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상담넷에서는 상담위원 대상의 다양한 주제로 연수도 하고,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아래 글은 5월 주제인 ‘나의 양육과 교육적 가치관 확인하기’ 워크샵를 진행한 후의 모임후기이다. ‘자녀양육과 교육 가치관을 파악하는데 자신의 삶을, 방식을 먼저 확인하고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구성된 활동이다.
내 방식을 알아야 다른 사람들의 방식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또 그 사람의 지나온 삶을 이해할수록 지금의 모습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의하고 동조할 수는 앖다 해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마음. 이런 마음에서 그 사람을 보고 말을 건넨다면 훨씬 더 상대방 마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
애들을 키우면서 내 부모님처럼 나도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엄마가 화내고 짜증내는 방식 그대로 나도 하는 걸 느끼면서 속도 상하고 반성도 많이 했는데, 그게 참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내가 힘들고 지칠 때, 스트레스 상황일 땐 100% 일치율을 보인다.—;;
지난 상담넷 모임에서는 삼대에 걸친 양육 가치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보는 활동이라서 그런지 부모님이 나에게 미친 긍정적인 점에 대해 생각을 해봐서 참 좋았다. 막상 글로,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려니 쉽진 않았지만,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한층 더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주셨던, 전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해주셨던 그 마음, 그리고 다 컸는데도 넘치게 도와주고 책임져주셨던 그 보탬이 지금 나의 삶에 그대로 남아있는 걸 새삼 보게 된다.
나는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에 집중하며 살고 있다. 어떤 때는 부모의 역할보다는 여전히 자식의 입장에서 더 받고 싶어하고 당연하게 누리고 싶어한다. 그러다가 내 부모님이 나에게 해주신 것에 영 못미치게 내 아이들에게 하는 나를 보면서 미안해지고 반성도 하게 된다. 나는 여전히 부모이기 보다는 어린 자식의 마음으로 무심코 바라고 있을 때가 많다.
그나마 내 아이들에게 내 부모님의 영향을 잘 전해주고 있는 것은 아이들을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는 마음이다. 더 바라는 것이 아예 없진 않지만, 대체로 이만해도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다. 충분히 예쁘고, 충분히 사랑스럽고, 충분히 멀쩡하다. 아마 뭘 하더라도 고만고만 자기 인생을 알아서 잘 살아가지 읺을까. 물론 나의 희망사항이 강하게 덧붙어있는 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기 삶 안에서 지지고 볶고 굴곡있는 것까지 없길 바랄 수는 없으므로 알아서 하겠지 싶다.
내 삶에서 우리 부모의 흔적 중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다 찾아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 긍정적인 부분을 충분히 감사드리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특히 다음주에 아버지 세번째 제사날이 있는데, 살아계실 때 더 살갑게 더 많이 손 잡고 안아주지 못했는지 후회가 많다. 엄마에게는 충분히 해드려야지 하면서도 막상 그게 생각만큼 안 되는 것도 속상하다.
방금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엄마가 이런저런 아픈 얘기를 하시면서 엄마 나름의 해석과 탓을 하시는 걸 듣게 되니, 마음 한편에선 ‘아이구 이거 어쩌나’, ‘엄마가 자꾸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씀하시면 더 곤란해지는데’ 싶으면서 불편감이 덜컹 생기는 걸 봤다. 나는 여전히 이기적인 자식이 맞나보다. 다 큰 자식의 마음으로 노부모를 돌보는 그 마음이 아직 한참 덜 충전됐나보다.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충분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삶에 있어서 완벽한 충분함 보다는
적당히 충분함이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드네요.~~