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장애.
1급 장애는 어떤 장애일까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내 삶에서 그 고민을 해볼 기회가 없었고, 1급 장애 진단을 받은 장애인과 함께 생활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특히 선천적으로 건강을 잃은 상태로 태어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에게 그 고민을 시작해야 할 기회가 왔습니다. 기회라는 단어가 어색하지만, 위기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네요.
작년 4월에 태어난 저의 조카가 1년여 정도 치료를 받다가 최근 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7세까지 지켜보자고 하더니, 다시 5세까지 지켜보자고 하더니, 의사는 치료의 효과가 없어보이니 지금 장애 진단을 받는 것이 앞으로 생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답니다.
동생은 의사를 만나고 돌아온 날 제게 전화해 북받치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동안 잘도 참아오더니 잘도 웃으며 견디더니 이 날은 견디기가 힘들었나 봅니다. 핸드폰을 붙들고 같이 울었습니다. 예상 못했던 일이 아닌데, 생각보다 빨리 닥친 상황을 받아들이자니 서럽고 억울했던가 봅니다. 두려웠던가 봅니다.
조카는 임신 상태에서부터 뇌손상이 발견되었고 세상에 나왔을 때 며칠 엄마와 떨어져 뇌 검사부터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이 아이를 유심히 쳐다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느 갓난아이와 다름없이 팔 다리가 두 개씩 있고, 눈코입이 뚜렷하고, 머리털이 풍성하고 피부결이 뽀얀 아기가 도대체 어디가 안좋다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원래 갓난아기는 혼자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못하고 시선도 마주치지 못하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조카가 여느 아이들과 달리 발달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씩 보입니다. 목을 가누지 못하고, 몸을 뒤집지 못하고,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옹알이를 하지 않습니다. 손가락을 쥐어주면 살포시 잡는 정도로 몸의 근육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팔을 들거나 목을 돌리거나 다리를 올리거나 혼자서 몸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누이거나 기대어 앉혀놓으면 별 미동 없이 얌전히 그 자리에 몸을 가누고 있습니다. 너무 조용해서 동생이 자주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동생은 혼자 잘도 떠듭니다. 조카는 뇌병변 1급 장애아입니다.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아 가끔씩 ‘뇌병변’을 검색해서 읽어봅니다. 우리 조카는 왜 아픈 것일까, 아픈게 아니라 다른 것일까, 다만 우리와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야 하는 것일까...
뇌의 기질적 손상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발생하여 보행 또는 일상생활 동작 등에 현저한 제약을 받는 중추 신경 장애. ‘뇌병변’이라는 질병의 설명을 읽으면서 자꾸 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 이 아이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씩씩하게 잘 견디는 것 같던 동생이 어느날 전화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유식을 먹이다가 문득 두려울 때가 있어. 이 아이가 십년이 지나서도 혼자 밥을 떠먹지 못하면 어쩌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면 어쩌지.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해. 그럼 이 아이는 어떻게 살아야 해.”
순간순간 닥쳐올 어려움을 상상하면 끝이 없다고 말하는 동생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 혼자 키울거 아니니까, 우리 가족이 함께 키울거니까 걱정하지마.”
더불어 이렇게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사회가 함께 키울거니까.”
언젠가 자신있게 이 말을 동생에게 할 수 있을까요. 제가 뭐라도 해야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조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 우리와 다르지만 인간으로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가 무엇이라도 해야지요.
첫댓글 ㅠ.ㅠ 아직 우리사회가 갈길이 너무 멀어보여 눈물만 나지만, 그래도 하루 속히 이 사회가 한아이도 놓지않고 함께키우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힘내시고 용기와 희망을 잃지마시길...
저도 울컥~ 이땅의 아이들은 그 사회가 키워야죠~ 꼭 그런 사회를 만들어봐요~
위로하고 싶지만... 응원하고 싶은 맘이 더 큰거 같아요.... 앞으로 다가올 현실을 단단한 마음으로 견뎌내라고 응원하고 싶어요... 아직 우리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지고 좋아질거라.. 위로하며 응원합니다..
액션맘님.. 응원 감사합니다.^^ 사실 아직 어떤 어려움이 닥쳐올지 몰라서 막막한 마음이 더 큰거 같아요. 앞으로 경험이 쌓여가며 장애인 문제에 대해 알아가면서 해야 할 일들을 찾아보려구요..
안녕하세요?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참 무거운 마음입니다. 지인 분 중에 큰 딸이 장애우로 저휘와 이민 생활을 하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 저철히 가정 중심으로 끊임 없는 전폭적인 지원(사랑) 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늘 옆에서 보고 있습니다. 장애를 극복할 순 없지만 아이는 그런 아름다운 가정에서 누구 보다도 빛을 바라며 자라고 있습니다. 힘내십시요..그리고 끊임 없는 사랑을 보여 주세요..아이는 영롱하게 빛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먼곳에서 나마 힘내시라고 응원합니다.
해외에 계시군요.. 멀리서 진심어린 응원 보내주셔서 많은 위로가 됩니다. 저희 가족도 이 아이로 인해 더 단단하게 묶이고 있다 느껴질 때가 있어요. 다행히 동생 부부가 씩씩하게 일상을 잘 살아가고 있고, 또 가족 친지들도 부부와 아이를 위해 따뜻한 환대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이 아이가 다른 가정에 가지 않고 우리 가정에 온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헤쳐가야 할 일이 많겠지만, 이미 앞서 이런 어려움을 헤쳐가고 계시는 분들이 있으니.. 저희 가족들도 할 수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주위에 중증장애인 가정이 있는데, 정말 많이 힘듭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일상이 그 가정에는 정말 마음먹고 준비해야 하는 일들이 되어 버립니다. 기운내시고 가장 힘든사람은 동생분이니, 자주자주 보러가십시요. 힘들어도 같이 있으면 더 견디기가 쉬운 법이거든요.
가까운 친척 중에 중중장애인이 있지만 후천적인거라 사실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못했어요. 이렇게 내 일이 되고 보니 더 관심이 생기고 책임감이 생기네요.. 이번 주말 동생네 갑니다..^^ 힘내자고 등 두드려주고 올게요~
조카가 태어나고 조카로 인해 가족들이 더 살가와졌다고 했던 글이 생각나네요. 소수는 잘 크는 아이도 있다고 믿는다고 했었는데.... 결국 ㅠ
전 이럴때 뭐라고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눈물만 나네요. 동생의 마음은 어떨지....
부모가 지치지 않게 옆에서 많이 챙겨주세요~
위로 감사해요.. 작년에 그런 글을 올렸었죠.. 살가워진 게 맞는데, 한편으로 앞으로의 미래가 두렵기도 하고, 막내 가족이 이런 일을 겪게 되니 온가족이 마음 아파 하고 있어요. 늘 어린 동생으로만 봤던 동생이 이제는 저보다 더 커보이고 어른스러워 보이는데, 그것이 한편으로 짠하더라구요..
뭐라고 글을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반복했습니다.
다만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힘을 덜어드릴 수 있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주 미미한 힘이라도 .. 아주 미미하겠지만요...
이렇게 댓글 달아 응원해주시것만 해도 힘이 납니다.. 누군가 내 고민을 알아주고 들어주는게 첫번째 격려인거 같아요.^^ 저도 어떤 큰 뜻을 당장 가지기에는 어렵고, 천천히 관심가지고 알아보고 미미한 움직임으로나마 세상의 변화에 기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