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능을 좇아서(대입에서의 공정성과 관련하여)
2022년도 대학입학전형방법을 확정하기 위한 제4차 대입정책포럼 공청회가 어제 (2018. 02. 23) 서울 서부지역교육청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는데 전체적으로 대입자료 중 무엇이 얼마나 공정한가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 했다.
학종, 수능, 내신, 논술, 실기 가운데 어느 게 더 공정한가 혹은 공정할 수 있는가 하는 논의를 보면서 혼란을 느낀다.
그것들이 모두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 위에서 전개되는 논의들이기 때문이다.
동 공청회에서 어느 논자가 말했드시 그 중에 진실로 공정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공정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 그 속에서 가능을 찾는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수능이 좀 더 공정한 편이라고 하면서 전형자료로서의 수능의 가치를 옹호하려한다. 교육환경과 교사의 질의 차이와 출제의 편향에 대해 애써 눈감는다.
또 누군가는 학종의 불공정은 감내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면서 차선의 공정(?)을 기대하려한다. 이런 논의 모두가 불공정 속의 공정찾기에 다름아니다.
필자는 대입전형자료가 공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불가능한 명제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대학진학이 공정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데서 출발한다.
잘 알다시피 공정하다는 것은 대학과 대학교육이수희망자가 아닌 제3자의 승인을 뜻한다.
다시 말해 제3자로서의 교사나 학부모나 동료나 친지나 사회나 국가의 개입을 공정이라는 말로 환치시킨 것이다.
대학이 누군가를 선택해서 가르치고자 할 때 공정해야 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가 어느 대학를 지원할 때도 공정해야 할 이유도 없다.
대학은 가르치고 싶은 사람을 가르치면 그만이고, 지원자는 배우고 싶은 대학에서 배우면 그만이다(당사자주의).
중요한 것은 가르치고자 하는 자와 배우고자 하는 자 사이에 의사가 합치하느냐 여부만 있을 뿐, 제3자의 승인은 필요없다.
공정을 주장하는 자들은 대학의 선발권이라는 주권적 권리도 인정하지 않고, 고등교육이수희망자의 성인으로서의 자기결정권도 무시하는 자들이라고 필자는 단호히 규정하는 바이다.
대학의 미래나 지원자의 운명에 결코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배놔라 감놔라 하는 모습들이란.
필자는 공정성뿐만 아니라 객관성이나 투명성이나 변별력과 같은 가치는 모두 대학과 지원자의 운명적 가치에 비교될 수 없는 것으로 모두 내려놓기를 바란다.
대학은 시민사회의 한 성원일뿐 그 이상도 아니다. 대학은 사회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자들에게 학문적 소양을 좀 더 쌓게해주는 곳 이상이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긴 시간 살아가면서 검증받는다. 그러면 충분하지 않는가.
대학을 특권을 부여하는 곳으로 여기고 그런 특권의 분배에 참여하고자 하기 때문에 제3자에 불과한 교사나 학부모나 사회나 국가가 대입전형에 그토록 개입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발상을 배척하기 위해서라도 대학의 독립성과 고유권한을 지켜야 한다.
대학처럼 제 고유 권리도 지키지 못하면서 내세우는 특권과 허상을 필자는 인정할 수가 없다.
대학이 스스로 자신의 철학과 책임하에 대학생들을 선택하지 못하고 해마다 정부에서 내려주는 대학입시요강대강에 따라 학생들을 선택하고 또 지원자들도 제대로 말한마디 못하고 공정과 객관성과 투명과 변별이라는 미망에 갇히어 이 눈치 저 눈치 보게 하는게 우리의 입시체제다.
이게 진실이라면 그래도 말이 되는가.
우리 모두 대학은 대학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하면 안될까.
이렇게 하기 위한 몇가지 추가조건은 다음으로 미룬다.
학종 vs 수능, 더 공정한 전형은 …교수·교사·사정관 의견은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25&aid=000280017ㅡ7
첫댓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발표되고나서 6개월동안 물리학계의 외면을 받았지요.
공정성이란 우상을 내려놓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4차 공청회결과가 그걸 말해주고있지 않나요?
먼저 코멘트에 감사합니다.
교육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평가가 공정해야 한다는 걸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대입전형자료가 공정하지 않게 평가되는 게 문제됩니다. 아무리 객관적 5지선다형으로 출제하더라도 교육환경의 열악이나 정열이 식은 교사로부터 배웠거나 출제범위가 편향되어도 공정한 출제와 평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 불만을 가진 자를 설득할 길이 있을까요. 그런 불만은 교육적으로 무시해도 되나요.
평가에 관한한 객관적, 투명, 변별 모두 교육적이지 않습니다. 단지 승복의 기제로만 가치가 있지요.
대학과 대학교육이수희망자 사이의 논의 사항을 세상에 드러내게 하는 건 의심의 여지없는 인격침해입니다.
내가 A 대학에 지원했는데 그 대학이 원치 않았다고 칩시다. 그런 사실을 세상에 공표한다면 그게 인격침해입니다. 대학이 그럴 권리가 있을까요.
물론 우리나라는 그게 인격침해인지도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