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제안하는 다양한 교육정책이 시민들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정책 번역가로 나선 채송아가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조카 산하를 키우는 친동생에게 쓴 편지입니다. 동생뿐이겠어요, 우리 단체가 제안하는 교육 정책이 이해하기 힘드셨던 시민들에게 띄우는 글이기도 합니다. 읽어보시고 여전히 어렵거나 이해가 안 되시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산하 이모 채송아에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미래형 대입제도 연속 토론회-IB는 한국의 낡은 평가체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참관기)
지금은 대학교 2학년이 된 딸아이가 수능을 공부할 때 보면 공부를 안 하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어. 아이는 학교 수업이나 ebs 교재보다 잘 나가는 인터넷 강의에 99% 의존해서 수능을 준비했는데, 그 유명하다는 선생들은 문제를 완전히 유형화시켜서 어떻게 하면 함정에 걸리지 않고 빨리 풀 수 있는지를 가르치고, 아이도 그걸 훈련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 같았지. 학교에서 고3 교과 선생님은 아무도 듣지 않는 수업 진도를 혼자 나가고 있다는데, 달리 도망갈 구석이 없어 보이는 대학입시가 부디 1년 안에만 끝나길 빌고 또 비는 수밖에.
꺼내는 교육 VS 집어넣는 교육
혹시 알고 있었어?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객관식 내신과 대입시험을 치르는 나라가 OECD 36개국 중에서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수능과 학종,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에 대한 논쟁을 하는 동안, 일본에서는 공립학교에 국제적으로 공인된 시험 IB(국제 바깔로레아)를 도입하기로 했대. 현재의 공교육 대입 제도로는 ‘역량’ 평가가 안된다면서 학생이 자기 생각을 ‘꺼내는 교육’을 하기 위해 입시에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하기로 한 거지.
(근본적이고 통합적인 미래형 대입제도를 모색하는 연속토론회 2)
이런 내용은 모두 지난 4월 11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미래형 대입 제도 2차 토론회”에서 들은 내용이야. IB를 우리나라에 도입하고자 적극 애쓰고 있는 이혜정(교육과 혁신 연구소, 저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소장은 임진왜란 직전, 일본의 동향을 살피고 돌아와서 전쟁의 가능성에 대해 서로 상반된 의견을 냈던 사신들에 지금 현실을 비유하며 우리나라 교육 당사자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묻고 있어.
(교육과 혁신 연구소 이혜정 소장 발제)
IB는 어느 한 국가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전 세계 지역별로 지사를 두고 있는 비영리 교육재단 IBO에서 개발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적 우수성과 채점의 엄정함이 널리 알려져서 주요 대학들의 대입시험으로 인정받아왔지. 전과목이 논술이고 수행평가와 내신 점수가 포함되는데 모두 절대평가야. 우리나라 학종에서 추구하는 여러 비교과 활동들이 IB 내신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학종 이상의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니 관심이 가지 않아?
지식 암기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본부에서 인증받은 IB 학교가 되려면 총 2-3년이 소요돼. 모든 시험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뿐 아니라, 교원을 양성하고 한국인 채점관을 양성하는 일까지 교육 생태계 전반을 변화시켜야 가능해. IB를 가르치는 현직 교사 중에 신청해서 테스트를 통과하면 채점관이 될 수도 있어. 우리 공교육에 전면적으로 도입될 순 없다 하더라도, 가칭 한국형 바깔로레아(KB) 체제로 가는데 10년 정도 시간을 두고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적이야. 최근 제주교육청과 대구교육청 몇몇 학교에서 시범 도입하는 게 결정됐고, 다음 토론회 때는 대구교육청 장학사가 와서 이야기를 한다니 좀 더 현실적인 적용에 대해 알 수 있겠지.
이날 토론자로 참석하신 선생님들은 여러 분분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교재 선택은 물론이고, 진도와 평가의 자율성이 없는 교사와 정답만을 외우는 입시 외에 겪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뭐라도 좋으니 지식 암기에서 벗어난 공부로 대학 갈 수 있다는 걸 경험해보기라도 했으면 좋겠어. 평가가 공정하고 내용까지 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뭔들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아?
(세종과학고 김진우 교사)
토론자 김진우(세종과학고) 선생 말처럼 IB 없이도 평가 체제를 혁신할 수 있다면 최선이지.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럴 전망조차 보이지 않으니 외부평가와 내부 평가가 조합된 IB를 통해 교사의 자율성과 평가의 공정성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어.
(신안산대 이성대 교수)
이성대 교수는 제아무리 훌륭한 제도라 해도 표준화된 시스템은 다양성을 제한한다는 점을 우려했고 논리적으로 글을 쓰거나 말하는 능력으로 파악할 수 없는 재능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는데 공감이 되더라. 특히, 내신 평가 중 70%를 내부에서 평가하고 30%는 교육청에서 평가하는 남호주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고려해보자 제안했지.
교육은 얼마만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떤 제도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교육 만능주의 시선에서 벗어나자는 일선 교사 전대원(위례한빛고) 선생의 말이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평가 기준과 결과를 알 수 있어야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교육 당사자들에게 이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전정원(전앤장 통합논술학원) 원장의 말도 유념할 부분이다 싶어.
(위례한빛고 전대원 교사)
(전앤장 통합논술학원 전정원 원장)
교육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수는 없겠지만, 여기저기 꽉 막혀 있는 현실에 결정적인 균열을 낼 수는 있지 않을까, 이마저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소망적 사고에 불과할까, IB가 현재 얼마만큼 가까이 와 있는지, 다음 토론회를 기다려보자.
2019년 4월 17일,
위 내용 중에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그만 고르게 하고 싶은 송아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