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17. 11. 23) 수능시험장에 속속 모여드는 응시자들을 뉴스로 보면서 혹시 지진이 나면 어쩌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정부에서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지만 미덥지가 않다. 지진이 우리 맘대로 통제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주일의 수능 연기만해도 국가적으로 비상사태였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는 수능실시는 무리도 보통무리가 아니다. 어쩌면 자연을 시험하는 인간의 만용같기만 하다.
그래도 수능은 실시되어야하나.
국가의 비상사태를 피하며 자연의 횡포마져도 견제하는 획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이런 우울하고 불안한 사태의 근본원인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수능이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사회가 만든, 젊은 아이들이 사회로 나가는 문턱에서 성적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가슴에 달아주는 성인식이고 오늘이 그날이다.
그 가슴에 새겨진 성적이라는 표지는 한평생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이다. 물론 소수에게는 영광의 징표로서 남겠지만 절대다수는 역전의 기회도 얻지못하고 그대로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런 걸 준신분화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걸 하는 날이다.
아니라고?
그렇게 중요한 날이 아님에도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긴장하고 있을까.
오늘은 자연재해인 지진과 신분가르기하는 국가적행사가 우연히 겹친 날이다.
지진이 없어도 떨리는 날이지 않는가. 국가적 단위에서 이렇게 살떨리는 행사를 하는 나라가 도대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일본이나 중국도 우리 같지는 않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이런 국가적 단위의 시험이라는 게 없고 개념도 이해 못한다.
그런 시험 없으면 대학 못간다고? 왜? 무엇 때문에?
외신이 우리나라 수능날 은행이 문을 늦게 열고 비행기가 뜨지못하는 현상에 의문을 제기한지 오래됐건만 아직도 우리는 그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수능이라는 성인식을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아야는 공포로부터 해방되고 또 지진의 공포로부터도 벗어났으면 한다.
오늘이 지나면 그 공포를 떨쳐내지못한 얼마나 많은 꽃들이 떨어져버릴까.
연어는 바다로 나가는 과정에 높은 낙차를 뚫고 또 짠물에 담금질하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그것은 먼 바다에 나가서 시련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살라고 자연이 준 선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수능(입시)이라는 장벽은 우리 아이들에게 주눅이 들고 겁많고 옹졸하며 한평생 소심하게 살게하는 그 무엇일 뿐이다.
첫댓글 연어는 바다로 나가는 과정에 높은 낙차를 뚫고 또 짠물에 담금질하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그것은 먼 바다에 나가서 시련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살라고 자연이 준 선물이다. - 이 문장이 마음에 꾹~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