 것 같다.
내가 성당일을 하거나 어려운 가정을 방문하거나 양로원등에 봉사활동 하러 다닐 때 늘 함께한 늦둥이,
늘 어린이집보다 학교가 좋다면서 즐겁게 학교를 다닌 늦둥이,
줄넘기든 타자연습이든 한자든 받아쓰기든 일기든 독서록이든 학교에서 내준 과제는 빼먹지 않고
열심히 하고 엄마가 이끄는 대로 매일같이 학교도서관에 가서 책을 함께 읽은 늦둥이,
덕분에 독서왕상과 다독상을 받기도 한 늦둥이,,,
이런 늦둥이와 늦둥이에게 늘 칭찬과 관심을 아끼지 않았던 선생님과 주변 사람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뱃속에서부터 나와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니 함께 봉사활동하는 형제자매님들은 나보다 늦둥이를 더 챙기시고 늦둥이는 군대를 면제해주어야한다고까지 하며 늦둥이에게 각별한 사랑을 주셨다.
한 아이가 자라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늦둥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속에 그렇게 일년을 보냈다.
언젠가 늦둥이가 "엄마, 나는 내가 자랑스러워요. " 라고 나에게 말할땐 아이에게 어느새 자존감이
생겼음에 감사하기도 하고, '봉사활동하는 엄마를 보면서 나도 커서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교과서에 써서 칭찬과 박수를 받았다고 할땐 큰 소득을 얻은 기분에 행복해하기도 했다.
도서관에 대해서 '내가 심심할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도서관은 나의 최강친구'라고
일기장에 쓴 글을 보면서 흐뭇해하기도하고 독서록이 백개 이백개로 늘어나는 재미에 천개까지 쓰겠다는 말을 하면서 함께 신나하기도 하고,,,,
한동안 엄마가 없는 늦둥이 친구의 점심과 간식을 챙겨주었던 일, 글을 모르는 늦둥이 친구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받아쓰기를 지도했던 일,,,,
자전거 뒤에 늦둥이를 태우고 학교며 도서관이며 성당이며 시장이며 봉사활동이며 동분서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구구단을 외우기도 장난을 치기도 한 지난 일년이 영화처럼 지나가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고1 인 큰 딸아이 도시락을 두개 싸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고입시 수험생인 둘째딸을 챙기고 바쁜 신랑도 챙기고 늦둥이를 챙기고 야자하고 밤늦게 오는 큰아이의 도시락을 씻고 아침 준비를 하고서야 늦은 잠을 잤던 하루하루가 영화처럼 지나가고 있다.
훗날 이 일년이 분명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되어있을거라는 확신속에서 즐겁게 페달을 밟았던
지난 일년동안 늦둥이와 나는 분명 행복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2학년 땐 또 다른 어떤 추억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으며......
첫댓글 이 늦둥이는 지금 초등 2학년입니다. 이 글은 지난해 쓴 글이네요. 2학년이 끝날 즈음 또 일년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매번 좋은글 감사합니다. 블로그로 가져갈께요 ^^
늦둥이 자전게 태우실 때 안전모 꼭 씌워주세요~ ^^ 제가 작년 자전거 타다 넘어져 깁스를 6주간 했던지라...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